2004년 4월호

‘태풍의 눈’ 랩어카운트로 큰돈 버는 법

지나친 ‘잔소리’는 금물, 초반 6개월에 승부 걸어라

  • 글: 장승규 이코노미21 기자 skjang@economy21.co.kr

    입력2004-03-29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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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운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랩어카운트가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종목 선정보다도 자산 배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태풍의 눈’ 랩어카운트로 큰돈 버는 법

    랩어카운트는 간접투자이면서도 투명성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운다.

    간접투자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10월 처음 선보인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의 폭발적 인기 덕분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떠돌던 시중 자금이 꼬리를 물며 속속 유입되고 있다. 첫선을 보인 지 불과 3개월 만에 계약금액이 1조2000억원대를 가볍게 돌파했다.

    순조로운 출발에 고무된 증권사들은 올해 랩어카운트의 시장규모가 4조~5조원에 이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세를 몰아 국내 간접투자 시장을 본격적으로 꽃피우고, 이를 발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틀어쥐고 있는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랩어카운트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이처럼 투자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일까. 또 어떻게 하면 랩어카운트로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랩어카운트의 인기 비결과 관련해 시장 전문가들은 출시 타이밍의 절묘함을 가장 먼저 꼽는다.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상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고객 니즈(needs)는 계속 커지고 있는 상태다. 자산시장이 점점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만은 간접투자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투명성 결여가 가장 큰 문제였다.

    투자자들은 대우사태, SK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환매가 중지되거나 원금마저 까먹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펀드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랩어카운트는 간접투자면서도 투명성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운다. 투자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포착해낸 것이다. 랩어카운트 상품을 들고 현장에서 뛰는 증권사 영업맨들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고객 설득이 쉽다고 전한다.

    주식시장의 변화된 분위기도 인기 비결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외국인 장세가 2년째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는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형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돌파했지만 이득을 챙기긴 건 외국인 투자자들뿐이라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3년 외국인이 투자한 종목은 평균 15%의 수익을 올렸고, 기관이 매수한 종목도 11%나 올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손댄 종목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집중 매입한 삼성전자, 삼성SDI, LG화학, 포스코, 대림산업, 신한지주 등 대형 우량주는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중소형 저가주는 활황장세 속에서도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직접 투자해봤지만 결국 손해”라고 후회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인 것.

    랩어카운트에 열광하는 건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새로운 미래 수익사업이 필요한 증권사들도 랩어카운트에 ‘올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던 매매수수료율이 온라인 증권사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랩어카운트는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증권사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랩어카운트 부문의 선두주자인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1조5000억원, 연내 3조원 판매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는 랩어카운트 시장이 장기적으로 140조원 규모인 수익증권 시장을 잠식하면서 그와 대등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증권업협회가 국내외 5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증권사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로 랩어카운트를 꼽은 것이다. 랩어카운트가 펀드의 성격을 갖고 있는 탓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투신사들도 우선은 간접투자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증권업계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아오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 때문이다. 랩어카운트가 간접투자시장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랩어카운트는 펀드와 직접투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는 종합자산관리계좌라는 뜻이다. 다양한 투자자산을 랩으로 싸듯이 한 군데 묶어 단일 계좌로 관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자산운용 방식에 따라 일임형과 자문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이미 지난 2001년 국내에 소개됐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름 그대로 단순한 종목 추천과 자문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출시된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고객의 자금을 증권사의 전문 머니매니저가 맡아서 운용해준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투신사의 펀드 상품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 랩어카운트는 1대1 맞춤상품이라는 것이다. 펀드의 경우 투자자는 이미 나와 있는 특정 유형의 상품을 골라 가입하게 된다. 반면, 랩어카운트는 고객의 특성과 선택에 맞춰 다양한 주식, 채권, 수익증권, 기업어음(CP) 등 다양한 자산을 각 고객의 계좌별로 운용한다.

    편입 자산의 소유권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입한 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해도, 그 주식은 내 소유가 되는 게 아니다. 펀드 운용수익의 일부만이 내 몫이 될 뿐이다. 그러나 내 랩 계좌에 들어 있는 주식은 내 것이다. 랩어카운트 계약을 해지해도 계좌에 들어있는 주식은 그대로 내 소유다. 증권사는 랩 계좌에 들어있는 자산을 계약자를 대신해 매매할 뿐이다.

    랩 계좌 운용내역 실시간 확인 가능

    바로 여기서 투명성의 문제가 불거진다. 일반적 펀드라면 원하지 않는 종목을, 고객 모르게 사고 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염려 때문에 랩어카운트는 다른 어떤 금융상품보다 투명한 구조를 갖고 있다. 투자자들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랩 계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자산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증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의견을 제시해 이를 반영시킬 수도 있다.

    반면 일반 펀드는 투자자가 자산운용 상황을 잘 알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특정한 채권을 편입해 놓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터져 뒤통수를 얻어맞는 황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투신사들은 매월 정기적으로 운용보고서를 내고, 고객이 요구하면 자산 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한 랩어카운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려면 가까운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가 상담하면 된다. 현재 삼성증권, 대우증권, LG투자증권 등 14개 증권사가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랩어카운트 최소가입 금액을 정해두고 있으며 대개 개인은 3000만원 이상, 법인은 1억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대우증권의 리서치형과 추세형이 최소 가입금액 1000만원으로 가장 낮고, 선물거래로 위험을 헤징하는 상품들은 1억5000만원 이상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예상대로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미만의 개인고객이 전체 계약건수의 77.3%를 차지했다.

    영업점에 나가면 금융자산관리사(FP)로부터 투자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상담을 받게 된다. 보통 증권사들은 고객들을 보수형, 안정형, 균형형, 적극형, 공격형 등으로 분류해 서로 다른 자산배분 전략을 권유한다. 핵심적인 것은 위험성이 큰 주식의 배분 비율이다. 공격형일수록 주식 비중이 높아진다.

    투자계약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투자일임’의 정확한 의미다. 투자일임에 동의하면 규정을 어긴 불법적인 거래가 아닌 이상 손실이 생겨도 기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나중에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면 계약자 이름으로 신용계좌, 위탁계좌, 선물옵션계좌가 개설된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선물, 옵션도 투자 대상이다. 자산운용업법이 본격 시행되면 부동산이나 금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식이다. 전체적으로 주식에서 수익률의 우열이 결정된다. 랩어카운트 가입자 가운데 개인은 주식(61.65%)을 선호하고, 법인은 주식(36.0%)과 수익증권(35.9%)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탁매매 수수료 면제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해 직접 주식투자를 하면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매번 위탁매매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면 이 수수료가 면제된다. 그 대신 자산 평가액의 0.3~0.75%(주식) 또는 0.1%(유가증권)를 랩 운용수수료로 분기마다 내야 한다. 6개월 기준으로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도 있다. 그러나 랩어카운트는 투신사의 펀드와는 달리 별도의 해지수수료가 없다. 아무런 부담 없이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에는 중소형 증권사까지 가세하면서 수없이 많은 랩어카운트 상품이 쏟아져나왔다. 안정형, 리서치형, 추세형, 인덱스형, 코어밸류형, 마켓플러스형 등 이름만 들어서는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판매되는 랩어카운트 상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리서치형, 절대수익추구형, 자유형 등이다. 증권사가 붙여놓은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세 유형의 기본적인 골격은 비슷하다.

    ‘태풍의 눈’ 랩어카운트로 큰돈 버는 법

    랩 어카운트를 운용하는 증권사들은 작전종목 편입을 막기 위해 매매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

    리서치형은 각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에서 뽑아내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운영한다. 모델 포트폴리오는 거시경제지표와 시장의 흐름, 업종별 전망, 개별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 20~30개의 유망종목으로 구성된다. 이 경우 수익률은 결정적으로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에 좌우된다. 그러나 모델 포트폴리오가 나와 있어도 실제 개별 고객의 자산을 어떤 종목에 편입해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는 가입상품의 유형, 그때그때 시장의 사정을 반영해 자산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머니매니저가 최종적으로 정하게 된다.

    절대수익추구형에는 선물옵션 거래가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 미국 헤지펀드의 운용 전략을 활용해 주식시장의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률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상승장에서는 평균 상승률 이상의 최고 수익을 원하고,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최소화되길 바란다. 절대수익추구형은 주식 매수 물량만큼 선물계약을 걸어 놓기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매입 종목이 시장의 평균수익률(KOSPI 200)을 초과해 상승하는 만큼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상승률이 시장평균에 못 미쳐도 선물계약 때문에 손실은 나지 않는다. 하락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균 하락률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발생한다. 절대수익추구형은 저위험-저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수익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자유형은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기본적인 틀을 미리 정하지 않고, 투자 대상에서 배분 비율까지 모든 걸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대1 펀드’라는 랩어카운트의 기본 개념에 충실한 가장 고객지향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 가입금액이 좀 많은 편이다. LG투자증권의 경우 자유형인 ‘노블리스’에 가입하려면 5억원 이상 있어야 한다.

    감독장치 보완해야

    물론 랩어카운트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신사들은 랩어카운트에 대한 제대로 된 감독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투신사의 펀드는 투자신탁업법과 금융감독원의 감독규정에 따라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는다. 고객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반면 랩어카운트는 모든 것이 증권사에 맡겨져 있다. 사고에 취약한 것이다.

    그러나 증권사들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나름대로 오랜 준비를 해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매매 시스템의 통제다. 이에 따르면 투자일임을 받았다고 해서 머니매니저가 마음대로 매매 종목을 고를 수 있는 것 아니다. 리서치 센터가 제시한 투자 가능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종목은 아예 전산상으로 매수 처리가 되지 않는다. 내부 결탁을 통한 작전 종목의 편입 가능성을 처음부터 막아놓은 것이다.

    수익률도 언제든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주식시장의 상승세로 수익률이 높아 문제가 없지만, 주가 하락기에 접어들면 크고 작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수익률 관리는 투자자나 증권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3단계 리스크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때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얼마나 감내할지 미리 정할 수 있다. 또한 일정수준의 수익률이 유지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개별 고객의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증권사에서 선정한 전략적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보다 떨어질 경우, 이를 즉각 복제하게 된다. 전략적 포트폴리오는 또 항상 종합주가지수(KOSPI) 같은 벤치마크 지수와 비교된다. 전략적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자동적으로 복제가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는 손절매 수익률과 전환 수익률을 사전에 입력해 두는 방법이 있다.

    삼성증권 시장점유율 67%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에 올인 전략을 구사하면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의 스타급 인재들이 속속 랩어카운트에 투입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이 시장을 양분한 상태. 삼성증권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67%에 이른다. 김영곤 삼성증권 랩운용팀장은 “한동안 빠른 속도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지금은 조금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속 시원하게 실시간으로 투자내용을 볼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에게 먹혀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삼성증권의 전략은 ‘삼성 랩의 명품화’. 탄탄한 영업조직이 삼성증권의 강점이다. 김영곤 팀장은 “랩어카운트의 승패는 결국 증권사의 리서치 능력에 달려 있다”며 “각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을 비교해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싱가포르는 평균 5년, 미국은 평균 10년의 기간을 두고 개인고객들이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데 비해 국내 고객은 단기간의 수익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익률을 좀더 장기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대우증권 이기헌 자산운용팀장은 랩어카운트의 인기 원인을 “한국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개인보다는 증권사가 낫다는 믿음을 투자자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우증권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한국대표기업지수(KLCI)를 기반으로 한 리서치형 상품을 주력을 밀고 있다. 이기헌 팀장은 “기본적으로 우량주 중심으로만 투자를 한다”며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종목 선정도 중요하지만, 자산배분과 업종 헤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기헌 팀장이 강조하는 것은 ‘틀릴 확률’의 최소화. 수익률을 높이는 데는 이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3할대 타자는 7할이 빈타라는 뜻이에요. 7할의 빈타 확률을 10%만 낮추면 효과가 금방 나타나죠. 시장은 항상 옳다고 봐요. 그걸 맞추는 것보다, 틀리지 않는 게 중요하죠.”

    랩어카운트가 1대1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투자자들의 지나친 ‘잔소리’는 증권사들의 고민거리다. 이기헌 팀장은 “자기 계좌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보니 전화가 많이 온다. 왜 고점에서 안 팔았냐고 답답해하는 고객도 있다. 증권사도 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의 지나친 간섭은 자칫 운용자를 위축시켜 오히려 계좌 전체의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수익률 단순 비교는 금물

    랩어카운트가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부터 수익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서명석 랩운용팀장은 “수익률의 단순 비교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각 개인 계좌마다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만 공개한다. 서명석 팀장은 “모두 수익률을 두고 유리한 쪽으로만 이야기한다”고 꼬집는다. 서 팀장은 업계에서는 드물게 투자전략 분야에서만 12년 동안 근무했으며, 지금도 투자전략팀장과 랩운용팀장을 겸임하고 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자산배분이 그의 강점이다.

    서명석 팀장은 “초기 6개월 동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랩어카운트 출시 직후 가입한 고객들의 첫 계약기간이 끝나는 6개월 뒤면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기간동안 최선의 수익률을 내기 위해 증권사들이 전력투구할 게 분명하다. 서명석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증권사의 상품이든 랩어카운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주가가 고점 부근에 있어 부담스럽지만, 이럴 때는 자산배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상품이 유리하다.

    우리증권 장동헌 랩운용본부장은 1990년대 말 박현주 펀드와 함께 실명펀드의 선두그룹을 구성했던 ‘장동헌 펀드’로 유명한 스타급 펀드매니저. 우리증권이 랩어카운트를 시작하면서 SK투자신탁운용에서 전격 스카우트한 케이스다. 우리증권은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나 법인, 거액 개인투자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며, 절대수익추구형 상품이 주력이다. 장동헌 본부장은 “랩어카운트가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하락 국면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싸늘하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기적으로 목표 수익률을 세워놓고 꾸준히 오를 수 있도록 운영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투자자도 현재의 수익률만 보고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해서는 안 된다. 장 본부장은 “여유 자금이 있다면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개념으로 랩어카운트에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정 부분을 랩어카운트에 투자하고, 은행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에는 일부를 랩어카운트로 옮겨 높은 수익률을 챙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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