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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2012년 한반도 안보 시나리오’

차기 대통령 임기 말까지 독자 방어, ‘돈 되는’ 평화, 남북 단일경제 완수?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노무현 정부의 ‘2012년 한반도 안보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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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10월6일 청와대는 공사19기인 김명립 공군사관학교장을 대장으로 승진시켜 합동참모본부 차장에 임명했다. 합참차장은 통상 중장이 임명되던 자리로, 대장이 임명되기는 10년 만이다. 한 달 뒤인 11월10일 ‘중앙일보’는 합참에 “북한군과의 군사협상을 맡을 대북정책과(가칭)를 신설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 위해 작전본부를 대폭 개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합참차장은 대북 군사협상을 책임진다. 신설된다는 ‘대북정책과’는 합참 차장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차장의 대장 승격과 지원조직 신설은 정부가 군사협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6자회담과 평화협정 논의가 진전되면, 전방에 집중된 전력을 후방으로 이동하거나 병력·무기를 감축하는 협상이 본격 진행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관련 부처에서는 그간 여러 차례 군비통제 협상 준비를 제의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큰 그림’이 있다

2005년 가을, 안보부처 당국자들은 바쁘기 이를 데 없다. “머리가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앞서의 사례는 ‘물밑의 움직임’일 뿐, 최근 관계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드맵’ 혹은 ‘계획’ 관련 작업은 공개된 것만 해도 6~8개에 이른다. 모두 한반도 안보지형의 근본을 바꾸는 엄청난 그림들. 국방부의 전시 작통권 환수 및 국방개혁과 남북 군사협상, 통일부의 평화체제 구축 및 포괄적 경협 구상, NSC와 외교부의 6자회담과 북핵 사찰·검증 로드맵 등이 주요 리스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계획이 지향하는 시점이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작통권 환수가 ‘2015년보다 앞당겨진 시점’, 평화체제와 공동경제권 관련 계획이 ‘향후 7~8년’, 6자회담을 다자안보 틀로 연결해 상설화하는 방안 도 ‘2010년대 초반’으로 목표 시한이 엇비슷하다. 이들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한 전제조건, 즉 사찰 검증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작업의 최장시한 역시 비슷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가 한반도 안보환경을 둘러싸고 주요 이슈를 연결한, 일종의 ‘청사진’을 갖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각각의 이슈가 따로따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점을 목표로 얽히고설키면서 영향을 주고받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도 이러한 그림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각의 사안을 설명하는 일에는 적극적이면서도, 그 시점 이후 한반도 안보환경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이나 그게 과연 언제쯤일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시한’을 공론화하는 일에 나선 일은 드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노 대통령 본인의 언급을 살펴보자. 노 대통령은 지난 3월9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한국군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비공개 석상에서 한 발언은 좀더 구체적이다. 임기 초반 ‘자주국방’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이견을 보일 당시 관련 회의석상에서 대통령은 “내 임기 내에 자주국방의 틀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군 수뇌부가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자, ‘이번 임기 안에 기초를 다지고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봉합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후 청와대에서 작통권 환수시점은 2012년과 2015년을 오가며 검토됐다.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 앞서 나온 다른 이슈들의 시점이 ‘정치적 맥락’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2010년대 초반’이라는 공통된 목표시한이 다음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는 시점과 맞아떨어지는 까닭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번 정부에서 큰 방향을 잡아놓고 다음 정부가 이를 계승해 청사진을 완성하는 형태로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열거한 ‘계획’ 혹은 ‘구상’은 노무현 정부 초기 문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8월 국정홍보처가 펴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자료는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군비통제, 연합지휘체제 조정(작전통제권 환수),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 경제 재건 등의 이슈를 3단계 로드맵의 형태로 설명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고 평화체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1단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추진하는 2단계, 평화체제를 제도화하는 3단계가 그것이다.

이는 2004년 3월 NSC가 펴낸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 책자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실려 있다. 나중에 삭제되긴 했지만, 이 책자의 초안에는 이들 사안, 특히 군사분야 어젠더의 구체적인 일정과 시간표가 포함돼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때 검토된 목표시점도 2010년대 초반이었다.

국내 논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최근 정부 관계부처의 분위기는 이러한 초기 로드맵의 첫 단계인 ‘북핵 해결의 전기 마련’이 지난 9월19일 4차 6자회담에서 합의를 통해 달성됐다고 보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구체적인 조치’를 위해 어젠더별로 세부계획을 만들고 이를 한꺼번에 운용해나갈 준비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 NSC 관계자는 “중첩된 모순을 중첩된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틀의 그림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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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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