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 세대가 좌지우지하는 건 서울시장 자리만이 아니다. 한국의 자산시장도 이들이 움직일 것이다. 미래에셋투신운용 김경록 대표는 “곧 중·장년기에 들어설 베이비부머들 때문에 조만간 우리나라는 주식은 물론 장기 채권도 부족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증권 수요는 앞으로 10년 동안 왕성해진다”고 예상했다.
길고 두터운 한국 베이비부머
머지않아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경제·문화적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이다.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두툼하고 길게 형성된 베이비부머들이 한국 경제의 인프라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베이비붐의 첫 세대는 1955년 출생자들이다. 통계청의 200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955년생은 73만8000명, 1954년생보다 11만명이 많다. 그 때문에 언덕처럼 완만하던 인구 증가 곡선은 1955년 이후 절벽에 오르는 것처럼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58년 개띠’부터는 한 해에 81만∼87만명씩 태어나면서 그야말로 인구 붐이 일어난다. 인구 증가는 1963년생(86만8000명)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지만 한 해에 80만명 이상 태어난 이른바 2차, 3차 베이비붐 현상은 지속됐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약 732만5000명, 전체 인구의 15%를 약간 넘는다. 반면 1946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782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이것만 보면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다른 나라보다 층이 두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의 베이비붐은 독특하다. 우선 1963년에 1차 붐이 끝나지만 10여 년의 공백 기간을 두고 3차까지 붐이 일어난다는 점이 그렇다. 전후 첫 베이비붐 때와 비슷한 숫자의 아기가 1968년에 태어났고, 이때부터 시작된 2차 베이비붐은 1974년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 출생자는 586만9000명. 1979년부터 1982년엔 첫 세대 베이비부머가 낳은 아이들이 다시 인구의 산을 이루며 3차 베이비붐이 일었다.
덕분에 한국의 청장년층 인구구조는 코끼리처럼 길고 두툼하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때 인구는 코끼리 코처럼 탄력 없이 서서히 증가했다. 전후 첫 베이비부머는 코끼리의 신체 중 가장 크고 두꺼운 머리 부분을 이룬다. 1968년 이후 2차 베이비부머는 든든한 어깨를 형성한다. 1979년 이후 메아리(echo) 베이비부머(미국에선 베이비부머가 낳은 자식을 이렇게 부른다)는 코끼리의 뼈처럼 엉덩이 위에서 낮은 언덕을 이룬다. 그러나 1984년 이후부터는 인구 그래프가 코끼리 꼬리처럼 물결치며 하락한다.
인구 구조는 경제·사회적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비슷한 연령대의 거대한 인구집단이 가는 곳마다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베이비부머,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