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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11

치매 어머니를 ‘존엄’케 하는 자연의 힘, 똥조차 꽃으로 보이는 깨달음의 삶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치매 어머니를 ‘존엄’케 하는 자연의 힘, 똥조차 꽃으로 보이는 깨달음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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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귀자면 살아온 이야기부터 나누는 게 제일인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 또는 일들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시골에 와서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이웃을 사귀다가 고생한 기억이 적지 않다. 삶의 뿌리에 대한 이해 없이 열매만 따고 나누어 가지려는 욕심은 자기 상처가 되기 쉽다.

전희식씨는 별명이 여럿이다. 농사를 중심에 놓고 지은 이름은 농주(農住 또는 濃酒). 마음공부를 하면서 얻은 법명은 휴강(休康). 나이 드신 어머니를 시골집에 모시고 살면서 새로 얻은 법명은 목암(牧庵)이란다. 그 뜻은 ‘고요한 오두막 하나 지키고 살아라’이다.

이 글에서는 여러 이름 가운데 목암을 쓰고자 한다. 목암은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예전에 민중당 소속으로 인천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해 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시골에 내려와서는 ‘감자를 아궁이 불에 굽다’라는 책을 냈다.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한다. 생명평화결사운동이라든지 귀농운동에도 몸담고 있고, 잡지와 신문 그리고 인터넷 매체에 두루 글을 쓴다.

‘생명의 농사야말로 진보’

대안교육에 대한 경험도 다양하다. 두 아이, 새날(19)이와 새들(17)이가 모두 대안학교를 거치면서 학부모로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게 된다. 또한 부정기적으로 ‘보따리 학교’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손수 운영한다. 이 학교는 배우고 싶은 아이들이 보따리만 싸서 오면 함께 삶에 대해 공부하는 한시적인 학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마을 할머니들을 위한 한글 교실도 열고, 좀더 멀리 발을 뻗어 장수읍내 이주여성 지원센터에도 1주일에 두 번 강의를 나간다.



그를 더 알아보기 위해 젊은 시절과 귀농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목암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당시 삶은 치열했고, 가슴은 뜨거웠다. 그때 만난 인연들 가운데 지금은 꽤나 유명한 사람도 많다. 경기도 지사인 김문수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근태가 그들이다. 목암은 1992년 총선을 치르고 나서 삶의 변화를 근본에서 다시 모색한다. 사회 변혁 이전에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그러다 1993년 무소유 공동체를 지향하는 야마기시 명상수련에 참여하면서 예전에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그 어떤 희열을 맛본다. 그가 정리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많은 변혁운동이 상대를 공격하면서 상처를 받는다. 이는 곧 자기 상처가 되며 이를 다시 투쟁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제는 이런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깊은 명상의 힘을 운동의 힘으로 삼자.’

술 한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오는 충만감과 희열감. ‘이게 뭘까? 어디서 오는 걸까.’ 명상 끝에 그는 삶의 거처를 옮긴다. ‘생명의 농사야말로 진보’라는 결론을 얻고, 1994년에 전북 완주로 내려온다. 농사를 짓고 명상을 꾸준히 하면서 삶의 지평이 달라지는 걸 깊이 체험한다.

“모든 존재물과 조화로운 관계, 더불어 번영해야 하는 거지요. 자신을 살리고, 이웃을 살리며, 세상을 살리는 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봐요. 울분에 차지 않고, 미워하거나 분노하지 않으며, 자신을 바로 보고, 외부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 전우주적 존재감을 갖고 살아가려고 해요.”

생명의 농사를 바탕으로 그는 삶의 지평을 하나하나 넓혀간다. 자연의학과 민족생활 의학을 두루 섭렵하고, 대안교육에도 깊숙이 발을 담근다. 최근 6년 동안 그가 학부모로서 관계한 대안학교는 네 곳이나 된다. 지리산에 있는 실상사 작은 학교, 강화도에 있는 마리학교, 담양에 있는 한빛고등학교, 그리고 홍성에 있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다. 그러다 지난해 큰아이 새날이가 고등학교를 1학년만 마치고 그만둔다. 스스로 세상을 학교 삼아 배움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목암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런 방식의 배움을 ‘스스로 세상학교’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이 학교는 마리학교의 장계분교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 학교를 어찌 운영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웠고, 첫 입학생을 받았다. 이렇게 목암은 새로운 교육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지만 여기서는 부모 모시기로 이야기를 집중할까 한다.

노인에 관한 무지, 폭력

어느덧 우리 사회도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부모 모시는 문제가 자식들에게 큰 일로 다가온다. 웬만큼 경제력을 갖추지 않은 한 양로원이나 노인병원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식들이 직접 모시는 것도 그리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설사 의무감으로 집에서 자식이 모시더라도 그 주체는 대부분 여성 몫이 된다. 며느리가 시부모를, 아니면 딸이 친정 부모를 모신다. 살림을 모르고는 노인을 보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목암은 남성으로서, 장남이 아닌 막내아들로서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신다. 그것도 기쁘게.

그가 이렇게 어머니를 모시는 데는 사연이 조금 길다. 지금 어머니는 연세가 여든여섯, 하반신과 청각에 장애가 있어 현재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상태다. 서울 사는 큰형님이 20여 년 동안 어머니를 모셨다. 7년 전쯤 눈이 오는 날 외출했다가 넘어져 골반을 크게 다쳐 큰 수술을 하게 되고 이후 어머니는 집안 신세를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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