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호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입력2005-12-15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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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건 신당 행사 갔다 지지율 폭락하자 다시 靜中動
    • 박근혜 이명박에 추월당하자 ‘공주’에서 ‘대처’로
    • 이명박 인기 오른 후 ‘노가다 언어’ 대신 ‘심미적 표현’
    • 정동영 신경 안 쓴다면서 고건 지지율에 ‘저게 내 건데…’
    • 김근태 TV출연 위해 운동권 서적 치우고 대청소
    대권주자들은 여론조사에 민감하다. 겉으론 “여론조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 있느냐”고 입을 모으지만, 일희일비하는 게 속내다. 각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마냥 쾌재를 부르거나 고뇌에 빠진다. 그러고는 자세를 가다듬거나 대중 전략을 수정한다. 2005년 한 해도 대권주자들은 여론조사의 숫자와 그래프를 보며 울고 웃었다. 이런 광경은 결승점에 도착하는 2007년 12월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지율 기세는 무서웠다. 올 한 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그래프는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했다. 지난 5월 측근인 양윤재 당시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구속됐을 무렵 주춤한 것말고는 줄곧 고개를 빳빳이 쳐든 모양새였다. 연초 10% 남짓한 지지도로 출발해 7월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따돌렸고, 10월1일 청계천 복원이 완료되면서부터는 그간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고건 전 총리의 지지율까지 넘봤다.

    10월 중순 무렵. 이 시장은 복원된 청계천 주변의 헌책방 골목에 나와 있었다. ‘시사저널’ 기자가 이 시장에게 희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번에 정치분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유력자 조사에서 이 시장이 1위로 나왔습니다. 전문가 조사는 대중 조사보다 6개월 정도 앞서가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뒤엔 이 시장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

    비록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이 시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로 올라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허허. 그렇습니까.”

    이 시장은 싫지 않은 속내를 특유의 웃음으로 내보였다. 기자가 그 틈을 노려 물었다.

    “그런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일찌감치 1위였어요. 일찍 대세론을 형성했다가 미끄러졌지요. 이 시장도 혹 그런 전철을 밟는 건 아닐까요?”

    이명박, 고개 들다 고개 숙이다

    이 시장이 냉큼 맞받았다.

    “이 총재와 나는 다릅니다. 이 총재는 너무 안주하고 사람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회창씨는 두 번 다 당에서 만들어준 공약을 써먹었어요. 별 내용도 없이…. 나는 서울시장선거 때 당에서 만든 공약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부 내 공약이었어요. 청계천 입구에 있는 무교동 사무실에서 다 만들었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후퇴할 망정 안주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냐 하면 노무현입니다.”

    이 시장을 곤혹스럽게 했던 ‘이회창 폄하’ 발언은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다. 이는 대권주자들이 여론조사 지지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변화 추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10월18일 발행된 ‘시사저널’은 이 시장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회창 전 총재측이 이 시장에게 크게 화를 냈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듯했다. 그때였다. 이 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일단 발빠르게 해명과 사과의 글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써올린다. 그리고 며칠 뒤인 24일, 이 시장은 밤 늦게 이회창 전 총재의 모친상 상가를 찾는다. 문상을 겸한 사과 방문이었다. 그는 2시간이나 그곳에 머물며 문상객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다.

    이 시장은 이른바 ‘노가다 언어’를 구사한다. 그의 말은 직설적이다. 본의 아니게 오해받기 일쑤다. 주위에서 이 점을 지적해도 그는 “나는 여느 정치인과 다르다”며 일소에 부친다. “내가 정치적이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면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가 뭐가 있냐”며 자신의 언어를 적극 변호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즉각 자신의 말에 대해 사과했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 시장의 ‘말투’가 달라졌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것은 11월10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다. 이 시장은 경쟁자인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를 주문받자 이렇게 말했다.

    “어렵다…. (잘못하면) 큰일나잖아. 계속 장점만 봐야지. 영원한 경쟁자이자 협력자, 동업자다. 상당한 리더십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하는…굳이 표현하라면 ‘아름다운 리더십’이랄까.”

    아름다운 리더십. 이 시장 측근 인사는 이 표현이 즉석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고쳐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도 깨달은 듯하다. 우선 경쟁자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심미적 표현’을 즐겨 찾았고 그 결과물이 ‘아름다운 리더십’이었던 것이다. 김병일 대변인은 “지지도가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님이 강한 표현을 쓰면 기고만장하다고 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는 참모들이 이 시장의 말에 대해 조언을 하면 이 시장과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좀 부드러운 표현을 쓰라고 하면 이 시장은 ‘내 식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이 시장은 참모들이 조언하면 잘 받아들이더라.”

    이 시장은 자신의 저서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의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하게 했다. 대신 조촐한 사인회로 대체했다. 시장 임기 말의 치적으로 삼고자 했던 ‘오페라하우스’ 착공식도 시장 임기 이후인 내년 8월로 연기했다. 그는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다.

    10월19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자택은 모처럼 활기로 넘쳐났다. 평소 고즈넉하기만 한 이곳에서 MBC 오락 프로그램인 ‘일요일 일요일밤에’ 촬영이 한창이었다. 박 대표는 랩도 부르고 탁구도 쳤다.

    박근혜, 그 바쁜 중에 랩 부르다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0월30일 방영된 MBC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김용만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MBC제공

    10·26 재·보선 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닫는 시점이었다. 촬영을 끝낸 박 대표는 경기 부천의 지원 유세장으로 가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단 10분이 아쉬울 만큼 바쁠 때였다. 문제는 촬영시점과 방송시점. 19일 촬영된 이날 녹화분은 30일 방송됐다. 그 중간에 10·26 재·보선이 놓여 있었다.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날 녹화분은 박 대표가 당내 비주류로부터 공격을 받는 와중에 방송될 수도 있었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다.

    “소장품을 경매해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는 취지입니다.”

    방송 내용에 대해 설명하자 박 대표는 “취지가 좋네요”라고만 했다. 그 바쁜 일정 속, 민감한 시점에 촬영에 응한 이유가 그저 ‘취지가 좋아서’만이었을까.

    올해 초만 해도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주자들 가운데 단연 1위를 달리던 박 대표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대중적 지지도라면 박 대표였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특수(特需)가 가시화하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여러 분석이 제기됐다. 한 측근은 “박 대표에게 ‘콘텐츠’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실제로 콘텐츠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극적인 모습,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수동적, 정적인 ‘공주 이미지’로는 강한 추진력과 업적을 앞세운 이 시장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MBC 오락프로그램 출연은 적극적인 스타일로 변화하는 전주곡이었다. 실제로 MBC 출연이 대중적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져 한 여론조사에선 박 대표가 처음으로 고건 전 총리마저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박 대표 측근인 유승민 비서실장은 “한나라당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대표라야 한다. 국가관이나 애국심이 정말 투철하고 원칙과 소신도 있는 분이다. 특히 민생경제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남다르다”고 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직설적인 표현이다.

    박 대표의 지지도는 늘 선거를 기점으로 변곡점을 찍었다. 4·30 재·보선 직전 박 대표의 지지도는 주춤대고 있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자 이는 박 대표의 지지도에 그대로 반영됐다.

    그러나 7월 들어서면서 이 시장의 지지율이 다시 치고올라왔고, 박풍(朴風)의 기운은 잦아들었다. 박 대표는 야당 대권주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지지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7월26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지지도 조사 결과는 박 대표 12.9%, 이 시장 15.1%였다.

    10·26 재·보선은 박 대표로서는 모험을 감행해야 할 계기였다. 박 대표는 자신의 측근을 의원직 사퇴시켜 선거에 내보내며 ‘재·보선 올인’ 전략을 다시 구사했다. 결과는 4대 0 완승.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0월31일 조사에선 박 대표의 지지율이 19.2%로, 21.6%인 이 시장을 바짝 추격했다. 박 대표는 내년 초까지 적극적 행보로 지지기반을 다진 뒤 5월 지방선거에서 다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11월8일 한나라당 중앙위원들을 상대로 한 박 대표의 연설에선 적극성이 배어나왔다.

    “황우석 교수팀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고가 됐습니다.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 모두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생각으로 노력합시다. 저의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

    딱 ‘철의 여인’ 대처 영국 전 수상 스타일이다.

    고건, 움직이니 추락하더라

    10월24일 저녁 삼성서울병원. 이회창 전 총재의 모친 김사순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그곳에 고건 전 총리가 들어섰다. 수행원도 몇 명 대동하지 않은 채 조용히 나타났다. 빈소를 지키던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인사를 건넸다. 그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악수만 했을 뿐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고 전 총리는 들어올 때 그랬던 것처럼 나갈 때도 조용히 사라졌다. 몇 시간 뒤 찾아온 이명박 시장이 2시간 동안 떠들썩하게 소주잔을 기울이다 간 것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시간은 9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발(發) 연정론이 정국을 흔들고 있었다. 내년초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고 전 총리 주변에서도 조기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준비 없이 이러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진언이 쏟아졌다.

    이윽고 고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 즈음 그와 독대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신중하기만 하던 그로부터 확고한 권력의지가 읽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도와달라” “젊고 좋은 사람들을 좀 모아달라”고 했다고도 한다. 뭔가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그리고 고 전 총리는 9월12일 심대평 충남지사가 추진하는 중부권 신당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당의 정책연구소 ‘피플 퍼스트 아카데미’ 심포지엄이었다. 그 자리엔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참석했다. 고 전 총리는 “개인적 친분관계에 의한 불가피한 참석”이라고 설명했지만, 고건-심대평-한화갑 연대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9월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7월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서 35.1%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고 전 총리는 이날 27.9%로 주저앉았다. 반면 이 시장은 20.3%로 바짝 고 전 총리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가 중부권 신당 및 민주당과 어울리는 듯한 장면과 지지율 하락 사이에는 분명 인과관계가 있다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고 전 총리 진영에도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측근 인사들의 의견이 갈렸다. 고 전 총리의 현실정치 참여를 주장해온 측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 노선과 지지기반이 분명하지 않아 나타난 현상이다. 더욱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들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을 주장해온 측근 인사들은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고 전 총리의 경쟁력은 높은 지지율에 있다. 이를 지렛대 삼아 차기 대권구도가 요동칠 때 단숨에 중심부로 진입해야 한다. 현재로선 정치와 관련해 아무 일도 안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 최종 결론은 후자였다고 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고 전 총리의 지지도에 대해 “적극적 지지라기보다는 반(反)정치인 정서가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와 담을 쌓고 있기에 부동의 1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담을 허물려는 순간 지지도도 함께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로선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고 전 총리의 하루 일정은 아침 일찍 서울 종로구 동숭동 자택 부근 동네 목욕탕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20년 단골인 이 목욕탕 때밀이 침대 위에서 자신이 개발한 체조를 한다. 근처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고 마로니에 공원을 산책한다. 연지동 사무실로 걸어서 출근하고 점심도 그 주변에서 먹는다. 지인들과 대학로 주변에서 가끔 만난다. 그것이 그의 하루다. 그는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정에서 당분간 일탈하지 않을 것 같다.

    정동영측, “열린우리당이여, 좀 떠라!”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월18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열린우리당의 두 대권주자에게 최근의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 결과는 신 포도다. 따먹고 싶지만 따먹을 수 없어 “저 포도는 아직 덜 익었어. 너무 시단 말이야”라고 합리화한다는 이솝 우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두 진영에 여론조사와 관련된 의견을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아직 트랙에 들어서지도 않았다” “인기투표에 불과한 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를 향한 ‘공식적’ 반응에 불과하다. 아무리 대선이 멀리 있어도 고건, 이명박, 박근혜 등 수위를 달리는 주자들에게 형편없이 뒤처진 현 상황을 데면데면 내버려둘 수만은 없다. 내부적으로 여론조사의 추이와 특징을 분석하며 대처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양 진영에서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나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10월3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4.9%를 얻은 정 장관 진영은 완강한 포커페이스다. “여론조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냐”고 물었더니, “분석팀도 없고, 분석하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제대로 뛰어본 적이 있어야 여론조사를 분석하지…”라고도 한다.

    그러나 나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흥미롭다. 아직 한 자릿수대에서 헤매고 있는데 대해 정 장관측은 “기본적으로 당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고 답한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독야청청하긴 어렵다는 것. 당 지지율이 올라갈 때가 돼야 동반해서 자신의 지지도도 올라간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그 시점을 내년 2월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와 5월의 지방선거를 거치는 시기로 잡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당에서 지금과는 다른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정 장관 진영에선 지금 고건 전 총리에게 가 있는 지지세가 언젠간 정 장관쪽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점. 정 장관의 핵심 측근은 “반(反)한나라당 세력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쏠리는 성향이 있다”며 “지금은 그 사람이 고건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차기 경쟁 국면이 전개되면 거품에 불과한 고건 지지세가 현실성 높은 정 장관에게 옮겨온다”는 것이다. 중도실용이라는 성향 면에서도, 호남이라는 지역 차원에서도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정 장관 진영은 낮은 지지도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 중반쯤 들어서도 의미 있는 지지율 변화가 없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4배’ 뛴 게 어딘데…

    ‘지지율’이 뭐길래…숫자 따라 춤추는 대권주자 5인 5색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6일 ‘민생투어’의 일환으로 독거노인들에게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정 장관 진영에 비해 김 장관 진영은 여론조사의 흐름에 좀더 솔직한 편이다. 2~3%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여권 내 경쟁자인 정 장관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물론 김 장관측도 “인기 연예인도 음주운전으로 한번 걸리면 그 인기가 금방 거품으로 판명나지 않느냐”며 현재 지지율에 담담해하고는 있다. 하지만 “솔직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털어놓는다.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하는 팀도 있다고 시인했다.

    전당대회를 통한 정 장관과의 경선 과정, 제2창당 수준의 쇄신 작업을 통해 지지율 상승이 일정 부분 가능해지리라는 관측도 있다. 김 장관측이 중산층과 서민정당으로서 당의 정체성 회복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김 장관측만의 고심과 특별한 행보가 눈에 띈다.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고심, 그리고 이 고민을 해소할 ‘김근태 알리기’ 행보가 그것이다. 김 장관 측근 인사들은 끈질기게 이 부분을 김 장관에게 강조한다. 복지부 장관으로서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소외된 이웃과 서민층 삶의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측근은 “언론에 소개가 안 돼서 그렇지, 현장을 엄청나게 훑고다닌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이어 11월6일 방영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한 것은 이 같은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 장관은 촬영을 하기 전에 책장에 가득하던 1980년대 운동권 서적 대신 요즘 유행하는 리더십 서적과 소설책들을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누렇게 변한 채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민주화운동 당시 문건들도 정리하는 등 집안 대청소를 했다고 한다. 어색한 포즈로 노래를 부른 것도, 맨손체조를 한 것도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다.

    김 장관측은 “정체된 지지율 때문에 답답하지 않냐”는 질문에 “처음엔 0.8% 수준이었는데 이젠 3.5%대로 4배 이상 올랐다”고 답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의 지지율이 2%대에 불과했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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