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최근 ‘배둘레햄’족이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체질량지수(BMI)가 심장마비 위험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됐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25~29는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캐나다 맥매스터대 유수프 박사는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에서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허리-엉덩이 비율이 체질량지수보다 심장마비 위험을 평가하는 정확도가 3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수프 박사는 논문에서 아메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인 2만7098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허리-엉덩이 비율이 높을수록 심장마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수프 박사는 허리둘레가 75㎝, 엉덩이둘레가 90㎝인 사람은 허리-엉덩이 비율이 0.83인데 이 수치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여자는 0.85, 남자는 0.90을 넘으면 심장마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허리 주변의 지방세포가 인슐린 분비 시스템을 해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킬 확률을 높이는 반면 엉덩이 살은 오히려 근육이 많아 심장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허리둘레가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미국 위스콘신의대 샨쿠안 주 박사는 전국 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만969명의 자료를 분석, 체중보다 허리둘레가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혈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는 허리둘레가 89cm, 101cm, 여자는 83cm, 94cm인 경우 각각 체질량지수 25, 30에 해당하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한국인의 복부비만 판정기준도 새롭게 마련됐다. 대한비만학회는 성인 65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허리둘레가 남자 36인치(90cm), 여자 34인치(85cm) 이상인 경우 복부 비만으로 규정했다. 아시아태평양 기준치를 따라 2000년부터 남자 36인치, 여자 32인치를 적용해오다 민족적 특성을 고려해 기준치를 수정한 것. 키와는 상관없이 허리둘레가 기준치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인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