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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대북 비전’ 담은 통일부 미공개 문건

“필요하다면 평화를 사야 한다… 북한 경제 지원에 2020년까지 108조원 투입”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노무현 정부 ‘대북 비전’ 담은 통일부 미공개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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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상회담 앞두고 ‘건강측정기’ 1대 요청… 김정일 사용설

노무현 정부 ‘대북 비전’ 담은 통일부 미공개 문건

남·북한 의사가 함께 북한 환자를 검진하고 있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의료 시설-장비 및 의약품 지원을 한국에 적극 요청했다.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8일 “북한 방문 당시 최창식 보건상이 남포지역에 약 공장 건설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1월 중 정상회담 당시 논의된 북한에 대한 의료지원 문제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8년부터 국가차원에서 북한에 기초의약품 및 의료장비 지원, 병원 현대화 지원, 북측 의료인력 교육, 전염병 공동 방역관리 체계 구축, 영유아 및 임산부 지원이 이뤄진다. 변 장관에 따르면 북한에선 많은 수의 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가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북한 적십자사는 한국 평화문제연구소에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의약품을 보내달라”는 건의서를 보내오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알다시피 우리 북쪽은 의약품이 많이 부족합니다.…사용기간이 끝난 의약품을 폐기처분하지 말고 우리 북쪽으로 돌려주었으면 하는 요청을 담아 건의하는 바이니….” 건의서 내용은 보건 의료 문제가 심각한 북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北 아태평화위에서 팩스 보내



이런 가운데 북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건강측정기’ 제공을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종혁 북측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8월19일 평화자동차측에 팩스를 보냈다. 내용은 “△대동강 주사기 공장의 정상화 △약솜(탈지면) 공장의 신설 △건강측정기 1대 제공 요청을 남측 정부에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다.

평화자동차측은 이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는 주사기 공장과 약솜 공장의 경우 11월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의 의제 중 하나로 삼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건강측정기는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이 우회적 방식으로 건강측정기를 1대만 요청했다는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가 사용할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부 한 관계자의 시각이다.

정부는 북측이 정확히 어떠한 용도의 건강측정기를 원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건강측정기는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체중, 체지방, 비만도 등을 측정한다.


“평화를 구매한다”

▼ 그래서 제목도 ‘평화경제체제…’라고 붙인 듯한데, 시장경제와 평화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미국의 현 집권 공화당에는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확산을 통해 평화를 이룬다’는 이념이 있다. 단순히 말해 여기에서 ‘민주주의’를 ‘시장경제’로 대체한 것이 ‘평화경제(Capitalist peace)’ 개념이다. 즉, ‘북한의 민주화는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경제체제 국가 간에도 전쟁의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북한에 시장경제체제를 이식하면 남북한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논리다.”

▼ ‘평화를 구매하자’는 취지인가.

“보고서에선 평화경제 개념을 채택했다. ‘필요하다면 평화를 사야 한다’는 논리다. 힘에 의한 평화와는 다르다.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실패한 것은 ‘민주주의와 자유’ 이념을 강제적으로 이식하려 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경제적 자유와 번영을 보장하는 시장경제 체제를 북한에 이식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구축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본다. 이런 개념하에서 구체적 경협 사업 관련 내용들이 연구됐다.”

▼ 보고서의 3단계 접근법은 어떤 의미인가.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안 풀린다. 보고서는 핵 문제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핵 문제가 교착상태일 땐 저(低)단위의 남북 경협을 하고, 진전되면 경협의 수위도 높이자고 제안한다. 북핵 문제 교착과 평화경제 기반 구축(1단계), 북핵 문제 합의와 평화경제 발전(2단계), 북핵 문제 해결 이후와 평화경제 심화(3단계)가 연동되어 있다. 핵 문제 해결과 경협이 선순환될 수 있다. 보고서는 ‘북한식 시장경제의 성공’을 확신한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남포를 예로 들며 3단계 접근 방법을 설명했다.

“남포의 경우 1단계에선 조선소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 투자된다. 조선소를 가동할 에너지의 확보방안으로는 비용이 적게 드는 기존 화력발전소 개보수가 고려된다. 조선소의 공정도 선박수리 등 간단한 작업부터 시작한다. 선도 기업이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2단계에선 남포의 대규모 공단화 계획이 구상된다. 3단계에선 자본을 본격적으로 투입해 남포지역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 경우 북한의 산업화는 한국의 산업구조와 상호 협력적으로 연계돼 ‘한반도 경제권’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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