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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⑨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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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루면 자연을 다룬다?

음양오행, 열전도,벤투리 효과  공부하며 구들을 놓다!

직접 그려본 구들 구조도.

그러다가 구들과 만나는 계기가 왔다. 올봄부터 짓던 아래채(‘신동아’ 9월호 518쪽 참조)에 자그마한 구들방을 두기로 했는데, 내 손으로 놓고 싶었다. 구들을 놓자면 기술 이전에 근본 원리를 먼저 알아야 했다. 그건 바로 불이다. 구들은 불을 다루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고 인간에게 전해주었다는 불. 불은 자연의 일부다. 불을 다룬다는 건 곧 ‘자연을 다룬다’는 뜻이다. 이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불을 아는 만큼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릴 것이다. 잘 모르고 쓰다 보면 고생은 물론 돌이킬 수 없는 화(禍)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게 불이다.

그러니 불에 대해 상식으로 알던 것보다 광범위한 공부가 필요했다. 동양 사상인 음양이론은 물론 물리학도 알아야 했다. 불은 위로 올라가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온다. 아주 간단한 상식이지만 이를 구들에 적용하자면 만만한 게 아니다. 우선, 위로만 가려는 불을 옆으로 골고루 가게 해야 한다. 불을 모르고 사람 뜻대로 하면 헛고생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땅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과 집 밖에서 굴뚝을 통해 들어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어야 한다. 열의 전도, 복사, 대류는 물리학의 기본. 학창 시절에 배운 벤투리 효과(유체는 넓은 곳에서 좁은 곳을 지나면서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론)를 다시 공부했다.

구들에 관한 책을 찾아보니 겨우 두어 권뿐인데, 그나마 전문 학술서적이라 원론적인 걸 언급하는 수준이었다. 그밖에 흙집 건축에서 다루는 구들은 집 전체 공정에서 맛보기로 언급하는 정도다. 그것만 가지고는 손수 구들을 놓기에 설명이 부족했다.

자료는 아무래도 최근 것이 쉽고 생생하다. 사진이 수록되거나 그림이 그려져 있어 백 마디 말보다 눈으로 보는 것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참고한 잡지가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귀농통문’에 실린 ‘전통 구들 놓기’다. 그 다음은 인터넷을 뒤져 필요한 부분을 참고했다.



자료보다 더 생생하고 귀중한 건 구들을 놓아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다행히 우리 이웃 중 구들을 잘 아는 분이 몇 있다. 본인들이 손수 구들을 놓았기에 그분들의 말은 실제적인 도움이 됐다. 구들을 전문으로 놓는 사람도 알게 됐다. ‘능구’라는 별명을 가진 30대 중반의 젊은이인데, 그저 한 해 서너 집만 구들을 놓아주고, 나머지는 자기 시간을 갖고 사는 아주 재미있는 총각이다. 여름에 우리 동네에서 태극권을 같이 배우면서 만났다. 그를 우리 아래채 현장으로 모셔다가 구들에 대해 자문했다. 좋은 이웃 덕에 구들을 놓기도 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깊이 알수록 빠져드는 구들의 매력

구들은 그 원리와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신비로운 부분이 많다. 구들을 흔히 ‘축열식 바닥난방’이자 ‘지속난방’이라고 한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열이 구들돌에 저장됐다가 오랜 시간 방바닥을 데워주는 원리다.

구들의 구조는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말부터 그렇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이맛돌, 부넘기, 고래, 개자리, 내굴길 들이다. 처음에는 이 말들이 낯설었다. 그런데 구들을 놓아보니 아주 재미있고 살갑게 느껴진다. 구들이란 말은 불로 돌을 굽는다는 ‘구운 돌’에서 왔단다. 이맛돌은 구들돌 가운데 가장 큰 돌이면서 가장 먼저 놓는 돌이다. 불이 가장 먼저 닿는 돌이니 사람 이마에 해당한다고 하여 이맛돌이라 하나 보다. 듣기에도 좋고 정감이 넘친다.

부넘기는 아궁이와 고래 사이에 있는 작은 언덕으로 불이 고래로 잘 빨려들게 하는 장치다. 부넘기는 아궁이보다 구멍이 좁아 사람 몸으로 치면 목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해서 불목이라고도 한다. 고랑 또는 골처럼 생긴 고래는 방바닥 아래로 열기와 연기가 지나가는 길이다.

구들 구조에서 가장 신비로운 것은 아마 개자리일 것이다. 웅덩이처럼 깊이 팬 개자리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아궁이 불이 고래 속으로 잘 들게 하고, 고래 속의 더운 열기는 오래 머물게 하며, 굴뚝 밖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는 와류(渦流)시켜 구들돌이 빨리 식는 걸 막아준다.

살림집 구들방에 몇 해 살면서 아주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한번은 방바닥 장판을 새로 한다고 서랍장이랑 책장을 들어냈다. 그때 뜻밖의 모습을 보았다. 서랍장을 두었던 한쪽 모서리는 곰팡이가 거뭇거뭇 피어 보기에도 흉하고 냄새도 아주 고약했다. 그런데 책장 아래는 거짓말처럼 말짱했다.

원인은 개자리였다. 안방 구들은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 쪽에만 개자리를 두었던 것이다. 개자리가 없는 방 모서리는 온기도 약한 데다가 방바닥 바로 위에 서랍장이 놓여 있었으니 공기가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썩어가고 있던 것이다. 이때의 경험과 이웃의 도움말을 참고로 아래채 구들방은 아예 사방을 돌아가며 ‘ㅁ’자로 개자리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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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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