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호

광주 오포 아파트 인허가 관련, 손학규 경기지사 공문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12-15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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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 지사 ‘합법’ 의견 달아 건교부에 법 저촉 여부 질의
    • 건교부 ‘승인불가’ 답신 했다 ‘가능’으로 번복
    • 경기도 두 달 뒤 J사 사업‘도위원회’ 올려 허가
    • 아파트 건설 시행사 J사는 한현규씨에게 10억원을 주면서 무엇을 청탁했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J사의 요구는 실현됐다. 최종 결정권은 손학규 지사에게 있었다.
    광주 오포 아파트 인허가 관련, 손학규 경기지사 공문

    2004년 4월26일 손학규 경기 지사가 건교부 장관에게 보낸 질의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전 경기도 부지사)은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고산리 임야에 아파트 건설 인허가를 내달라는 청탁과 함께 J사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11월4일 구속됐다. ‘한겨레’는 “한 원장은 J사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손학규 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 지사는 ‘한겨레’ 발행인 등 5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하는 한편 이들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손 지사가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손 지사의 금품 수수 여부 공방과는 관계 없이 J사의 고산리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손 지사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춰 따져보는 것은 공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손 지사 측근인 전직 부지사가 인허가 청탁과 함께 J사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J사 소유의 고산지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지구(임야)로서 대규모 개발계획(31만㎡)은 수도권의 공익과 직결되며, 해당 인허가건은 시행사인 J사와 시공사인 P사엔 큰 이권이기 때문이다.

    우선 J사측이 한현규 원장에게 10억원을 주면서 ‘무엇’을 청탁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경기도의 한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J사는 하수처리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한 원장에게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과는 배치된다. 검찰은 “J사는 2004년 11월 ‘1종(도시지역) 지구단위계획결정이 빨리 나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한 원장에게 4억원을 줬다. 이후 6억원을 더 줬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11월경의 청탁 대상은 ‘하수처리 물량’이 아닌, ‘지구단위계획결정’이었던 것이다. 지구단위계획결정은 경기도청 관할 사안이며, 최종 결정권자는 손학규 지사다.

    광주 고산지구는 ‘도시계획’이 되어 있는 곳이다. 그 안에서 택지, 공원, 학교 등의 시설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데 필요한 것이 ‘지구단위계획결정’이다. 아파트 건설 시행사인 J사는 광역단체인 경기도로부터 고산지구 땅을 ‘택지’로 지구단위계획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엔 기초단체인 광주시로부터 하수배출 허용물량(가구수 결정 요인)을 배정받고, 이어 최종 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으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고산지구는 ‘그린벨트’보다 규제가 더 엄격하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존지구’다. 자연보존지구에선 택지 면적을 제한하며, 필요하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도 받도록 하고 있다.



    관건은 자연보존지구의 까다로운 행위제한 규정을 지구단위계획결정 심의 때 고려하느냐, 아니면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줄 때 고려하느냐였다. J사는 당연히 후자를 강력히 원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경기도청 공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26일 손학규 지사는 본인 명의로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자연보존권 내 택지조성 사업시 지구단위계획수립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저촉되는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위 관건사항에 대한 질의였다. 질의대상은 J사의 광주 고산지구와 인근의 광주 태전지구 두 곳이었다. 고산지구 시행사인 J사와 태전지구 시행사는 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지사는 질의서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행위제한 사항은 지구단위계획 수립 면적과는 별개의 사안임’이라는 의견을 첨부했다. 사실상 J사에 지구단위계획결정을 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달아 건교부에 질의한 것이다.

    광주시의 한 아파트건설 시행사 대표는 “광주에선 자연보존권 논란에 묶여 많은 시행사가 대기 중인데, 경기도 및 광주시가 특정업체 사업에 대해 ‘지구단위계획결정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달아 건교부에 질의한 경우는 2004년 4월26일의 J사와 태전지구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 오포 아파트 인허가 관련, 손학규 경기지사 공문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J사의 고산지구 아파트 조성 계획지역

    건교부는 지난해 5월15일 J사 사업에 대해 ‘택지개발사업을 승인해선 안 된다’는 ‘불가’ 답변을 경기도에 보냈다. 그러나 이후 감사원이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하자 건교부는 10월21일 “J사의 지구단위계획은 우선 결정될 수 있도록 하라”라고 내용을 전면 바꿔 경기도에 통보했다. 일부 언론은 감사원, 건교부에 대해 “일관성 없는, 특정업체에 유리한 처분”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도는 건교부의 번복 결정이 난 지 50일 뒤인 12월10일과 15일 두 차례 부지사 주재로 ‘경기도 공동(도시계획건축)위원회’를 개최해 J사의 지구단위계획결정 문제를 심의해 지구단위계획결정을 해주기로 했고 손 지사가 이를 최종 결정했다. 이때 경기도 공동위원회엔 J사와 태전지구 등 두 건만 심의대상에 올랐다.

    경기도의 한 간부는 “J사 지구단위계획결정 문제는 손 지사에게 보고를 올려 손 지사의 지시를 받아 추진했다”고 말했다. 2004년 경기도는 평균 월 1회 경기도 공동위원회를 개최했으며, 광주지역에 지구단위계획결정을 내린 것은 J사와 태전지구가 유일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보완사항이 있으면 지구단위계획결정이 나는 데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J사의 경우엔 광주시의 결정승인 요청에서 경기도의 결정승인까지 한 달 남짓 걸렸다. 손 지사는 12월24일 J사와 태전지구의 지구단위계획결정을 공고했다.

    J사가 지구단위계획결정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한현규 전 부지사 등에게 금품로비를 한 시점과 경기도 등 관련 기관이 결정허가를 내준 시점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다만 금품로비와 인허가 사이에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는다. 검찰 수사에서도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연보존지구에 특정업자의 대규모 개발을 허용한’ 중대한 공무(公務)의 발생 시점과 금품로비 시점을 대조해보는 것은 공적 사안에 대한 알 권리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다음은 두 사안을 대조한 일람표다.

    -2004년 4월26일 손학규 경기도 지사, ‘J사에 지구단위계획결정 해줘야 한다’는 의견 첨부해 건교부에 질의.

    -5월15일 건교부, ‘J사에 지구단위계획결정 해줘선 안 된다’고 답변.

    -7월 J사, 건교부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라는 명목으로 브로커 이모씨에게 2억6000만원 제공(대검, 이모씨 구속. 더 이상의 수사결과는 나오지 않음).

    -10월21일 건교부, ‘J사 지구단위계획결정되도록 조치하라’고 경기도에 번복 답변.

    -11월 J사, 한현규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지구단위계획결정 빨리 나오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원 제공. 이후 6억원 더 제공(검찰 수사발표 및 각 언론 보도).

    -12월15일 경기도, J사 등 2건에 대해 공동위원회 개최해 J사의 지구단위계획결정 확정. 12월24일 손 지사, J사의 지구단위계획결정 공고.

    ‘신동아’는 손 지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경기도 공보관실에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연락이 없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한 경기도 담당 공무원들은 “J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결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정상적 업무처리로, 전혀 의혹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 지사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지구단위계획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경기도 담당 공무원의 말이다.

    “손 지사, 공정하게 했다”

    “4월26일 J사 건(件)에 대해 건교부 장관에게 보낸 공문은 손 지사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무진이 손 지사의 의견을 듣지 않고 손 지사의 직인만 사용해 올린 것이다. 질의를 할 땐 확실한 의견을 달아줘야 한다. 이후 J사 건의 진행상황에 대해 손 지사에게 보고했는데, 손 지사는 ‘너무 광주시 얘기만 듣지 말고 공정하게 처리하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광주시에서 질의를 해왔기에 이를 받아들여 4월26일 건교부에 질의한 것이며 이후 건교부에서 불가 답변이 오자 그것을 광주시에 내려보냈고, 다시 건교부에서 가능하다는, 번복된 답변이 오자 그것도 광주시에 보냈다.

    이어 광주시가 그 답변을 근거로 J사 건에 대해 지구단위계획결정을 신청하자 절차에 따라 공동위원회를 열어 심의했으며, 결격사유가 없어 지구단위계획결정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이를 손 지사가 받아들여 최종 결정해 공고했다.

    J사의 지구단위계획 결정은 투명하게 진행됐다. 한현규 전 경기 부지사는 경기도 공무원직을 사임한 상태로, 경기도가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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