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자 이명박 서울시장은 사과했다.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론이 나올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한다.
그런데 “이 시장이 주말과 휴일 테니스장을 독점 사용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은 서울시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관리·운영한 한국체육진흥회 이윤훈 전무가 서울시테니스회에 보낸 내용증명 공문에서 처음 등장한다. 언론은 이 공문을 인용하면서 황제 테니스 논란을 보도하게 된 것이다.
이 전무는 이 시장이 남산 실내테니스장을 드나든 기간에 테니스장 관리와 운영을 맡은 유일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는 이 시장이 테니스를 치는 장면을 계속 지켜본 목격자이므로 당시의 구체적 정황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최근 이 전무를 만났다. 그간 언론을 기피하던 그는 ‘신동아’의 인터뷰 제의에 응했다. 일전에 인연이 있었던 그에게 역으로 조건을 붙였다. ‘체육진흥회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하겠다면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수용했다. 대신 “사진촬영은 안 된다”고 했다. 에둘러 갈 것 없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그는 참았던 말이 많았던 것 같았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길게 얘기했다.
“원하는 시간에 치지도 못했는데…”
-이 사건은 ‘황제 테니스 논란’으로 불린다. 작명(作名)이 제대로 됐나.
“‘이명박 시장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주말과 휴일 코트를 모두 비워 두게 했고, 이 시장이 그 코트를 독점 사용했기 때문에 황제 테니스’라고 하더라.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황제 테니스’를 치지 않았다. 우선 이 시장이 주말과 휴일에 코트를 독점 사용했다는 건 사실왜곡이다.
이 시장은 코트를 독점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전과 일요일 오전은 다른 팀이 썼다. 이 시장은 이 때문에 매우 불편해 하곤 했다. 이 시장은 매주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간다. 예배가 끝난 뒤 곧장 남산 실내테니스장에 오면 11시30분쯤 된다. 이때부터 이 시장은 여러 사람과 함께 돌아가며 복식으로 시합도 하고 코트에서 설렁탕 등 도시락으로 점심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3~4시간 운동한 뒤 테니스장을 나서면 일요일 오후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다른 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요일 오전과 오후 일부 시간대는 다른 팀이 장기계약으로 코트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 팀 때문에 이 시장은 예배가 끝나고 나서 곧바로 테니스를 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았다.
계약기간이 끝나자 일요일 오전 팀은 내게 계약연장을 해달라고 했다. 내가 이명박 시장의 사정을 얘기하며 ‘서울시테니스협회에 양보 좀 해주면 안 되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이 팀의 한 사람은 ‘우리도 이 시간대가 가장 편하다’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이 팀이 계속 같은 시간대를 이용하게 됐다. 이렇게 불편하게 이용했는데 이 시장이 무슨 황제 테니스를 쳤다는 건가.”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는 이 시장팀이 독점한 게 맞지 않나.
“그것은 맞다. 그러나 일반 동호인팀도 이 테니스장에서는 다 독점으로 사용한다. 이 테니스장은 코트가 한 개뿐이고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아 사전예약 없이 와서 바로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동호인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여러 시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지 배타적, 독점적으로 사용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원래 이용자 별로 없던 곳”
-그러나 이 시장팀이 토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를 독점함으로써 다른 서울시민이 같은 시간대 이 테니스장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은 사실 아닌가.
“일요일 오전이 가장 수요가 많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오후도 좋은 시간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장팀이 그 시간대를 이용한다고 해서 시민의 불편 민원이 테니스장에 접수된 적은 없었다. 서울시 간부가 ‘남산 실내 테니스장 이용시간 문제로 시민 민원이 더러 있었다’는 취지로 언론에 얘기한 걸 나도 안다. 뭘 모르고 한 말이거나 다른 내용의 민원이었을 것이다. 서울시 산하인 남산공원관리사무소와 우리는 위탁 계약 문제로 소송을 벌였던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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