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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일 양국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

  • 김호섭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 interkim@chol.com

한일 양국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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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역사인식 측면에서 전쟁 전사자를 애도하기 위해서는 그 전쟁의 성격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일본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생긴 대규모 사망자와 피해자가 아시아 국가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국민을 전쟁에 동원해 아시아 각국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책임이 있는 A급 전범에 대해 일본인 스스로가 불문에 부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셋째, 정교분리라는 측면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며 정치적 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천황을 위해 죽은 자들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모든 국민으로부터 찬미받게 함으로써 현세의 국민도 천황을 위해서 자랑스럽게 죽도록 유도하는 정치적 종교시설이라는 것. 저자는 전범재판에 의해 처형된 전범들이 전사자가 아닌데도 신사에 합사된 것은 그들이 천황을 위해서 희생됐다는 정치적 주장을 야스쿠니 신사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편다. 저자는 또 야스쿠니 신사가 신도의식에 따른 종교적인 국립 전몰자 찬미 시설이며 그 설립 목적은 제국주의 국가 건설에 있다고 주장한다.

넷째,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을 비판한다. 한국과 중국이 야스쿠니 신사의 전범 합사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서 야스쿠니 신사측은 “죽은 자를 차별하지 않는 것이 일본의 고유한 문화”라고 주장한다. 전범이라도 사후에는 차별받지 않으며 그것은 일본 사회의 전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죽은 자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 일본 문화라는 주장은 허구라면서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위패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천황 편에서 싸워 죽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즉, 야스쿠니 신사에는 메이지유신 시기 천황의 반대진영에 섰던 반정부군 전사자의 위패는 들어가지 못한다.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당한 적군의 영령들과 일본 민간인 사망자들에 대해서는 추모하지 않는다. 야스쿠니 신사가 죽은 자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지식인의 과제



야스쿠니 신사와 그 참배행위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한 다카하시 교수는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제국주의 국가를 건설했던 논리를 답습하는 것으로 국내외에 존재하는 제국주의 희생자들의 감정과 역사인식에 비추어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중국과 한국이 야스쿠니 신사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종교적 색채가 없는 국가 추모 시설”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전사자 추모행위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어떠한 추모 시설이건 ‘제2의 야스쿠니 신사’가 되기 쉽다고 경고한다. 메이지유신 이래 일본의 제국주의가 확대·심화되는 역사 속에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인의 마음속에 자리잡는 과정을 검토하면서, 시설은 시설에 지나지 않으며 그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는 정치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그는 새로운 추모 시설 건립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가 진정으로 전쟁을 포기하고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관한 많은 저술 가운데 다카하시 교수의 저서가 특히 의미를 갖는 것은 일본 지성인이 아니면 지적하기 어려운 점들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이 제기하는 역사인식의 측면뿐 아니라 일본인의 문화, 감정, 정교(政敎)분리의 측면에서 제기하는 야스쿠니 신사에 관한 비판은 그 사회에 몸담지 않으면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다.

근본적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수미일관되는 비판이 현실정치에서도 생명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한일 양국 지식인들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양심세력의 역사인식을 일본인 대다수가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일본인만의 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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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 interkim@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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