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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⑨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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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서야 안방의 보일러 스위치만 누르면 알아서 불이 타고, 물까지 데워준다. 하지만 산골은 다르다. 직접 불을 다스릴 수 있도록 요령 있게 구들장을 놓아야 한다. 불장난은 쉽지만, 불을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농부 김광화씨는 음양오행의 원리부터 현대 물리학까지 관련 서적을 뒤지면서 ‘구들 놓기’에 성공했다. 손이 곱는 매서운 추위에 맞서는 화공법 공개!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구들을 놓고 불을 때자 연기가 퐁퐁 솟아난다.굴뚝 문을 여닫기에 따라 열기와 연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따뜻함이 새삼 그리워지는 겨울이면 이따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겨울에는 온 식구가 한 방에서 살았다. 밤에 잠들 무렵에는 방바닥이 따끈따끈했지만 새벽이면 방이 식어 몸을 웅크리곤 했다. 추위에 잠이 깰 듯 말 듯 하는데, 방바닥이 다시 따스해진다. 아버지가 일어나 군불을 지피시는 거다. 그러면 다시 잠 속으로 푹 빠져들곤 했다. 자라면서 아버지를 어려워했지만 이때만은 식구들 몸을 데워주시던 따뜻한 아버지로 기억에 남아 있다.

아버지는 식구들을 위해 추위를 참아가며 군불을 때셨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아버지와 여러 모로 다르다. 나는 해 떨어지기 전에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그러면 아침에 깰 때까지 방이 따끈따끈하다. 유리창에 성에가 하얗게 끼어 있으면 곧장 일어날 생각이 없다. 방바닥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생각에 젖기도 하고, 식구들을 은근슬쩍 깨우기도 한다. 구들의 온기는 낮까지 한동안 이어진다.

머리는 차게, 발은 덥게

사실 우리나라 난방 문화에서 구들방이 사라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서민 난방은 대부분 구들이었다. 하지만 나무 대신 연탄을 때면서 가스 중독이 문제가 되는 데다가 사용하기 편리한 보일러가 들어오면서 구들 난방이 사라졌다.

그런데 요즘 들어 구들방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금 상품화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머리는 차게, 발은 덥게 하라’는 말이 있다. 이는 구들방에 딱 맞는 말이다. 원적외선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날이 추워지면 몸이 따끈한 구들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산골에는 겨울이 길다. 10월초면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한다. 그리고 이듬해 늦봄까지 불을 때야 하니 여름 한 철 빼고는 내내 구들 신세를 지는 셈이다. 불이 잘 들고, 나무를 적게 때도 따뜻하고 열기가 오래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다.

살림집을 지으면서 아쉬운 게 구들이었다. 구들장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안방 구들을 놓는 날, 나는 아랫마을에 초상이 있어 상여를 메러 갔다. 그 바람에 구들을 함께 놓지 못했다.

남이 놓아준 구들방에서 살아보니 불만거리가 생겼다. 불을 지피기 시작할 때 불이 아궁이 속으로 빨려들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내쳐진다. 궂은 날에는 매운 연기 탓에 눈물을 흘렸다. 연기가 밖으로 나오니 아궁이 둘레는 물론 처마 서까래까지 온통 거뭇거뭇하다. 게다가 방바닥은 두꺼워 불을 때고 두세 시간이 지나야 따뜻해진다.

구들을 뜯어내고 새로 놓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잘되리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제자리조차 못 잡아주면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그러니 구들 놓기는 내게 큰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웃 누구네 구들방은 장작 몇 개비로도 방이 따뜻하다느니, 불 때고 30분이면 잠을 잘 수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은근히 부러웠다.

구들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많다. 칠불사라는 절에는 한 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두어 달이나 가는 아자방 구들이 있었다 한다. 그리고 요즘 구들장이는 옛날과 달리 현대 기술을 접목한다. 아랫목에 온수 통을 설치해 다른 방까지 난방을 하고, 실내에 아궁이를 둬 벽난로를 겸하기도 한다.

그런 정보를 접할 때마다 한달음에 달려가 배우고 싶었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구들학교에 등록해서 배우려고 했지만 이것 또한 시간이 맞지 않았다. 구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오랜 세월 줄곧 ‘짝사랑’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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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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