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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중국號’ 성장의 대들보 광저우

못 만드는 것, 못 구하는 것 없는 ‘세계의 만물상’

  • 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중국號’ 성장의 대들보 광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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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남동부 광둥(廣東)성의 성도(省都) 광저우(廣州)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200개 기업, 우리나라 기업만 2000개가 진출해 있을 만큼 중국 경제의 새로운 구심축으로 자리잡은 도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장 개방의 모델로 견학했을 정도로 괄목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광저우를 구석구석 둘러봤다.
‘중국號’ 성장의 대들보 광저우
50대 중반의 백희원 사장.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그는 1980년대 홍콩을 오간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광저우에 정착했다. 지금은 미국에 의류 자재를 납품하는 수준이지만 곧 소규모 공장을 갖게 되면 본격적인 생산 및 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의 사무실은 광저우의 패션 중심가인 중산대학(中大)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백 사장은 초면인 기자에게 뜻밖의 퀴즈를 냈다.

“오성홍기(五星紅旗)에 그려진 별 5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요?”

“성조기(星條旗)의 50개 별은 미국의 50개 주(州)를 대표하는 것인데, 오성홍기에도 그런 뜻이 있나요? 혹시 가장 큰 별은 공산당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그건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고, 요즘 해석은 좀 달라요. 가장 큰 별은 한족을 나타내고 주변의 4개 별은 동이(東夷)·북적(北狄)·남만(南蠻)·서융(西戎), 즉 주변 오랑캐를 뜻한다는 거예요. 여기엔 티베트는 물론 한국도 중국이라는 주장이 숨어 있죠. 중국식 팽창주의가 가미된 해석이라고나 할까요. 그럼, 중국인들은 중국 영토가 어디서 어디까지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북쪽엔 고대로부터 만리장성이 있었을 테니 그곳이 경계일 거고, 남쪽으로는 베트남 이북이겠죠.”



“그 답은 매우 피상적이에요. 유물론적으로 보면 중국인들은 ‘쌀이 재배되고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땅’을 모두 중국으로 생각했다는 겁니다. 베트남 이남은 너무 덥고 만리장성 이북은 너무 춥다는 거죠. 따지고 보면 여기 광저우가 남쪽의 경계선쯤 되는 곳이라고 할까요.”

중국 화남경제의 중심지인 광저우를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은 올초 한국 의류산업의 메카라 할 만한 동대문에서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싹텄다. 그는 길거리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배달부대를 가리키며 “쟤들한테 앞으로 얼마나 더 일거리가 있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5년 전만 해도 오토바이 숫자가 두 배는 넘었다는 것이다.

“지금 기자양반이 입고 있는 셔츠, 면바지, 코트가 전부 중국산이란 걸 알아요? 한국 의류산업은 지금이 최대 위기야. 위안거리라면 동대문 상인들이 중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는 것뿐인데, 그게 과연 한국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광저우에 한번 가봐요. 동대문은 구멍가게 수준이라니까.”

“2020년 한국 경제규모 따라잡는다”

광저우행(行)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는 광저우의 바이윈(白雲) 신공항을 통해 곧장 갈 수도 있고,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 종일 중국을 유람하며 갈 수도 있다. 비행기로 곧장 가자니 주변도시를 못 보는 아쉬움이 남고, 기차를 이용하자니 너무 먼 도시다.

절충안이 있다. 홍콩을 경유해서 입국하는 방법이다. 홍콩발 광저우행 기차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거꾸로 선전(深?)을 통해 홍콩으로 나오는 행로다. 이 여정은 광둥성의 주요 도시들을 기차로 훑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거니와 홍콩과 광저우가 1일 생활권이라는 주장을 몸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홍콩에서 광저우로 갈 때 필요한 것은 중국 비자뿐. 주룽(九龍·광둥에선 카오룽으로 발음한다)반도의 중심지에 위치한 훙한역에서 간단한 출국절차만 밟으면 된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두 시간에 한 대씩 배정된 광둥선(廣東線) 열차는 홍콩시민은 물론 전세계에서 도착한 바이어들을 선전과 광저우로 끊임없이 실어 나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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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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