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데 쓴 변호사(조정 대리인) 선임 비용이 청와대 예산임을 보여주는 청와대 문건.<br>2. 노무현 대통령이 조선일보 만평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한 언론조정신청서(정정보도 청구). 신청인이 ‘대통령 노무현’으로 돼 있다.<br>3. 노 대통령이 같은 만평에 대해 법원에 제출한 정정보도 청구 소장. 신청인이 ‘노무현’으로 돼 있다.
한국외대 김우룡 교수(언론학)는 “외국에서는 국가수반이 소송에 뛰어드는 일 자체가 거의 없다. 더구나 대통령이 재임 중 민사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으로부터 커다란 권한을 위임받은 대신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며 국민 통합을 구현할 의무가 있는 유일한 최고위 공직자라는 특성상, 대통령이 개인이나 특정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다툼을 벌이는 행위는 여러 나라에서 금기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대통령은 대법원장 임명권을 갖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민사 사건에 직접 원고로 뛰어드는 것을 자제해왔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경우에도 재임 중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중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현재 노무현 대통령은 5건의 민사 소송 제기 외에 언론중재위원회(판사가 중재위원)에 총 16건의 언론조정신청(정정·반론보도 청구)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 송사, 언론史에 남을 일
언론사를 상대로 한 노 대통령의 잦은 송사는 이처럼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일이다. 노 대통령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사실은 그때그때 보도가 됐다. 그러나 소송이 그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송 비용은 어떻게 충당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언론중재위 제소의 경우 어떤 건은 보도됐지만 알려지지 않은 건도 많다.
‘신동아’는 청와대 문건, 대법원 기록, 소장(訴狀), 언론중재위원회 자료, 청와대측 증언, 피고측 증언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해 ‘대통령 송사’의 총체적 진행 실상을 추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송사는 정치사와 언론사에 남을 사료적 가치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노 대통령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한 건수(모두 16건·당선자 시절 1건 포함)가 우선 눈에 띈다. 언론중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부터 2006년 4월 현재까지 전국 공무원 중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가장 많이 한 공무원은 노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청구는 중재위에서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이모 과장이 대통령보다 5건 적은 11건으로 2위였다. 문재인 대통령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이 6건,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4건,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이 3건이었다. 그 밖에 이해찬 전 총리, 이종석 통일부 장관,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정찬용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 조기숙 전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각 1건씩이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이라는 기관이 아닌, 본인 명의로 자주 청구를 했다는 게 특징적이다. 이는 장관 등 다른 고위 공직자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대통령 본인과는 별도로 대통령 비서실은 같은 기간 언론중재위원회에 18건의 정정·반론보도 청구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2005년 국회에 제출한 ‘청와대의 언론사 제소 현황’ 자료엔 정정·반론보도 청구자가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청와대’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본인의 언론사 제소 현황은 지금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