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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⑭

지렁이, 두더지, 미생물은 자연의 쟁기…그들이 있어 땅은 이불처럼 폭신폭신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지렁이, 두더지, 미생물은 자연의 쟁기…그들이 있어 땅은 이불처럼 폭신폭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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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미워하지 않기

지렁이, 두더지, 미생물은  자연의 쟁기…그들이  있어  땅은  이불처럼  폭신폭신
농사에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곧잘 하는 말이 ‘잡초는 없다’이다. 그렇다. 잡초는 없다고 보면 없다. 쓸모가 있다고 보면 또한 그렇다. 중요한 건 ‘때’라고 본다. 무조건 내버려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풀이 거름이 되고, 곡식이 풀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하려면 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어느 계절에 무슨 풀이 올라오고, 무슨 풀이 땅을 차지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풀이 있는 반면 거름으로 사라지는 풀도 있다. 곡식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농사짓기 전에는 곡식도 다 풀이었다. 그 풀이 오랜 세월 농사로 가꿔지면서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곡식이 되었다. 때에 맞추어 씨앗을 심어야 함은 물론, 그 철에 왕성하게 땅을 차지하는 풀과 경쟁해 이길 수 있도록 풀을 미리 잡아줘야 한다.

이를테면 밀밭에는 겨울을 나는 풀이 극히 적다. 밀이 빼곡히 땅을 차지하고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밭에 봄 감자를 심으려 하면 망초나 별꽃 같은 풀이 미리 자리잡고 있다. 이들을 헤치고 감자를 심는 것도 어렵지만 감자가 싹이 날 무렵, 이 풀은 제 세상 만난 듯 뿌리와 잎을 죽죽 뻗어, 밭을 거의 다 덮을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다. 그러니 감자를 심기 전에 봄풀의 기세를 꺾어놓아야 한다. 이렇게 무경운 농사에서도 풀 잡기는 큰일 가운데 큰일이다.

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풀을 잡는다. 하나는 제때 잡기, 그리고 또 하나는 피복하기다. 여기서 피복(被覆)이란 농사 부산물이나 솔가리 같은 마른풀로 흙을 덮어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 피복만 잘 하면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말한 것처럼 풀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볏짚이나 솔가리 같은 마른풀을 덮어주는 걸 ‘유기물 피복’이라고 한다. 유기물 피복이 두터우면 풀이 풀을 잡는다. 풀이 자라려면 햇볕을 받아야 하는데 마른 풀이 뒤덮고 있으니 햇볕을 받지 못해 풀이 덜 난다. 어쩌다 풀씨에 싹이 나더라도 땅속이 아닌 거죽에서 나기에 뽑기도 쉽다.

유기물 피복으로 제초효과를 보자면 그 두께가 최소한 3cm는 돼야 한다. 그래야 햇볕을 막아준다. 땅에 유기물 피복을 해서 좋은 건, 단지 풀을 잡아서만은 아니다. 땅속에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게 된다. 피복은 먹잇감이 되고 땅이 적당한 습기를 머금게 해 준다. 그 속에서 온갖 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피복을 3cm 정도로 덮는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싱그러운 풀을 베다가 땅에 깔아보면 깔 때는 제법 두툼한 것 같아도 열흘만 지나면 물기가 말라버려 아주 얇아진다. 여기에다가 비에 삭고, 지렁이가 먹고, 미생물이 분해해 한 해가 지나면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때 놓치면 골병든다!

피복 재료로는 마른풀이나 산의 부엽토 또는 볏짚이 좋은데, 이것 또한 덮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양이 필요하다. 넓은 밭을 한꺼번에 다 덮기란 쉽지 않다. 해마다 조금씩 늘려가는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도 피복이 두텁지 않은 곳의 풀 뽑기는 여전히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가을걷이를 끝낸 초겨울부터 풀을 뽑기 시작한다.

햇살이 따스한 겨울날 땅거죽이 녹으면 풀 뽑기도 할 겸 나물을 하러 나선다. 이맘때 밭에 나는 풀로는 광대나물, 점나도나물, 망초가 있는데, 싱싱한 겨울 나물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겨울 풀을 다 먹을 수는 없다. 대부분 풀은 거름이 되도록 밭에 깔아둔다. 그러다 보면 풀을 미워할 수 없다. 우리 생명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니까.

사실 겨울에 김을 맨다고 해봐야 얼마나 하겠나. 바람 없고 햇살 좋은 날, 산책 정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풀이 나기 시작하는 봄부터는 틈틈이 빈 밭에 김매기를 해둬야 한다. 이른바 ‘헛김매기’다. 5월 초에 심는 곡식이라면, 4월에 한 번, 심기 전 또 한 번, 이렇게 김매기를 두 번 한다. 고구마처럼 5월 말이나 6월에 심는 경우는 헛김매기를 세 번 정도 한다. 빈 밭에 김을 매는 거니까 때만 맞추면 아주 쉽다. 곡식이 없으니까 슬렁슬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우습게 보고 내버려두다가 때를 놓치면 두 손 들고 항복하게 된다. 자칫 골병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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