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 발간돼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북한 요지경’이라는 제목의 이 책의 저자는 북한군 장교 출신인 호혜일(가명·39)씨. 호씨는 북한에서 명문대학 두 곳을 졸업한 뒤 북한군 호위사령부에서 근무했다. 소좌(소령)로 제대한 뒤엔 특수단위에 소속돼 무역일꾼으로 외화벌이에 나섰다. ‘북한 요지경’ 속에는 북한이 그동안 외화벌이를 위해 자행했던 마약제조, 골동품 밀거래 등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6월30일 호씨를 어렵사리 만났다. 그는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절대 언론에 얼굴을 내놓을 수 없다”면서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다행히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조용하게 인터뷰하는 건 허락했다. 만나보니 눈매가 아주 선해 뵈는 서글서글한 성품의 386세대 청년이었다. 탈북한 지 1년6개월째 접어든다고 했다.
▶ 복잡한 서울시내에서 약속장소를 잘 찾아오신 걸 보니 길눈이 무척 밝은가 봐요.
“하하. 내비게이션 덕분이죠.”
군에서 경호 임무를 맡았으니 지리감각이 뛰어날 것 같아요. 호위사령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대입니까.
“수령을 중심으로 한 당과 정치기관을 호위하고 수뇌부를 보위해요. 쉽게 말해 경호부대입니다. 김일성·김정일 친위부대라고도 하고요.”
▶ 김일성과 김정일을 직접 경호했어요?
“김일성은 권총 유효사정거리에서 근접경호를 했고, 김정일은 경호하는 부서에 들어가서 지원경호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