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 기세는 무서웠다. 올 한 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그래프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지난 5월 측근인 양윤재 당시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구속됐을 무렵 주춤한 것말고는 줄곧 고개를 빳빳이 쳐든 모양새였다. 연초 10% 남짓한 지지도로 출발해 7월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따돌렸고, 10월1일 청계천 복원이 완료되면서부터는 그간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까지 넘봤다.
10월 중순 무렵. 이 시장은 복원된 청계천 주변의 헌책방 골목에 나와 있었다. ‘시사저널’ 기자가 이 시장에게 희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에 정치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유력자 조사에서 이 시장이 1위로 나왔습니다. 전문가 조사는 대중 조사보다 6개월 정도 앞서가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뒤엔 이 시장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비록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이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허허. 그렇습니까.”
이 시장은 싫지 않은 속내를 특유의 웃음으로 내보였다. 기자가 그 틈을 노려 물었다.
“그런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일찌감치 1위였어요. 일찍 대세론을 형성했다가 미끄러졌지요. 이 시장도 혹 그런 전철을 밟는 건 아닐까요?”
이명박, 고개 들다 고개 숙이다
이 시장이 냉큼 맞받았다.
“이 총재와 나는 다릅니다. 이 총재는 너무 안주하고 사람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회창씨는 두 번 다 당에서 만들어준 공약을 써먹었어요. 별 내용도 없이…. 나는 서울시장선거 때 당에서 만든 공약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부 내 공약이었어요. 청계천 입구에 있는 무교동 사무실에서 다 만들었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후퇴할 망정 안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입니다.”
이 시장을 곤혹스럽게 했던 ‘이회창 폄하’ 발언은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이는 대권주자들이 여론조사 지지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변화 추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