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무대인데 서울, 지방이 무슨 상관인가요?” 지방대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계명대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그럴 만도 하다. 계명대는 외국어 전용 기숙사 운영, 32개국 156개 학교·기관과의 교류, 적극적인 외국 학생 유치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대구 지역의 산업기반과 연계한 패션·IT·BT분야의 특성화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경쟁시대를 향해 더 높이 비상할 채비를 마친 계명대를 찾았다.
동대구역에서 서쪽을 향해 쭉 내달려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도착했다. 쭉쭉 뻗은 기둥의 고딕양식 정문을 지나니 아, 정말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울창한 녹음 속 곳곳에 숨은 파란 지붕의 붉은 벽돌 건물들. 빗줄기 속에서 쌉싸래한 젖은 흙 냄새와 섞여 달착지근한 향기를 뿜어내는 벚나무들…. 기대했던 햇빛 짱짱한 캠퍼스는 아니었지만 빗방울 끝마다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잠시 유럽 어느 나라의 대학도시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졌다.
학생수 3만여 명, 교직원 2400명, 연면적은 대명캠퍼스 3만5000평, 성서캠퍼스 55만평. 1954년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설립한 계명대는 50년 만에 국내 10위권 안에 드는 규모의 대학으로 성장했다. 1978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고, 1980년대에 성서캠퍼스를 조성한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외형을 키운 계명대는 개교 50주년을 맞은 2004년부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제2의 도약을 위해 분주히 달려왔다. 그해 제8대 총장에 취임한 이진우(李鎭雨·50) 총장이 그 선봉에 섰다. 계명대 사상 최연소 총장인 그는 ‘계명-업 프로젝트(Keimyung-Up Project)’를 내걸고 탄탄한 내실 다지기에 진력해왔다.
‘계명-업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20개 학문 분야에서 한국 톱10, 10개 학문 분야에서 아시아 톱10에 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의 내실화, 행정의 합리화, 특성화, 국제화라는 4대 세부전략을 마련했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꿈틀대는 계명대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
쉬는 시간이 되니 조용하던 캠퍼스가 부산해졌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걸음을 재촉했다. 우산 사이로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삐져나왔다. 몇몇 여학생이 줄지어 향하는 곳을 따라갔더니 갑작스레 조선시대 풍경이 떡 하니 펼쳐졌다. 단아한 전통가옥이 오롯이 서 있고, 작은 폭포길 옆 텃밭에는 할미꽃 몇 송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신비한 공간은 계명한학촌(啓明韓學村). “누구 계세요?” 하며 손님 행세를 했더니 개량한복을 입은 이가 점잖은 선비마냥 뒷짐을 지고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허윤도 과장이다. “근무환경이 이태백 부럽지 않겠다”고 부러움 섞인 소리를 했더니, “내가 1954년 5월20일생인데, 계명대와 생일이 같아 이런 복을 얻은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를 따라 한학촌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한학촌에서 일하기 전부터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한옥 구석구석을 살뜰히 보살피고 있었다. 헛간에 전시된 홀태, 망태기 등도 직접 만들었다니, 개교일에 태어난 인연만으로 이곳에 부임한 게 아님은 분명했다.
계명한학촌은 2004년 5월 개교 50주년을 맞아 대구시민과 전세계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교육하고자 설립됐다. 강학당인 계명서당(啓明書堂)과 양반 민가 한옥인 계정헌(溪亭軒), 그리고 정원으로 구성됐다. 연면적 259평에 전통 건물의 멋스러움을 담아냈다.
외국인 교수와 수업하는 계명대 학생들.
인천에 사는 정황규(48)씨는 계명대 한학촌에서 사주명리(四柱命理) 강좌를 듣고 있다. 사주학에 관심이 생겨 독학을 하다 책 저자와 통화한 것이 계기였다. 그가 읽던 책의 저자가 한학촌 사주명리 강의를 맡게 된 것. 일주일에 한 번, 왕복 세 시간 넘게 걸려 힘겹게 들으러 오는 수업이지만, 독학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학우들 상당수가 사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니 선생님에게서도 배우지만 학우들한테도 많이 배운다”고 했다. 부산에서 통학하는 학생도 몇 있다. 한학촌은 전통문화와 관련한 세분되고 질 높은 강의로 연착륙하고 있는 듯했다.
계명서당에 도착했을 때는 전통차 수업이 한창이었다. 짙은 자주색 고름의 옥색 치마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선생님의 위엄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눈을 내리깐다. 간호학과 3학년 조일희(21)씨는 “사극에서나 보던 전통가옥에서 전통차 수업을 받으니 조선시대로 돌아가 앉아 있는 것 같다”며 “엄숙한 기분이 들어 더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게 된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전통혼례도 주관한다. 지난해에만 이곳에서 12쌍의 연인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한학촌은 이처럼 전통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공간이지만 계명대 내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1월부터 대구 시티투어 코스에 계명대 한학촌이 포함됐기 때문.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세계적인 공간이라 하겠다.
캠퍼스를 안내하던 교직원 사공창호씨가 180도 다른 공간을 보여주겠다며 손을 이끌었다. 알록달록한 만국기가 한쪽 면을, 각종 사전과 보드게임이 다른 한쪽 면을 장식한 공간. 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이 자유롭게 어울리며 외국어를 실습할 수 있도록 꾸민 ‘인터내셔널 라운지’였다. 보드게임을 하는 학생, 영어 토론을 하는 학생, 중국 영화를 보는 학생 등 저마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피터 에드워드 교수와 함께 인터내셔널 라운지를 맡고 있는 임희연씨는 “라운지 내에서 한국 학생이 한국어를 사용하면 제재를 가한다”며 “서툴러도 외국어로 대화하다 보면 실력이 쑥쑥 늘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자영업자 김정세(40)씨가 인터내셔널 라운지에서 알게 된 ‘친구’인 계명대 한국어문학과 3학년 신옥진양과 영어회화 연습에 한창이었다. 김씨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이곳을 알게 된 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온다”며 “아이들 손을 잡고 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공간을 잘 활용하면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옥진양은 “아저씨가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신다”며 “영어회화뿐 아니라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셔서 이곳에서 종종 만난다”고 말했다.
“What are you doing here?”
맞은편 테이블에서는 ‘빨대’ ‘필통’ 같은 한국어 단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Can I ask you some questions?” 라고 물으니 “예, 무슨 일이시죠?”라며 유창한 우리말로 대답한다. 지난 2월 말 폴란드에서 유학 왔다는 한국어문학과 토마스 빌 친스키 군이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한국 여행을 한 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 개인교습까지 받으며 한국어를 익혔고, 계명대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인터내셔널 라운지에서 대부분의 학생이 외국어를 연습하지만 저는 한국말을 배워요. 이곳에서 혼자 공부도 하고 친구들에게 어려운 부분을 물어보기도 하지요.”
계명대 학생이 아니어도 인터내셔널 라운지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지도, 사전, 책 등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국적, 나이, 소속은 어떤 경계선도 긋지 못한다.
학생과 시민을 위한 전통강좌가 열리는 계명한학촌.
켈리 기숙사 복도. 사회과학대 1학년 김선아양과 기숙사 생활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김양의 얼굴이 굳어졌다. 등 뒤에서 호랑이 얼굴을 한 선생님이 “What are you doing here?”라고 쏘아붙였다. 순간 기자도 기가 죽어 자연스레 “Sorry”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인터내셔널 라운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원칙. 선금으로 5만원을 걷은 뒤 한국어를 쓰다 적발될 때마다 5000원씩 차감한다. 김양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차감됐냐”고 물었더니 “아직까지는 걸린 적이 없다”며 웃는다.
“집과 학교가 멀지 않아 통학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처음 입소 권유를 받았을 때 부모님과 의논했는데, 훌륭한 어학 공부 공간을 활용하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죠.”
패션마케팅과 1학년 허문희양의 말이다. 그는 “외국어 특별 장학 프로그램인 만큼 1주일에 12시간의 교육과정을 꼭 이수해야 해 조금은 버겁다”고 했다. 신입생이라 MT, 개강파티 등 갖가지 행사가 줄을 잇지만, 기숙사 외국어 수업을 위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좋은 여건을 제공받은 만큼 내게 부여된 의무를 확실하게 완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켈리의 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채재옥씨는 “이곳에 들어온 이상 영어 하나는 확실하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계명대가 이처럼 세계화에 매진하는 이유는 학교 설립이념과도 관계가 깊다. ‘진리와 정의와 사랑의 나라를 위하여’가 그것. 기독교 이념 중 복음에 바탕을 둔 것으로, 계명대 학생들이 세계로 진출해 학교의 명예와 이름을 드높임으로써 계명대의 창학(創學) 이념 또한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32개국 156개에 이르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협정도 세계화의 맥락에서 거둔 성과다. 이들 가운데 132개교는 쌍무협정을 맺은 자매대학이고, 국제학생 교환 프로그램을 합치면 세계 340개 자매대학을 두고 있다.
협정을 맺은 학교의 숫자도 놀랍지만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이 많아 내실도 갖췄다는 평가다. 가령 패션 실무인력 양성분야의 명문인 이탈리아 도무스 아카데미, 폴란드 명문 국립 쇼팽음악원, 미국의 이스턴 미시간대와 공동 및 복수학위제를 시행한다. 또 예술 및 건축분야 명문인 독일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 드레스덴의 조형 예술대학, 칼스루의 호흐슐레대 등과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다.
결국 무대는 세계
이진우 총장은 계명대에서 학사학위를, 폴란드 국립 쇼팽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계명-쇼팽음악원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화를 들려줬다.
“쇼팽음악원의 한국 유학생 중 대다수가 계명대 학생입니다. 어느 날 국내 명문대학 음대 학생이 그곳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곳 교수가 ‘왜 더 열심히 해서 계명대에 가지 않았느냐?’고 묻더라는 겁니다.”
이 총장은 “지방대 학생이 수도권 학생에 대해 갖는 상대적 소외감은 국제화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집중화된 교육 환경에서 지방대생은 괜스레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국제화를 통한 자신감 회복. 이것이 계명대가 선택한 전략이다.
계명대는 학생들의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계 속의 계명인 만들기를 실천한다. 예를 들어 ‘새로움을 찾아 세계로 가는 계명인(K-NEW) 프로그램’을 마련, 해외여행 및 봉사활동 경비를 지원함으로써 목적 있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했다.
한학촌에서 외국 학생들이 전통예절 수업을 받고 있다. | 계명-쇼팽음악원에서 수학하는 학생들. |
물론 누구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하는 재학생은 우선 전공과 관련된 아시아권·북미·유럽·호주권 등 탐방지역을 고르고 국제기구, 다국적기업, 각국의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의 탐방 주제와 대상을 선정해 계획서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학교측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이 학생이 배낭여행을 통해 얼마나 보고 배울 수 있을 지를 가늠해 지원대상을 선발한다. 뽑힌 학생은 방문지역에 따라 60만∼120만원의 경비를 지원받는다.
환경과학과 4학년 김미경양은 지난해 120만원을 지원받아 20일간 유럽을 다녀왔다. 담당교수와 환경단체의 자문을 구해 ‘외국 공원과 환경 실태’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로 서류심사에 통과한 후 면접에서 영어로 또박또박 의사표현을 한 결과 유럽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여행비를 지원받는 데 성공했다고 김양이 관광만 하고 온 것은 아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제가 제출한 보고서 주제에 대해 다시 발표해야 해요. 그래서 여행 다니는 내내 공원을 눈여겨봤죠. 학과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책임감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자 중 우수한 학생에게는 별도로 장학금을 지급해 배낭여행 지원의 목적을 뚜렷이 하고 있다.
종합 패션인의 요람
세계화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계명대의 전략은 특성화다. 모든 분야를 일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부분을 골라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계명대가 특성화하는 분야는 패션, IT, BT분야. 특히 섬유산업 기반이 탄탄한 대구의 특성을 살린 섬유·패션 분야 인력양성 프로그램 ‘FISEP(섬유패션산업특화국제전문인력양성 국책사업단)’이 성공리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계명대 박용진 홍보실장은 “계명대 패션학과는 패션디자인, 마케팅, 직물디자인을 모두 아우른다”며 “FISEP는 직물도시를 패션도시로 한 단계 성장시키기 위한 종합 패션 인력 양성 커리큘럼”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계명대 패션마케팅전공 4학년 조한나(FISEP 4기)양이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가 주최한 보석·시계·액세서리 국제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리치먼드그룹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리치먼드 그룹은 세계적 럭셔리 브랜드. 계명대는 2003년 탁지인 양, 2004년 윤선영양의 대상 수상에 이어 3명의 리치먼드 그룹 장학생을 잇달아 낳아 패션 실무인력의 초석을 다졌다.
요즘 계명대는 또 하나의 바람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대구시민이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문화·교육기관을 만드는 게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계명대 행소박물관에서 시작됐다. 박물관에서 지역주민에게 혜택을 줄 만한 일을 고민하다 문화강좌를 개설했다. 기존의 단발성 특강 형식에서 벗어나 한 학기 단위의 정식 강좌를 마련한 것.
그 첫 과정은 12주 과정의 ‘우리의 옛그림’이다. 교실 수업뿐 아니라 서울 리움(Leeum)박물관 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작은 음악회도 준비 중이다.
수강생의 5분의 4 정도는 주부. 고등학교 동창인 40대 주부 4명이 함께 수업을 듣기도 하고, 미술학원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이웃사촌인 서상희씨와 김세옥씨는 “여느 문화센터 수업과는 다른 심도 있는 강좌”라며 “수업 내용도 만족스럽지만 열정적으로 질문하는 분들을 보고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휴식 공간으로 손색없는 아름다운 캠퍼스가 조성된 데 이어 이곳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것도 시민들과의 간극을 줄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한몫 했다. 2008년 2월에는 2000석 규모의 최첨단 대공연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계명대 본관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복도 벽면에는 커다란 빈 액자가 걸려 있다. 계명대의 미래 얼굴을 위해 비워둔 자리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채워 나갈 공간이다. 어떤 얼굴이 그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계명대는 그 얼굴을 상상하며 열심히 뛰어 오늘보다 더 알찬 내일을 준비한다.
[인터뷰] 이진우 계명대 총장 |
“계명인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진우<br>●1956년 경기 오산 출생<br>●연세대 독문과 졸업, 독일 아우구스부르크대 석사(철학)<br>●1989년∼ 계명대 교수<br>●2004년 7월∼ 계명대 총장<br>●저서 : ‘탈현대의 사회철학’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 ‘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 이진우 총장에 대한 계명대 교수, 학생, 교직원들의 중평이다. 이 총장의 이름 앞에는 이렇듯 늘 ‘젊은 총장’ ‘탈권위적 총장’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이 총장 자신도 “직책의 권위로 명령하기보다 지향하는 바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이끄는 총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총장이 ‘계명 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를 맡은 것은 2004년 7월. 계명대 구성원들은 “이 총장 취임 후 1년 남짓한 기간에 학교 분위기가 한층 고양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계명대의 정확한 비전을 재단했고, 이를 토대로 그에 걸맞은 전략을 마련해 구성원의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장은 “세계화와 특성화로 지방대의 약점을 극복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교원과 학생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명-업 프로젝트’. 그는 “지역과의 연계가 강하다는 것이 지방대의 약점이자 강점”이라며 “국제화는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훌륭한 방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장을 맡은 후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지다시피 해 아쉽다는 이 총장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매일 잠깐씩 ‘싱킹 타임(thinking time)’을 꼭 갖는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미리 짚어보는 이 시간이 그가 계명대를 이끌어가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오늘날의 이상적인 대학총장형은 어떤 것이라고 봅니까. “과거에는 학자 스타일의 덕망 높은 총장이 존경을 받았지만, 요즘은 경영감각과 능력을 함께 갖춘 총장이 요구됩니다. 안정적인 재정 확보는 ‘품질교육’을 뒷받침하는 필수요소니까요. 학생들의 미래와 가치관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거기에 덧붙여 사회적 사안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두 가지를 고루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분이라 처음부터 행정에 능숙하셨을 것 같지는 않은데, 학교 경영과 발전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습니까. “일단 관련 서적은 모두 섭렵합니다. 그러나 외국 서적에서 얻는 아이디어나 정보는 국내 대학 여건에 맞지 않아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비전은 주어진 여건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니까요. 또한 각계각층에 있는 인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첫째는 구성원 사이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둘째는 제도개혁의 초석인 의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일과 제도는 모두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 비법 같은 게 있습니까. “공동목표 수립, 공감할 수 있는 목표 제시, 참여 유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여 개 학과를 전국 10위권에 올려놓겠다’는 공감할 수 있는 공동목표를 내놓으면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또한 목표에 공감해도 참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성과를 제시해 참여를 유도합니다.” -지금 계명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책이지요. 이 책의 메시지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계명인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패션, IT분야 등의 특성화를 추진 중인데, 철학교수로서 인문학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대학은 숲과 같습니다. 경쟁하면서 커가는 나무들처럼 다양한 요소가 공존하지요. 대학은 실용적 목적에 따라서만 움직이면 안 됩니다. 앞으로 계명대가 인문학 분야를 통폐합한다면 실용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 미래적 관점 때문일 겁니다. 미래에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계명대가 한국학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곧 실현될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내년쯤 외국인 교수가 100%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국제대학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의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한 제도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