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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과 ‘쪽박’ 사이, 대학 이색·실용학과 玉石 현주소

‘대박’과 ‘쪽박’ 사이, 대학 이색·실용학과 玉石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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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성공적으로 진로를 개척한 세 사람은 “당장 이색적이고 인기를 끄는 학과라 해서 모두 제대로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학과인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설 이색학과, 인기 급상승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취업문이 좁아지고 대학에 진학할 고교생 수가 줄어들면서 전문대를 중심으로 ‘실용학문’을 표방한 이색학과들이 줄지어 개설됐다. 김치식품과학과, 생활교양과, 헬스매니지먼트과, 애완동물과, 다이어트정보관리과, 뷰티코디네이션과, 카지노경영과 등 학문 중심의 기존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학과들이다. 3~4년 전부터는 이색학과 졸업생들이 본격적으로 배출되고 ‘취업률 100%’를 기록하는 학과가 줄을 이으면서 해마다 수십 개의 이색학과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그런 중에 지난해 5월 전국 158개 전문대학 보직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를 집중 성토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정부가 대학(4년제) 편들기로 전문대를 홀대하고 있다는 것.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국내 대학의 85%를 취업률 100%를 목표로 하는 교육 중심 대학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전문대학측은 “취업을 위한 교육 중심 대학은 전문대의 영역”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승근 부장은 “최근 대학들이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의 전통 인기학과를 잇따라 개설하는 등 영역침범이 위험수위에 달했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현실에서 대학에 학생들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4년제 대학에서 개설한 학과 가운데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 인기학과를 본뜬 것은 안경광학과, 방사선과, 치위생과, 재활공학과, 물리치료과, 임상병리과, 치기공과, 외식조리학과, 푸드디자인학과, 귀금속세공과, 화장품과학과, 애완동물과, 건강관리과, 피부미용과, 메이크업과 등이다. 전문대에 개설된 이들 학과는 취업률이 높아 인기가 높고 입시경쟁도 치열하다. 가령 서울보건대·김천대·대구보건대의 안경광학과, 진주보건대·대전보건대의 치위생과, 청양대·동우대·구미1대학의 피부미용과, 광양보건대 치기공과, 남도대·성도대·대동대의 호텔조리제빵과와 호텔조리계열, 호텔외식조리과, 신성대·대원과학대·순천청암대·서울보건대의 물리치료과, 김천대 애완동물뷰티패션과, 서해대 애완동물과 등은 지난해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



2000년대 들면서 전문대를 중심으로 이색학과가 속속 등장한 데 대해 이승근 부장은 “시장수요에 따라 새로운 직무나 직종군(群)이 생기고 사라지는 순환 사이클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따라서 기술 중심의 전문대는 사회 트렌드나 사이클에 맞춰 유기적으로 신속하게 새로운 학과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원 자율화로 학과 개설과 폐지가 비교적 쉬워진 데도 원인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DB에 따르면 2005년(2004년 8월과 2005년 2월 졸업생 포함) 전체 취업률은 대학이 65%, 전문대가 83.7%였다. 그 가운데 서울보건대 관광영어통역과, 남해전문대 인터넷비즈니스정보과, 김천대·서울보건대·전북과학대 안경광학과와 미용예술계열, 대구과학대 간호과, 경북전문대 뷰티케어과, 동우대 피부미용과, 혜전대 외식산업과, 군장대 체육무도계열 등은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 이들 학과는 졸업생 10명 중 9명이 전공분야 직종으로 진출했다.

취업률 100%의 허실

이색·인기학과가 전반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동일 학과라도 학교에 따라 취업률 편차는 매우 큰 편이다. 또 취업률이 100%라 해도 ‘취업의 질(質)’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각각 100% 취업률을 기록한 대경대와 혜전대 모델과의 경우 전자는 졸업생 절반 가까이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했다. 반면 혜전대의 경우 졸업생 전원이 전공분야로 진출했다. 상명대와 우송대의 건강관리전공, 스포츠건강관리학과는 둘 다 취업률이 100%였지만 상명대는 10명 중 5명꼴로, 우송대는 10명 중 7.5명꼴로 전공분야에 진출했다.

지난해 취업률 100%를 기록한 경북전문대 뷰티케어과는 졸업생의 95%가 방송국, 화장품 업체, 병원, 피부관리실, 유명 헤어숍에서 일하는 등 전공분야로 진출했다. 이 학과 김귀정 교수에 따르면 다양한 산업협력 체결, 교수가 졸업부터 취업까지 1대 1로 학생을 책임지는 시스템, 현장방문을 통한 취업자 사후관리 등이 전공분야에서 높은 취업률을 기록한 비결이다. 5명의 교수 대부분이 산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 기업으로부터 기자재, 실습품, 장학금 등을 끌어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장을 잘 알기에 학생들에게 현장 중심 교육을 철저히 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취업률 100%를 기록한 학과 중엔 전공분야 진출이 0%인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사회에 나와서 전혀 쓸 수 없게 됐고 취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방의 전문대 애완동물과를 졸업한 김모(22)씨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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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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