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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패션모델 도신우의 오징어부추잡채

평범함 속에 감춰진 맛의 아름다움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패션모델 도신우의 오징어부추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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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모델이라면 흔히 몸매 잘빠진 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남성모델이라면 내심 ‘남자가 뭔 할 일이 없어서’라며 한 꺼풀 접고 바라보기 십상이다. 다원화된 세상에서 버려야 할 편견일까, 아니면
  • 받아들여야 할 한계일까.
패션모델 도신우의 오징어부추잡채
모델센터 인터내셔널 회장 도신우(都新祐)씨는 1969년 직업 남성모델들이 결성한 ‘왕실모델클럽’ 창단멤버 7명 중 한 사람이다. 35년이 지난 지금, 창단멤버 중 모델업계에 남아 있는 이는 그가 유일하다. 국내 최초의 남성모델이었던 그조차 국내에서 남성모델이란 직업이 갖는 한계와 어려움을 토로한다.

“모델은 여자에게는 좋은 직업이에요. 깨끗하면서 우아하고, 배우처럼 신체적 접촉도 거의 없잖아요. 자유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남자라면 다르죠. 무엇보다 시장이 넓지 않아요. 따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취미로 한다면 또 몰라도. 젊은 시절 한번쯤 해본다면 좋은 추억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오랜 기간 모델업계에 종사하면서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TV드라마 연기자는 물론 광고모델도 터부시하던 1960~70년대에 모델이라고 하면 ‘이상한 별종’이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어요. 모델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런데 도씨의 얼굴을 보면 그다지 고생한 사람 같지 않다. 이력대로라면 최소한 50대 중반은 넘을 나이지만 40대 초반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결을 물으니 그의 대답이 조금 엉뚱하다. “저는 나이 든 사람들 가는 곳은 싫어해요. 나이 어린 모델들이나 스태프들과 대화가 통하려면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음식점이나 카페도 젊은층이 선호하는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쪽 아니면 안 가요. 머리도 미용실에서 깎지요.”

패션모델 도신우의 오징어부추잡채

◀모델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모델들과 도신우씨.<br>▶한 예비모델이 도씨의 요리를 돕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모델센터가 들어서 있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빌딩 지하 식당가에 있는 중화요리 전문점 ‘비즈차이나’다. 이곳은 주인이 편하게 대해주기도 하지만 음식이 입맛에 딱 맞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



그도 보통 남편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요리해본 경험은 기억조차 희미하다. 하지만 요리를 부탁하자 “기회가 있으면 해볼 생각이었다”며 선뜻 도전의사를 밝혔다. 그는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즐겨먹는다는 ‘오징어부추잡채’를 선택했다. 요리 재료를 대충 썰어서 버무리면 될 것으로 여겼던 것. 그러나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도씨는 주방장으로부터 한 수 한 수 가르침을 받아 요리를 만들면서 “먹을 때는 몰랐는데 여간 복잡한 게 아니네”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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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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