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코스의 열 배에 해당하는 약 420㎞를 75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완주한 저자의 실화를 담은 휴먼 스토리. MBA 출신의 잘나가는 화이트칼라인 딘 카르나제스는 부유한 라이프스타일과 훌륭한 복리후생을 보장하는 직장생활에 익숙해졌지만 늘 뭔가 빠진 듯한 기분을 느껴왔다. 서른 살 생일에 한 산악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자신이 인생을 허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학창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하며 누렸던 기쁨이 떠올라 밤새 50km를 내달린다. 그 뒤로 고급차를 마다하고, 출근 직전 새벽마다 20여km씩 남몰래 연습한 끝에 160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서부주 100마일 대회’에 출전, 완주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그 뒤 시에라 네바다와 몽블랑의 험한 산맥을 달려서 넘기도 하고, 지구에서 가장 뜨겁다는 데스밸리를 가로지르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남극을 달린 마라토너가 된다. 심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을 거듭하던 그는 지난해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배드워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승리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한계를 깨닫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그가 요즘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뛰지 못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달린다. 자신에게 향해 있던 관심을 세상 사람들로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달리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변화, 극한 상황에 도전하며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해냄/ 268쪽/ 9000원
만화 황우석(전 2권) 정영훈 지음, 김재연 그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 황우석 박사의 성장과정과 그가 진행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만화로 표현한 책. 1권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출생부터 일본유학 기간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2권에는 처음 동물복제 연구를 시작해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성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어릴 적 품은 ‘수의학 박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번도 옆길로 새지 않은 황 박사의 성장과정을 서술한 1권은 황 박사의 고향 마을 사람들, 친구와 선후배 등 실존 인물들과의 인터뷰가 생동감을 더한다. 2권은 황 박사의 화려한 성공기와 함께 줄기세포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이 담겨 있다. 동아사이언스/ 각 192쪽/ 9000원
중국화인열전 서위 저우스펀 지음, 서은숙 옮김
중국 근대화와 현대화는 물론 한국 화단에도 영향을 끼친 예술가 서위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한 전기소설. 서위는 물의 고장 소흥(紹興)의 유복한 집안의 서자로 태어나 불우한 삶을 살았다. 관직에 연연했지만 과거시험에 수없이 낙방했으며 첫부인이 19세에 요절하는 불운을 당했다. 그는 45세에 대못으로 자신의 귀를 찔러 사람들을 경악케 한 것으로도 모자라, 쇠스랑으로 후처를 살해하고 만다. 광기로 얼룩진 인생이었으나 정통에 도전한 그의 그림은 독특한 화풍을 완성하며 그를 ‘중국의 표현주의 화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그림을 배운 적이 전혀 없으며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붓을 들었다는 점은 삶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창해/ 391쪽/ 1만9000원
비주류 본능 장석주 지음
‘신동아’에 매달 감각적이고 내실 있는 글을 연재하며 출판물 홍수에 휩쓸려 놓치기 쉬운 보석 같은 책을 건져 소개하고 있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장석주씨의 산문집. 2000년 서울 생활을 접고 안성으로 내려가 수졸재라 이름지은 거처에 머물고 있는 그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비주류 생활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철학적 이치를 서정적인 글에 담았다. ‘근심도 꽃이다’ ‘내 핏속의 야생 호랑이’ ‘죽음, 삶의 긴 여정에서 지나치는 정거장’ ‘딸에게 쓰는 편지’ ‘국수’ 등의 글에는 때깔 좋으나 실속 없는 주류에 대한 통쾌한 풍자가 번뜩인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작가 자신의 판화 솜씨도 수준급이다. 영림카디널/ 216쪽/ 1만원
담판 리우삐롱 지음, 박종연 옮김
‘손자병법’을 큰 줄기로 하고, ‘몽골병법’ ‘흉노병법’ ‘오륜서’ 등의 동양 병서들에서 무기나 전술보다 더 긴요하게 쓰인 협상의 비법을 골라 정리한 책. 협상 현장의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담아 최적의 ‘카드’를 습득할 수 있다. 타이완 둥우(東吳)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담판연구발전협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인 저자는 동양 고전에만 의존하지 않고 헨리 키신저, 저우언라이 같은 세계적인 협상 전문가들이 복잡한 문제와 갈등을 명쾌하게 담판짓는 과정을 소개하며 협상에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전술, 세세한 기술을 설명해준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유형별로 도출하고 그 해결책을 ‘손자병법’의 승자 원칙에 접목시켜 일러준다. 이코북/ 383쪽/ 1만8000원
관중(전 2권)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 양억관 옮김
깊은 우정을 뜻하는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의 드라마 같은 삶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격동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제(齊)나라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포숙과의 우정이 고사성어로 남아 있는 데 반해 관중의 실제 삶이나 포숙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일본의 유명한 역사소설가인 저자는 감수성 어린 상상력으로 관중과 포숙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역사적 진실이 결핍된 부분을 만족스럽게 채워넣는다.
소설은 유학생인 포숙이 우연히 관중을 만나 배움을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포숙은 관중의 재능과 자질을 알아보고, 관중이 조정에 등용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제나라의 서로 다른 주군을 모시게 되고, 정치적 라이벌로 성장하면서 소설은 점점 흥미로워진다. 두 사람의 숙명적인 대결을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묘사한 병차 전투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다. 공자나 사마천이 상찬을 아끼지 않은 제나라의 명재상이자 훌륭한 지략가였지만 포숙과의 경쟁에서는 우정에 대한 고민이 앞서 번번이 패배하는 관중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인다. 친구에서 적으로, 다시 동지로 바뀌는 극적인 반전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황금부엉이/ 각 272쪽, 280쪽/ 각 9800원
고조선 사라진 역사 성삼제 지음
건국 시기, 단군의 실존 여부, 한사군의 위치 등 고조선을 둘러싼 쟁점들을 분석한 책. 2001년 일본 후쇼사 역사교과서 사태 때 교육인적자원부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실무반장을 역임하고, 현재 지방교육재정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고조선 역사를 둘러싼 논쟁이 “‘다빈치 코드’보다 더 흥미롭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국사교과서 내용에 많은 의문을 표시하는 고등학생 딸을 위해 일본역사교과서왜곡대책반 활동 시기부터 개인 비망록에 기록해둔 것들을 책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 또래 청소년이 편견 없이 고조선 역사의 쟁점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동아일보사/ 256쪽/ 1만원
한국 속의 세계(전 2권) 정수일 지음
동서 문명교류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정수일 고려대 초빙 교수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묻어 있는 세계 교류의 흔적을 찾아 소개한 책.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지난 1년 동안 ‘한겨레신문’에 매주 연재한 ‘문명교류기행’을 다듬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다. 2권에 걸쳐 50가지 테마를 다루는데 단군신화, 빗살무늬토기, 고인돌, 동검 같은 고대 문명부터 서복과 허황옥, 처용 등의 역사적 인물, 신라 금관과 백제금동대향로, 무령왕릉 석굴암 등이 포함된다. 수로왕비 허황옥이 인도에서 건너온 공주였다거나 금동대향로의 모양이 서역 악기와 닮았다는 내용 등을 접할 때 과연 ‘고유의 것’이라는 말이 타당한가 의심하게 된다. 창비/ 각 244쪽, 256쪽/ 1만3000원
건축사의 대사건들 우르술라 무쉘러 지음, 김수은 옮김
건축물에는 건축주의 탁월한 안목과 고집이 고스란히 녹아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때로는 명예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힌 건축주가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국민의 노동력을 착취한다. 위대한 건축물 탄생에 건축주 이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건축가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예술가이지만 공명심에 불타는 과대망상증 환자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건축물은 그 자체가 권력의 상징이자 예술 작품이며 실로 파란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독일의 건축가인 저자는 고대 피라미드와 바벨탑에서 20세기 브라질의 새로운 수도에 이르기까지 세계 건축사를 가로지르는 31건의 사건을 드라마처럼 펼쳐 보여준다. 열대림/ 352쪽/ 1만6500원
대부 돌아오다(전 2권) 마크 와인가드너 지음, 권도희 옮김
1999년 작고한 마리오 푸조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대부’의 후속편. 미국 출판사 랜덤하우스에서 ‘대부’의 캐릭터를 토대로 후속편을 집필할 작가를 공개 모집한 끝에, 플로리다대 문학창작 교수이자 소설가인 마크 와인가드너가 선정돼 원작의 신화적인 인물들을 되살려냈다. 비토 코를레오네가 죽은 뒤, 뉴욕 마피아 패밀리의 권력을 잡은 마이클 코를레오네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야심가다. 조직을 합법화하기 위해 정적을 차례로 제거하고, 대통령 후보인 지미 시아를 당선시키려 물밑 작업을 활발히 한다. 작가는 현재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미국 마피아 조직과의 연관성을 파헤친 ‘대부의 복수’를 집필 중이라고 한다. 늘봄/ 각 380쪽 내외/ 각 1만2000원
차이나 주식회사테드 피시먼 지음, 정준희 옮김중국 이류기업을 찾아서 박승록 지음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세계에 미친 영향은 거대하고, 폭발적이어서 그 전모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 경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
먼저 ‘차이나 주식회사’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며 무역업체를 경영해본 저자가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공장, 시장, 거리, 상점, 마을, 도시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중국의 자본주의를 체험하고, 중국이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는 ‘메가 트렌드’에 대해 깊이 있게 취재했다. 그는 중국이 저가의 보급형 제품만으로 승부하고 있지 않으며 이미 초강력 산업국으로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삼성과 LG, 일본의 미쓰비시와 소니, 미국의 MS, 핀란드의 노키아. 그렇다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중국 경제의 위협적인 성장 속도가 화두가 되지만 정작 중국 기업 하나를 떠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중국 일류기업을 찾아서’는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인 저자가 2년간 발로 뛰어 기록한 중국 현장 보고서다. 저자는 가전, 반도체, 이동통신, 철강,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을 이미 따라잡았다고 할 만한 중국 기업들을 깊숙이 해부한다. 김영사/ 501쪽/ 1만9900원, 굿인포메이션/ 456쪽/ 1만6000원
통제하의 북한예술 제인 포털 지음, 권오열 옮김
수수한 치마저고리 차림에 붉은 립스틱과 귀고리. 묘한 매력을 뿜는 여성의 전신을 담은 표지가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신비감으로 둘러싸인 북한 예술을 소개하고 있다. 대영박물관 아시아관 부관장인 저자는 2001년과 2002년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하고 돌아와 북한 관련 서적과 전문가들을 접하고, 역사적 고증을 거쳐 책을 완성했다. 남과 북,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저자는 대형 모자이크화나 카드섹션, 집단 대공연 등 우리에게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북한 예술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시각예술을 소재로 북한의 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길산/ 244쪽/ 1만8000원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 와이즈멘토 지음, 진선규 그림
장래희망을 물으면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관되게 ‘과학자’라고 대답하는 아이는 일찍이 꿈을 정했으니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가? 진로지도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진로성숙도가 낮은 아이라고 평가한다. 초등학생 때 꿈이 과학자였다면 중학생 때는 생물학자, 고등학생ㅇ 때는 분자생물학자와 같은 형태로 범위가 좁아져야 바람직하다는 것. 진로성숙도를 높이려면 다양한 직업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진로지도 컨설팅업체 와이즈멘토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직종과 앞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 첨단 직업 20가지를 엄선해 소개한다. 선정된 직업의 현재 위상, 종사자의 일상,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동아일보사/ 164쪽/ 9000원
매혹의 클래식카 세르주 벨뤼 지음, 김교신 옮김
프랑스 작가 세르주 벨뤼가 전 시대에 걸친 자동차 모델을 분석해 그중에서도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명차 50종을 골라 소개한 책.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카 경주에 참가한 파나르 & 르바소 밀로르(1891, 1895년)로 시작해 어뢰를 닮은 차 자메 콩탕트(1899년), 자동차 산업의 출발점을 상징하는 포드 T(1908, 1927년), ‘은색 화살’로 불리던 메르세데스벤츠 W196(1954, 1955년), 전설의 페라리 250GT(1954, 1964년) 등 매혹적인 스타일의 클래식카의 탄생 과정과 시대적 배경, 성능 등이 컬러사진과 함께 실렸다. 시대를 대변하는 완벽한 스타일, 수공업 생산방식이 가져온 희소성에서 비롯된 아우라가 느껴진다. 시공사/ 152쪽/ 1만8000원
영웅격정사 한정주 지음
사마천의 ‘사기’와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인물 비평에 관한 한 시대를 초월하고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동서양의 대표적 고전이다. ‘영웅격정사’는 ‘사기’와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각각 6명의 인물을 골라 그들의 삶을 스캔들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거기서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여러 과제의 해법을 찾는다. ‘고전연구회’ 활동을 통해 고전의 대중화에 힘써온 저자는 중국의 상앙(商?)과 그리스의 솔론(Solon)을 역사적 전환과 선택의 시기에, 개혁을 통해 진(秦)나라와 아테네를 새로운 국가로 변모시킨 인물로 그린다. ‘진시황과 카이사르’처럼 동양과 서양의 영웅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포럼 /416쪽/ 1만4500원
박정희의 양날의 칼 김형아 지음, 신명주 옮김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국내외 자료와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분석한 책. 호주국립대 아시아-태평양학 대학원 정치·사회변동학과 교수인 저자는 찬양과 비판을 넘어 박정희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그는 “박정희의 중화학공업 육성정책과 유신은 한쪽 없이는 나머지 한쪽도 존립할 수 없는 ‘양날의 칼(double-edged sword)’이었다”며 박정희가 중화학공업을 추진한 까닭을 당시 한미관계에서 찾는다. 미국이 베트남을 포기한 것처럼 한국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중화학공업 육성을 자주국방정책의 일환으로 삼았다는 것. 그리고 유신헌법은 박정희가 손잡은 엔지니어 출신의 기술 관료들이 정치의 바람을 타지 않고 일을 하도록 모든 압력을 막아내는 장치였다고 분석한다. 박정희가 장기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려 한 것은 사실이나 저자는 “박정희는 공업화된 근대 한국이라는 더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난해 영국에서 출간된 ‘Korea’s Development under Park Chung Hee’의 한국어판이다. 저자는 1974년 유신체제가 싫어 홀로 한국을 떠나 31년간 호주에서 살며 국적도 바꾼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박정희 체제가 싫어 고국을 떠났지만 자료를 토대로 학문적으로 접근하면서 당시는 박 대통령이 ‘양날의 칼’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시대였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일조각/ 414쪽/ 2만원
칸의 후예들 라시드 앗 딘 지음, 김호동 옮김
칭기즈 칸이 이룩한 몽골제국 중에서 지금의 이란 일대를 지배한 일 칸(il qan) 왕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저술한 세계사 ‘집사(集史)’. ‘집사’는 14세기 초엽까지 몽골제국사를 필두로 세계 각 민족 역사와 각 지역 지리를 서술한 세계사라고 할 만하다. ‘칸의 후예들’에는 ‘몽골제국이 남긴 ‘최초의 세계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역자인 서울대 동양사학과 김호동 교수는 페르시아어로 씌인 방대한 역사서 완역에 매달린 결과 2002년 ‘부족지’, 2003년 ‘칭기즈 칸기’에 이어 3부 격인 ‘칸의 후예들’을 펴냈다. 우구데이를 시작으로 구육, 뭉케, 쿠빌라이, 티무르에 이르는 5명의 대칸과 칭기즈 칸의 배다른 세 아인 주치와 차가타이, 툴리킨을 다루고 있다. 사계절/ 536쪽/ 3만2000원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자크 아탈리 지음, 주세열 옮김
프랑스 사회당의 이론가이자 11년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활동한 지성 자크 아탈리가 현 프랑스 사회당의 문제점을 살피고, 새로운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모색한 책. 저자는 프랑스의 사회당이 오른쪽으로 많이 기운 이른바 ‘시장 사회민주주의’로 편향됐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길’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그가 말하는 인간적인 길이란 인간의 책임성을 강화하며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용될 때 큰 값어치를 갖는 ‘양질의 시간’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다소 유토피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사회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될 만하다. 에디터/ 228쪽/ 1만2000원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박형진 지음
변산반도 바닷가 꾸불텅꾸불텅 난 길을 따라 모항에 닿으면, 띠목마을이 나온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농사꾼 박형진씨. 전어회 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그는 글도 구수하고 맛깔나게 쓴다. 이 책은 10년 전 펴낸 산문집 ‘호박국에 밥 말아 먹고 바다에 나가 별을 헤던’을 다듬은 것으로 중학교 중퇴 이후 줄곧 땅을 갈며 살아온 저자의 소박하고 청정한 시골생활 예찬론이 담겨 있다. 박씨는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농부 시인’. 후덕한 촌부의 생활을 전하는 글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데, 책 한 귀퉁이에 설명을 달아놓아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시뿌장스러운-마음에 차지 않아서 시들한’ 같은 식이다. 소나무/ 281쪽/ 8800원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트 조 시게유키 지음, 윤정원 옮김
후지쯔의 인사부에서 일한 조 시게유키가 후지쯔의 ‘날개 없는 추락’을 사례로 자국의 전통과 문화에 맞는 성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후지쯔는 일본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성과주의를 도입한 회사다. 후지쯔의 미국식 성과주의 도입은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유지해온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후지쯔는 성과주의 도입 후 IBM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후지쯔는 IT산업의 거품이 꺼지는 순간 무너져내렸다. 저자는 성과주의는 단순한 인사시스템의 변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시스템 도입 목적과 이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한다. 들녘/ 212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