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지구는 인류의 요람, 하지만 영원히 요람에 머물 순 없다”

  • 윤상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sh1005@donga.com

    입력2007-11-08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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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 우주는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세상이었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07년, 인류는 국제우주정거장, 유인우주선, 달 탐사기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16개국의 최고 기술진이 우주와 가까워지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핵심, 케네디우주센터에 다녀왔다.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2008년은 ‘스페이스 코리아(Space Korea)’의 꿈이 실현되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고산(31·항공우주연구원)씨가 내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Soyuz)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향하고, 6월에는 전남 고흥군의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돼 우주개척시대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딘 때문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같은 ‘우주 선진국’들도 우주개발 및 탐사에 막대한 예산과 첨단기술을 쏟아부으며 국운을 건 경쟁과 협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달에 장기 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화성 탐사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절반 크기의 케네디우주센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2005년 10월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丹) 6호를 발사한 중국은 내년 하반기에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러시아와 함께 화성 탐사 개발을 추진하고 2020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아시아 최초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발사한 일본도 여세를 몰아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인도도 내년 초까지 독자개발한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데 충격을 받아 미국이 이듬해 설립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핵심시설인 케네디우주센터(KSC·Kennedy Space Center)에서 인류 우주 탐사의 생생한 현장을 돌아봤다. NASA가 추진하는 각종 우주 탐사 계획의 주요 협력업체인 보잉사의 초청으로 방문한 KSC 곳곳에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성취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올랜도는 디즈니랜드로 유명하다. 이곳은 디즈니랜드를 포함해 뉴욕 맨해튼의 두 배 규모인 113㎢에 달하는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갖춰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한 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케이프커내버럴에는 또 하나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우주탐사기지인 KSC가 그것이다.

    16개국의 열띤 경쟁

    현지 시간으로 9월20일 오전,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생긴 KSC 정문에서 간단한 방문객 명단 확인을 거친 뒤 출입구를 통과하자 왕복 8차선 진입도로 양쪽으로 바나나 강과 울창한 숲지대가 펼쳐졌다. 악어와 독수리, 도마뱀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로변에 우뚝 솟은 높이 50m가 넘는 고목들 위에는 정말 독수리 둥지가 눈에 띄었다. 안내를 맡은 NASA 관계자는 “밤이 되면 도로를 지나다니는 악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KSC는 21세기 우주개발 시대와 야생 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크게 공장시설과 발사시설로 이뤄진 KSC의 총 면적은 약 352㎢로 서울시 면적(약 605㎢)의 절반이 넘는 광대한 규모다. 내년에 완공되는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보다 70배 더 넓은 이곳에서는 NASA와 우주항공업체 기술진 등 1만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제작시설의 외벽에는 대형 성조기와 NASA 마크가 붙어 있었다.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데,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KSC의 핵심시설이다.

    출입구로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세계 최고 우주선 제작팀의 집(Home of the Finest Spacecraft Processing Team in the World)’이라는 슬로건과 ISS 건설에 참가 중인 각국 국기가 붙어 있는 자료실이 눈에 띄었다.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케네디우주센터의 국제우주정거장 제작 시설의 전경. 서울의 절반 크기인 케네디우주센터에는 1만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삼중의 보안검사와 구두 밑바닥에 붙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방진매트를 밟고 들어간 건물 안은 하늘색 작업복과 마스크로 ‘완전무장’한 채 ISS 제작에 여념이 없는 각국의 기술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ISS 사업 참가국의 국기가 내걸린 작업구역마다 첨단 컴퓨터 설비와 대형 트럭 크기의 ISS 구조물, 각종 부품이 가지런히 배치돼 있었다. 기술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설계도면과 ISS 구조물을 꼼꼼히 비교하며 주요 부품을 점검하고 있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기술진 10여 명도 ISS의 핵심 구조물로 5개 우주실험실 가운데 하나인 키보(KIBO) 실험실을 제작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키보 실험실의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결함의 원인을 찾기 위해 며칠째 밤을 새우고 있다고 KSC 관계자가 귀띔했다. 직경 약 4m, 무게 22.5t의 대형 철제 원통 모양을 한 이 실험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우주실험동(棟)으로 우주왕복선 화물칸의 75%를 차지할 만큼 크다. 이 실험실은 2009년 완성돼 우주왕복선에 실려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려져 조립된다.

    10번째 우주과학 실험국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아틀란티스호가 정비시설에서 기체와 전기전자 장비 점검을 받고 있다.

    JAXA는 지난 9월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種子)섬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 13호에 실려 발사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비롯, 여러 차례의 위성발사 경험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ISS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KSC 관계자는 “일본은 과감한 투자와 최첨단 우주항공기술력으로 ISS 전체 사업 중 20%를 책임질 만큼 핵심 임무를 맡고 있다”며 “특히 일본 기술진은 서로 눈빛만 보고도 제작과정을 원활히 조율할 만큼 뛰어난 팀워크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ISS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KSC 관계자로부터 “기술력 못지않게 투자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실험실 조립 현장에 다가가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자 일부 일본 기술진은 기자를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잠시 후 “우주공간에서 사용될 ISS의 초정밀 전자장비에 대한 테스트가 이뤄지는 곳이니 카메라 플래시는 터뜨리지 말아달라”고 정중히 요청해왔다.

    ISS는 승무원의 거주시설과 연구시설, 지원시설 등 총 40여 개의 구조물로 나뉘어 제작됐다. 이 구조물들은 우주왕복선의 화물칸에 실려 지구궤도 407km 우주공간으로 옮겨져 로봇팔 등에 의해 조립되고 있다.

    캐나다는 ISS의 조립과 유지보수에 사용되는 16.7m 길이의 로봇팔을, 유럽업체들은 가압연구실을, 러시아는 즈베즈다 서비스 모듈로 불리는 승무원 생명유지 및 거주시설을 각각 맡아 제작하고 있다. 이곳에서 상주하는 각국 기술진은 300여 명.

    1998년 말부터 시작된 ISS의 공정률은 현재 75%로 총 133억달러(약 12조2500억원)를 들여 2010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ISS 완공 때까지 우주왕복선은 이곳에서 완성된 구조물을 싣고 13차례 더 발사될 예정이다.

    현재 ISS에는 승무원 3명이 미국 텍사스 휴스턴과 러시아 모스크바 우주관제센터의 도움으로 4~6개월씩 상주하면서 생명과학, 물리학, 지구관측을 포함한 각종 실험은 물론 ISS에 부착된 로봇팔로 ISS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ISS에 결합돼 있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 고산씨도 내년 4월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ISS에 1주일 정도 머물며 무중력 우주공간에서만 가능한 다양한 과학실험을 할 계획이다. 고씨가 수행할 연구는 청소년 교육자료로 활용할 교육실험 5가지와 산업·경제적 활용가치가 있는 기초과학실험 13가지 등이다. 고씨가 ‘우주실험 전문가’로 실험을 성공리에 마치면 한국은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등에 이어 10번째 우주과학 실험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에 참가한 일본 기술진이 우주실험실을 제작하고 있다.

    ISS의 제작과 운반, 조립 등 총체적 사업관리는 미 보잉사가 맡고 있다. 다이애나 라미레즈 보잉사 통합방위시스템 아시아태평양지역 홍보팀장은 “ISS가 완공되면 길이 109m, 무게 450t으로 러시아의 미르 정거장보다 4배 크고 747 여객기와 맞먹는 사상 최대의 우주구조물로 피라미드나 수에즈 운하와 견줄 만한 인류의 대역사(大役事)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ISS의 구조물과 승무원들을 우주공간으로 실어 나르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의 정비관리동(棟). 약 140m 높이의 건물 주위에서는 우주왕복선 연소실험을 한 탓인지 매캐한 냄새가 났지만 관계자들은 늘 맡기 때문에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성냥과 라이터, 금속조각 등을 맡긴 뒤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120여 명의 기술진이 대형 크레인과 컴퓨터 설비로 가득 찬 공간에서 세 번째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의 기체와 전자전기계통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음속의 20배 이상 속도(시속 2만4480km)로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수천도의 마찰열로부터 우주왕복선을 보호하는 특수 내열 타일을 교체하는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타일들이 특수접착제로 우주왕복선 하부에 빈틈없이 붙여져 기체를 엄청난 고온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파인세라믹이라는 복합소재로 제작된 가로 세로 20cm, 두께 5cm인 3만여 장의 검은색 타일로 촘촘히 메워진 아틀란티스호의 동체 하부는 커다란 고래의 배처럼 보였다.

    우주왕복선에는 본체인 오비터(orbiter)와 외부탱크, 2개의 고체연료 로켓 등에 총 250만개의 부품과 약 370km 길이의 배선, 1060개의 밸브와 1440개의 회로 차단기가 들어간다. 소형 민간 항공기 규모의 오비터는 지휘관과 조종사, 연구진 등 총 7명이 탑승해 지구궤도를 돌며 과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주에서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우주왕복선은 이곳에서 90일간 정비점검을 받은 뒤 다음 발사를 준비하게 된다.

    달 기지의 꿈

    NASA는 보잉에 의뢰해 1981년 4월 최초로 발사된 컬럼비아호를 시작으로 챌린저,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호 등 5대의 우주왕복선을 제작했지만 비운의 사고로 2대가 폭발했다. 컬럼비아호는 2003년 1월16일 KSC에서 발사된 직후 오렌지색의 외부탱크에서 미세한 양의 발포체가 새어나와 왼쪽 날개에 부딪히면서 날개에 구멍이 생겼고, 이로 인해 2월1일 우주선이 지구 대기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폭발해 산산이 부서졌다. 이에 앞서 1986년 1월 발사된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고체연료 로켓의 결함으로 폭발해 탑승한 비행사 7명이 목숨을 잃었다.

    NASA는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엔데버 등 나머지 3대를 ISS 제작에 투입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차세대 우주왕복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10년까지 노후한 우주왕복선을 모두 퇴역시킨 뒤 신형 유인우주선 개발 사업 등이 포함된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첨단 항법장치와 더 우수한 화물 탑재능력을 갖춘 신형 우주선을 개발해 2014년까지 달을 재정복하고 2024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한 뒤 화성 탐사를 추진하는 장기 우주탐사 계획으로 보잉사와 록히드마틴사 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이 구상에 따라 NASA는 약 25t 규모의 탐사선인 오리온과 이를 탑재할 신형 아레스 로켓발사체를 제작할 계획이다. 과거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우주선과 같은 캡슐 형태의 오리온은 아레스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지구 궤도에서 달착륙선 및 다른 추진로켓과 도킹해 달로 향하게 된다.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으로 화성의 별칭이다. NASA는 “최신 컴퓨터 항법장치와 생명유지 장치, 첨단 방열 시스템이 적용되기에 새로운 발사 시스템은 기존 우주왕복선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잉사의 컨스텔레이션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존 엘번 부사장은 “컨스텔레이션 계획에 따라 건설되는 달 기지는 인류가 꿈꿔온 장기우주탐사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며 “그때쯤이면 유인우주선의 화성 탐사도 본격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주 개척 향한 카운트다운

    이어 둘러본 우주선 조립건물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높이 160m, 폭 300m가 넘는 건물 내부는 우주선을 발사 준비 형태로 조립하는 데 필요한 대형 기중기와 컨베이어 시스템, 각종 조명시설로 가득했다. 한쪽에는 우주왕복선의 중앙에 부착되는 분홍색의 대형 연료탱크가 세워져 있었다.

    우주왕복선의 본체인 오비터는 이곳으로 옮겨져 좌우로 고체연료 로켓과 중앙의 대형 연료탱크가 결합되는데, 전체를 조립하는 데 1주일이 걸린다. 이곳에서 조립을 끝낸 우주왕복선은 400t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이동 트레일러에 세워진 채 발사대로 옮겨져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게 된다. 과거 아폴로 우주선과 새턴로켓도 이곳에서 최종 조립돼 발사대로 옮겨져 달 탐사에 나섰다. 조립 건물과 발사대 거리는 5km 남짓해 차량으로 금세 이동할 수 있지만, 육중한 우주왕복선을 탑재한 이동트레일러는 5~6시간에 걸쳐 천천히 발사대로 향한다.

    보잉사 존 엘번(John elban)

    “달 탐사기지 건설에 한국 참여 기대”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인류는 금세기 안에 달을 넘어 화성 탐사의 꿈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격적인 우주개척시대가 머지않았습니다.”

    보잉사의 존 엘번 부사장은 9월17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NASA의 장기 우주탐사계획인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설명하는 내내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엘번 부사장은 컨스텔레이션 계획의 핵심 참여업체인 보잉사의 우주탐사프로그램 매니저로, 2010년 퇴역하는 우주왕복선의 뒤를 이을 신형 유인우주로켓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앞서 그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프로그램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보잉사는 16개국이 참가해 2010년 완공되는 ISS의 총괄적인 사업관리와 컨스텔레이션 계획에 따른 달 탐사기지 건설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1969년 아폴로 계획에 따라 탐사선이 여러 차례 달을 방문했고,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달 표면에 남기는 업적을 이뤘지만 달에 머문 기간은 사흘에 불과했다”며 “컨스텔레이션 계획을 통해 2018년부터 달에 장기 탐사기지를 건설하고 본격적인 화성 탐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 컨스텔레이션 계획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아레스 Ⅰ,Ⅴ 로켓을 개발하는 데만 약 14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달 탐사기지 건설 계획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우주인들이 낮밤의 기온차가 매우 크고 무중력 상태인 달에서 장기 체류하며 2024년까지 탐사기지를 건설하려면 산적해 있는 기술적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주선으로 사흘이면 달에 도착하지만 화성까지 가려면 현재의 우주로켓추진 시스템으로는 1년 이상을 날아가야 해 새 로켓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장기 우주비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 9월 최초의 달 탐사선인 가구야를 쏘아 올리는 등 본격적으로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든 일본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전례를 볼 때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NASA 케네디우주센터 국제우주정거장 건설현장

    국제우주정거장 제작시설에서 각국의 기술진이 정거장의 중요 부품을 만들고 있다.

    KSC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마련된 발사대는 20층 건물 높이로, 수많은 배관과 밸브가 촘촘히 결합된 거대한 철의 요새를 방불케 했다. 주위에는 수십만 갤런에 달하는 우주선 연료 공급탱크와 발사 때의 화염과 열기를 처리하는 공간이 배치돼 있다. 달에 인류의 첫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를 비롯해 수많은 우주 개척의 ‘출발선’에서 30여 명의 기술진이 11월 23일로 예정된 우주왕복선의 발사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발사대 한가운데에 서니 플로리다 반도 왼편의 푸른 대서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KSC 관계자는 “3개의 발사대에서 1년에 4차례, 최대 8차례까지 우주선이 발사된다”며 “한국 우주인도 이곳에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 개척에 나서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KSC 테마파크에 마련된 우주왕복선 탑승 체험장에 도착했다. 우주왕복선의 실물모형이 전시된 야외공원 안에 있는 탑승 체험장은 방문객들이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왕복선 발사 때의 짜릿한 순간을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시뮬레이션.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벽에 걸린 TV 화면에 역대 우주왕복선 비행사들이 등장해 발사 때의 감흥을 소개하며 가상체험을 할 때의 주의점 등을 설명했다. 잠시 후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우주왕복선의 조종석을 본뜬 가상 체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뒤 안전 바를 내리자 실제 발사 때처럼 좌석이 80。 정도 뒤로 기울어졌다. 눈앞의 대형 화면에는 발사 10여 초 전의 발사장 광경과 까만 밤하늘이 펼쳐졌다.

    ‘…5, 4, 3, 2, 1, 0’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굉음과 함께 온몸에 진동이 느껴지면서 대형 화면에는 실제로 밤하늘로 발사되는 듯한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졌다. 오른쪽의 대형 LCD 화면에서는 우주왕복선의 비행 궤도가 시시각각 표시됐다. 우주왕복선 좌우의 보조연료 로켓과 중앙의 대형 연료탱크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 뒤 발사 8분 만에 기체가 목표 궤도에 도착하자 좌석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체험실의 천장이 좌우로 열렸다. 그 밖으로 우주왕복선에서 내려다본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과 함께 수많은 별이 빛나는 우주공간이 펼쳐지자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견학일정을 마치고 다시 찾은 ISS 제작시설 내부의 한쪽 벽면에는 옛 소련의 물리학자로 로켓과학의 선구자인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1857~1935)가 남긴 말이 붙어 있었다.

    “지구는 인류의 요람(cradle)이다. 하지만 인류가 영원히 요람에 머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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