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호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 입력2004-07-30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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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브라질 쪽 접근로인 ‘무지개 다리’ 위에서 바라본 이과수폭포의 장관.

    ‘거대한 물’. 원주민인 과리니 인디오 언어인 ‘이과수(Iguacu)’에 담긴 의미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국에 걸쳐 있는 이과수는 크고 작은 폭포가 275개, 전체 폭이 2700m, 우기에는 초당 1만3000t의 물이 흘러내리는, 지상에서 가장 큰 폭포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어디를 둘러봐야 할지 어리둥절할 정도.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하려면 브라질 지역을 찾는 것이 좋고 자연생태계를 체험하기에는 아르헨티나 지역이 적합하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조언이다.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무지개 다리’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들.

    브라질 포스두 이과수시(市)에서 자동차를 타고 30분 남짓 달리면 세련된 폭포 관리사무소 건물을 만난다. 이 사무소를 통과하기가 무섭게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때린다. 정글이나 다름없는 숲에 가려 볼 수는 없지만 근처 어디에선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차에서 내려 계곡과 숲을 따라 연결된 가파른 산책로를 10분쯤 걷자 드디어 웅장한 폭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위험해서 더 재미있는 정글탐험

    폭포의 엄청난 규모를 설명하는 데는 감탄사 이외에 적합한 단어가 없다. 한참동안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서야 주변의 작은 다리를 발견하게 된다. 서너 명이 가까스로 지나갈 수 있는 이 ‘무지개 다리’를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하다 보면 폭포가 한층 가까이 다가선다. 이곳에서 바라본 이과수폭포는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 그 자체다. 멀리서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폭포는 저마다 다른 모양의 물줄기와 형태를 갖추고 있고 그 분위기 또한 제각각이다.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브라질 지역 전망대 바로 아래에서 내려다본 이과수폭포.

    브라질 쪽에서 접근하는 이과수폭포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정글 탐험이다. 전문가이드를 따라 이동하는 정글 투어의 경우 지프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전한 곳에서는 차량에서 내려 주변을 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전한 곳이라 해도 위험한 일들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늘 가이드의 말에 따라야 한다. 이곳에선 나무 사이로 이동하는 커다란 뱀과 숲 속을 헤집고 다니는 이구아나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과수폭포의 산책로에서는 야생너구리도 수시로 출몰하는 데 관광객을 늘 접한 탓인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먹이를 찾는 모습이 애완견이나 다름없다. 그밖에도 이 지역에는 맹수류인 재규어를 비롯해 푸마와 긴꼬리수달, 카이만악어 같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지만 관람객이 둘러보는 코스에서는 다람쥐 같은 작은 야생동물과 화려한 빛깔을 간직한 토코쿤부리새, 황금앵무새가 나타날 뿐이다.

    정글탐험이 외관을 볼 수 있는 코스라면 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를 둘러보는 것은 폭포의 진면목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코스다. 거대한 물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는 보트에서 본 폭포는 전망대와 다리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하다. 짧은 시간에 거대한 폭포는 샅샅이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모양과 높이가 저마다 다른 현무암 바위층만 해도 훌륭한 볼거리다.

    공포감 앞서는 ‘악마의 목구멍’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폭포 아래를 관람하기 위해 보트를 타려면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이과수폭포를 아르헨티나 지역에서 관람하려면 국경을 넘어 푸에르토 이과수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국경검문소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이과수폭포의 하이라이트라는 ‘악마의 목구멍’으로 출발하는 선착장.

    작은 보트를 타고 10여분 이동해 도착한 ‘악마의 목구멍’의 입구는 너무도 조용해 적막감에 젖을 정도다. 나지막한 현무암 바위 위에 자라난 나무와 잡초 사이로 난 다리를 건너면 물이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무지개와 엄청난 소리에 경이로움보다는 공포감이 먼저 엄습한다. 사방이 낭떠러지로 둘러싸인 이 ‘악마의 목구멍’은 협곡의 깊이와 폭 또한 엄청나서 물보라가 지상에서 150m까지 튀어 올라간다. 폭포에 이르기 직전까지는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해 지형을 잘 모르는 인디언들이 이곳에서 자주 목숨을 잃어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① 산책로 곳곳에 피어 있는 야생난초 에란기스 스트라툼. <br>② 이과수폭포 지역의 정글이나 숲에서는 몸체가 20cm가 넘는 커다란 나비를 수시로 볼 수 있다. <br>③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 이구아나.



    숨마저 멎게 하는 ‘지상 최대의 쇼’ 남아메리카 이과수폭포

    흡사 호수처럼 고요한 ‘악마의 목구멍’ 상류. 자칫 실수하면 폭포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폭포와 선착장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산마르틴 섬은 다양한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거센 물결 속에서만 자라는 수중식물을 비롯해 야자수와 대나무, 난초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학자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폭포 어귀에 자리잡은 푸에르토 마을은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상과 자연생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라져가는 맹수들

    푸에르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폭포 어귀에는 이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표본을 비롯해 과거 이곳을 탐험했던 이들의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는 아담한 자연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의 자연생태계는 물론 원주민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쉬운 것은 수십 년 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다는 푸마와 재규어, 오셀롯, 아메리카테이퍼 같은 동물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을 애닯게 만드는 인류유산지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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