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내대표실과 부속실은 대변인 행정실 등과 연결되어 있는데 의원, 당직자, 출입기자 등 국회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마침내 인터뷰 시작. 잠시 후 한나라당 공보부대표인 나경원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강 대표가 “인터뷰 중이라고 말했나”라고 묻자 보좌진은 “예, 그런데 급하답니다”라고 했다. 강 대표가 전화를 받아 무언가를 지시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선 회의에서 강 대표가 “쌀 협상 비준안 국회 처리를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참여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연계하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 나왔다. 강 대표와 통화한 뒤 나 의원은 국회 기자실로 가 “강재섭 원내대표에게 확인했는데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두 사안을 연계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회견을 했다.
강 대표가 이날 “열린우리당은 무책임과 경박함, 독선으로 일관했다”고 한 열린우리당 창당 2주년 평가도 즉각 매스컴을 탔다.
요즘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열린우리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대외적으로 한나라당을 대표한다면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회 입법활동을 총지휘하면서 법안 통과, 예산안 확정, 여야간 정치적 합의 등 가시적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어 그의 정치적 위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동맥경화’ 벗어나려 노력 중
-지난 3월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죠?
“대표가 될 때는 당이 어려웠습니다. 나도 구원투수가 되겠다는 심정이었죠. 당이 정국의 이슈를 선점해 국정의 중심에 놓이도록 진력했습니다. 되는 건 된다, 안 되는 건 안 된다, 분명하게 해나가려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사법은 합의처리해주되 국가보안법 폐지는 안 된다는 식으로요. 당이 과거에 비해 단합이 잘 되고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고 자평합니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아직 멀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데요.
“그런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나는 당 개혁의 포인트를 ‘신속함’에 뒀습니다. 의사결정을 원활하게, 빠르게 하도록 했습니다. 심장의 피가 발끝까지 빨리 다다르게 해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도록 말이죠. ‘한나라당은 동맥경화 걸린 정당’이라는 말, 그동안 많았잖아요. 요즘 그 말 좀 안 들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정국 이슈에 끌려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한나라당이 여권에 끌려다녔다면 지난 10월 재선거에서 압승할 수 없었을 겁니다.”
5선(13∼17대)의 강 대표에겐 항상 ‘차세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는 ‘신선함’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정치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부정적 의미가 더 컸다. 그래서인지 의정기간 17년 중 당의 원내대표가 된 요즘이 가장 분명하게 자신의 색깔을 내보이는 시기로 비쳐진다.
-한나라당의 재선거 압승을 두고 여권 실정(失政)의 반사이익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런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령 당구 실력이 300점이라면 우연과 운까지 합쳐서 300점인 겁니다. 재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습니다. 현 정권이 민생경제를 파탄냈는데 국민이 표를 주겠습니까. 당연한 귀결입니다.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약세 지역인 경기도 부천, 광주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고, 대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40%가 넘는 표를 얻었습니다. 과거의 지역구도는 상당부분 희석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등 여권에선 ‘수출실적, 주가 등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데도 이것이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경제성장률 저하,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몇몇 대기업만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해요. 여권의 자화자찬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장관은 얼마나 오만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