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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업체 경리직원의 ‘양심 일기장’

“나는 이렇게 탈세를 도왔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대기업 하청업체 경리직원의 ‘양심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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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글로비스’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글로비스라는 업체 때문에 벌어진다. 이 업체는 기아자동차가 각 물류 운송업체(Q사 등 6개업체)에 지급해야 할 화물(부품에서 완성차까지) 운송료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 그러니 물류회사의 이윤은 크게 줄어든다.

반면 글로비스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을 챙겨간다. 이 업체가 가져가는 ‘헛돈’을 화물차주(지입기사)들에게 준다면 그들은 행복에 겨워 데모를 할 까닭이 없어질 것이다.”(2003년 7월)

Q사와 대표의 탈세·횡령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알아야 한다. 이 회사가 돈을 벌어들이는 부문은 크게 4가지. 운송업, 포장업, 유류업, 건물임대업이 그것이다. 그중 물류에 해당하는 운송업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주로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도요타자동차 등 자동차 관련 대기업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이를 포장하고 운송하는 것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가령 현대·기아차가 소모 부품이나 완성품 자동차를 보내면 이 회사는 용역업체에서 인부를 불러 이를 포장하고(연간매출 약 40억원), 회사 소유의 트럭과 지입차주 소유의 트럭을 이용해 자동차 생산 관련 공장과 자동차 판매 대리점, 항만까지 운송한다(연간매출 150억). 이때 Q사는 글로비스로부터 부품과 완성차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현대·기아차 공장까지 직접 가서 화물을 받아 목적지까지 운송한다. 글로비스는 운송업체만 선정하고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이 회사는 또 사업장에 있는 임대 건물에서 연간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회사 내에 주유소를 만들어 수백명의 지입차주들에게 이곳에서 기름을 넣게 함으로써 연간 20억여 원의 돈을 벌어들인다. 제보자 이씨는 “Q사의 연간 매출은 220억∼250억원이고 순이익률은 8~9%에 이르지만, 법인세 신고 때는 2~3%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법인세율이 당기순이익의 27%선임을 고려할 때 탈세 범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홍길동’과 ‘김정호’

이 회사에는 관리직 직원 90여 명, 직영기사와 지입차주(지입기사) 200여 명이 있다. 자사 직원인 직영기사보다 자신의 차를 가져와 영업행위를 하는 지입기사(지입차주)가 더 많다. 지입기사들은 자신이 직접 화물차를 구입해놓고도 형식적으로는 물류운송업체의 이름으로 화물차를 구입한 뒤 업체로부터 되사는 형식을 취한다. 물류업체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화물 물량을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운송료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회사의 유류 매출을 올려주는 주요 거래처이기도 하다.

글로비스가 Q사에 화물운송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Q사는 지입차주들에게 화물을 알선하고 운송료에서 일정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운송료와는 별도로 차량 관리비도 받았다.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원청-하청의 먹이사슬이 자기복제를 거듭하면서 물류비용만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2004년 6월, 다단계 주선 및 운송행위 등 법령 위반행위로 건설교통부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무슨 영문인지 최근 한국물류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 상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물류혁신 노력을 통해 국가경제의 비전과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이 회사의 탈세와 횡령은 주로 지입기사에게 주어지는 외주 운송비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법인세 탈루사례를 보자.

Q사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지입기사 ‘홍길동’을 만들어내 외주 운송비 명목으로 300만원을 지급하고 그에 따른 허위 전표를 발행했다. 법인세는 총매출에서 회사 경비를 제외한 당기순이익에 업체마다 다른 세율을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세법상 외주 운송비는 경비로 인정되므로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가상의 지입기사 홍길동에게 지급된 외주 운송비만큼 줄어들고, 당기순이익의 27%인 법인세도 그만큼 경감된다. 이 회사는 2001년에서 2003년까지 이런 방식으로 15억2000만원의 허위 경비를 계상해 당기순이익을 축소하고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 회사 대표는 2001년 회사공금 2억2000만원을 빼내 자회사 2개를 개인명의로 사들였는데, 이때 쓰인 자회사 구입금액(출자금)을 모두 외주 운송비로 허위 계상해 횡령 사실을 감추는 한편, 법인세도 탈루했다. 대표는 이 중 1개 회사를 되팔아 다시 이익을 취했다. 국세청 조사 결과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 회사가 법인세 탈루를 위해 허위 계상한 경비는 모두 20억5000만원.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떤 방식으로 탈루가 이뤄졌을까. 이씨의 일기장으로 되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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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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