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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에이,‘타워’(타워팰리스) 사는데 기본(50만원)은 했어야지…”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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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한 ‘강남엄마 따라잡기’ 현장

대림아크로빌과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건물이 늘어선 서울 강남의 대치동 일대.

사업가 남편을 둔 이씨는 지방에서 두 아이의 영어와 수학 학원비로 월 200여 만원씩 지출했는데 대치동에서는 100만~110만원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씨는 “고액과외가 판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교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곳 또한 대치동”이라고 말했다.

자식이 공부 잘하는 만큼 부모, 특히 엄마가 시샘 혹은 대접을 받는 곳이 대치동이다. 자녀의 성적이 곧 가정의 행복과 직결된 곳이기도 하다. 중간·기말고사를 앞둔 2~3주 전 각 학원이 ‘내신성적 관리 시스템(평소 선행학습을 하다가 기출문제 등을 풀면서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하는 기간)’으로 전환하면 온 동네가 조용해진다. 가족단위 외식이 현저히 줄고 정보교환 및 친목도모를 위한 학부모 모임도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대치동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원래 살던 사람이나 새로 이사 오는 사람이나 기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2월 서울 중랑구에서 대치동으로 옮겨온 강모(43)씨는 이 동네 아줌마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6억5000만원을 주고 40평대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기죽지 않기 위해 일부러 큰 집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씨의 시댁은 “아이 교육 한번 잘 시켜보겠다”는 강씨의 말에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강씨는 이사 오기 전 승용차를 대형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여윳돈이 없어 포기했다. 대치동에는 강씨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큰 집으로 옮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꿇리지 않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강씨를 화나게 하는 것은 넓은 집에 사는데도 동네 아줌마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 유학 보낸 ‘개털족’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기 일보 직전에 처한 가정도 있다. 수도권 신도시에서 3년 전 이사 온 정모(45)씨는 “대치동으로 이사 가자”는 아내의 제의를 뿌리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자녀 교육을 빌미로 강남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 아내가 잘사는 강남 아줌마들 틈에 끼게 된 이후 그들의 소비와 생활수준에 맞추기 위해 과다한 지출을 일삼기 때문이다.

정씨의 둘째딸은 현재 캐나다에 유학 중이다. 홑벌이 직장인인 정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단기유학 보내자는 아내의 뜻을 꺾지 못하고 집(시가 8억원)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아 유학비로 3000만원을 선지급했다.

그는 캐나다의 한국인 집에 머물고 있는 자녀의 생활비와 용돈으로 월 200만원을 송금한다. 정씨의 월급은 500여만원(세금 공제후). 직장인으로는 상위권에 속하는 소득 수준이지만 대치동에서는 ‘개털족’에 속한다. 캐나다에 송금하고 남는 돈 300만원 중 특목고(외고)를 목표로 공부 중인 중학교 3학년 큰딸의 영어(2곳)와 수학, 내신 대비용(과학과 사회) 학원비 등으로 월 180만원을 지출하면 120만원이 남는다. 4억5000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는 정씨는 “1년여 만에 3000만원 한도인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을 보였다”면서 “아내가 딸을 어학연수 보낸 것은 자녀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함께 어울리는 아줌마들에게 기죽기 싫은 것도 한 이유였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얘, 남편 팬티 색깔은 가르쳐줘도 학원강사 이름은 무덤까지 갖고 가는 게 이 동네 아줌마들이야.”

드라마 속 ‘원조’ 강남 아줌마 윤수미(임성민 분)가 한 말이다. 좀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학원 정보를 쉽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대치동의 특징 중 하나다. 특히 자녀가 학원이 아닌 개인과외를 받을 경우 ‘교사’에 대한 정보를 숨기는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이번에 타워로 이사 가셨다면서요?”

대치동에 사는 또 다른 김모(42)씨는 일명 ‘꼬리표(성적표)’가 나온 후 몇몇 아줌마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어머, 축하드려요. 아드님이 이번에 성적이 좋았다면서요? 그런데 어느 학원에 보내세요?” 아줌마들은 김씨에게 비슷비슷한 질문을 던졌고, 그는 “영어와 수학 학원만 보낸다. 나머지 과목은 스스로 공부했다”고 답했다.

얼마 후 김씨는 한 동네에 사는 절친한 선배에게서 “학원 정보를 가르쳐주기 싫어 거짓말을 한 아줌마라고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김씨는 황당했지만 쓴웃음을 지었다. 대다수 아줌마가 학원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진 데서 빚어진 풍문임을 알기 때문이다.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촌지 시인’이자 중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서상원 교사(유준상 분). 반 대표의 어머니가 서 교사에게 건넨 봉투에는 10만원권 수표가 두둑이 들어 있다. 유심히 수표 숫자를 헤아려보니 10장, 즉 100만원이었다.

이 장면을 본 시청자들의 눈이 휙 돌아갔을지 모른다. ‘학교 선생님에게 촌지로 그렇게 많은 돈을?’ 하고 토끼눈을 뜨지 않았을까. 일부 교사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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