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가 난으로 알려진 엽예품 ‘벽담’의 신비로운 자태.
문외한에게는 보잘것없는 ‘풀 한포기’에 지나지 않지만 난 애호가들은 “저런 난을 한번만이라도 키워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할 만큼 귀한 난이다. 홍화소심 소장자인 배상호씨는 “3억원을 줘도 팔 생각이 없다”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희귀한 난”이라고 자평했다.
난은 크게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나뉜다. 동양란은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온대성 기후의 나라에서 자생하는 난을 말한다. 서양란은 ‘서양의 난’이란 뜻이 아니라 서양에서 들여와 길러졌거나 개량된 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서양란이 자생하고 있다.
동양란은 크게 춘란, 한란, 풍란으로 나뉜다. 춘란은 봄에 꽃을 피우는 난을 일컫는다. 지역적으로는 한국 춘란, 중국 춘란, 일본 춘란, 대만 춘란, 중국 오지 춘란으로 구분하며, 꽃대 하나에 한 개의 꽃을 피우는 ‘일경일화(一莖一花)’와 꽃대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이 피는 ‘일경구화(一莖九花, 중국에서 ‘九’는 ‘多’의 의미)’로 분류한다. 식당이나 사무실 등을 개업하거나 승진을 축하할 때 선물로 보내는 동양란은 대부분 일경구화인 혜란(蕙蘭)이다.
난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춘란은 보통 3~4월에 개화한다. 춘란은 크게 잎의 무늬를 중시하는 엽예품과 꽃이 아름다운 화예품으로 나뉜다. 난의 값을 좌우하는 것은 품종의 희소성이다. 엽예품은 잎의 무늬가 아름다울수록 명품에 속한다. 중투(中透, 잎의 가운뎃부분 전체가 흰색 또는 노란색 무늬의 난), 호(縞, 잎의 중심부에 흰색 또는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난), 복륜(復輪, 잎의 양쪽 가장자리에 흰색 또는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난) 등 잎의 색과 무늬에 따라 촉당 가격이 수천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3억원 줘도 안 판다”
화예품은 꽃의 색깔에 따라 백화(흰색), 황화(짙은 개나리빛), 홍화(붉은빛), 주금화(황화와 홍화의 중간색)로 구분한다. 꽃은 노랑 자주 주황 빨강 순으로 가치가 높고, 빨강 중에서도 꽃잎이 둥글며 크기가 다소 큰 게 비싸다. 앞서 언급한 홍화소심이 촉당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돌연변이에 의해 꽃잎이 황금빛깔을 띤 데다 꽃대와 꽃대를 둘러싼 포에 백색 이외의 색이 섞이지 않은 ‘소심’이기 때문이다. 한국 자생란 중 돌연변이를 일으킨 희귀종은 집 한 채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한다.
“난 하나 잘 캐면 ‘로또’가 부럽지 않다?” 수년 전부터 난이 고가에 거래된다고 알려지면서 한국 춘란의 대표적 자생지인 전남·북 지방의 산에 난 애호가를 비롯한 일반인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난이 꽃피는 3월과 4월에는 난을 채취하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지난 3월23일. 김모씨는 전남 함평 인근의 산에서 홍화를 산채(산에서 난을 직접 채취한 것)했다. 붉은빛이 유난히 선명한데다 꽃의 형태까지 아름다운 이 홍화는 촉당 7000만~8000만원을 호가한다. 김씨가 산채한 홍화는 3촉. 취미생활로 난을 기른다는 김씨는 “등산을 겸해 산에 갔다가 우연히 좋은 난을 발견했다”며, 난 전문가가 자신의 홍화를 본 후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홍화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색감을 지녔다고 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