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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출신 변호사, 스타 강사 된 ‘영어 벙어리’, 컴맹 IT맨… 평범했던 2030 성공인들의 ‘얌체 공부법’

“냄비 탓 말고, 밥 익기 전에 뚜껑 열지 말고…”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축구선수 출신 변호사, 스타 강사 된 ‘영어 벙어리’, 컴맹 IT맨… 평범했던 2030 성공인들의 ‘얌체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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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엔 각종 공부기술과 국내외 명문대 및 특목고 합격전략을 담은 책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런 책은 공부가 결코 재미있지 않은 평범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특정 고등학교나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 타고난 수재도 아니고, 특목고에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일까. 공부 잘해야만 진입할 수 있다고 알려진 직종에 종사하는 4인방이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대학 때 ‘굿모닝’ 처음 써본 체육특기생, 변호사 되다! - 이중재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뭐, 그렇게 생각했죠”

축구선수 출신 변호사, 스타 강사 된 ‘영어 벙어리’, 컴맹 IT맨… 평범했던 2030 성공인들의 ‘얌체 공부법’
“개나 소나 사법시험 준비한대.”

올 초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경기 김포시 사우동에 나눔법률사무소를 연 이중재(32·사법시험 46회) 변호사가 7년 전, 사법시험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이랬다. 단지 어려운 시험이어서가 아니라 축구밖에 모르고 살아 학교 공부도 제대로 한 적 없는 그에게 사법시험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한때 촉망받는 축구선수였다. 김포 통진종고 시절 경기도지사로부터 최우수선수상을 받았고, 체육특기생으로 홍익대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전공 수업을 빼먹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건축학과 입학이 허용됐어요. 그래서 일반 학생들을 접할 일이 많았는데, 제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죠. 한 번은 신촌에서 미팅을 하기로 해서 나갔는데, 약속 장소인 ‘파라다이스’ 카페를 찾을 수 없었어요. 휴대전화도 없을 때라 한참을 헤매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간판이 영어로 씌어 있어 못 찾은 거였어요.”

이 변호사는 ‘Good morning’을 대학 때 처음 써봤다고 했다. ‘러닝’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같은, 입에 밴 단어조차 말로만 할 줄 알았지 쓸 줄 몰랐다.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새는 좀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에서조차 운동선수는 운동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겉만 대학생이지 기초지식조차 없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던 신입생 시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목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축구선수로서의 자부심이 많이 사라졌을 때라 재활의지가 없었다. 결국 1994년 8월에 축구를 그만뒀다.

4개월 만에 공인중개사 합격

간신히 1학년을 마치고 결국 휴학했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신설동의 단과학원. 6개월간 중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그해 겨울 군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1998년에 복학했지만 사정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나마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던 동기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없었다. 제 실력으로 대학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축구도 그만뒀는데 대학을 계속 다닐 자격이 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축구선수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반학생이 될 수도 없는 처지를 비관하며 허우적대기를 1년.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공인중개사 시험 안내서를 접했다. 뭐라도 해보자 싶어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뜻하지 않게 재미를 발견했다.

“전에 배운 게 없어서 그런지 하나하나 알아가는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특히 민법과목이 그랬는데, 일상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공인중개사 시험 교재를 잡은 지 4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얼마 후 또 다른 시험 과목에도 그가 좋아하는 ‘민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가 서점에서 본 건 ‘사법시험 가이드’였다. 군대 시절, 고시생들이 신림동에 모여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기억나 짐을 싸서 무작정 신림동으로 향했다. 2000년 1월이다.

시간에 대한 강박을 버려라

“고시원에서 처음 6개월은 밥 먹고 공부만 했어요. 근데 지옥이더라고요. 집에 와서 ‘하루 12, 13시간씩 공부하는데 지옥이 따로 없다’고 얘기하니까 아버님이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같은 시간까지 아침 6시에 일어나 밭을 간 양과 8시에 일어나 밭을 간 양을 비교해봤더니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하시면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다 공부에 쓰이는 건 아니니까 효율을 생각해서 적당히 하라고요. 그 뒤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공부 양을 따져보니까 제겐 하루 예닐곱 시간이 가장 능률이 높다는 걸 알고 딱 그만큼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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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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