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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김정일-이명박 삼국지

金 기세에 밀린 盧, 부시 면담 날린 李 ‘최태민 보고서’ 놓고 혈전?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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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선거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싸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산뜻하게 처리하지 못했고, 이명박 후보는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러한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을 제재하려는 미국을 붙잡아놓아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 대화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대북지원을 강화했는데, 한국 사회에는 이를 “김정일 정권을 연명시키는 퍼주기”라며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대개 ‘우리가 대화해야 할 상대는 김 위원장이 아니라 탄압받고 있는 북한 인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한 ‘평화와 번영 정책’을 펼치려면 국내외의 두 반대 세력을 물리쳐야 했다. 이 가운데 훨씬 어려운 상대는 ‘힘’을 가진 미국이다. 그런데 노 정부는 출범 직후, 1차 남북정상회담 직전 DJ정부가 건넨 대북 송금 사건 수사를 허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야당의 주장으로 특검이 만들어져 노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수사 결과 수억달러가 북한으로 불법 송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과거 국정원을 비롯한 대북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슈퍼노트’라 불리는 위조 달러를 제작해 유통시킨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CIA 등 미국의 정보 수사기관들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 대북송금 수사가 있자 북한의 위조달러 제작에 관심을 돌렸다. 그리고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통해 북한이 위조달러를 세탁해 유통시킨 혐의가 있다며, 북한이 이 은행에 예치한 2400만달러를 갖고 가지 못하게 했다.

미국은 위조달러나 마약 등에 관여된 자금을 세탁해준 은행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률을 갖고 있다. 달러는 세계 유일의 기축 통화다. 따라서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는 은행은 국제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盧, “BDA 동결 자금 풀어달라” 요구

방코델타아시아는 꼼짝 못하고 2400만달러(약 240억원)를 동결했다. 2400만달러는 개인에게는 큰돈일지 몰라도 국가 차원에서는 소액에 불과한데, 이 돈이 동결되자 북한은 비명을 질렀다. 북한은 그들이 가진 모든 매체를 동원해 반미여론을 선동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몰라도 때 맞춰 한국에서는 인천 자유공원 안에 있는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 정부도 펄펄 뛰는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2005년에 나온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다. 군사 용어에는 ‘적’은 있어도 ‘주적’은 없다. 국방백서에서 ‘주적’을 삭제한 것은 과장된 표현을 바로잡는 행위일 수 있다. 과거 소련과 핵무기 감축회담(SALT, START 등)을 하던 시절 미국은 소련을 ‘가상적국’으로 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홋카이도(北海道) 동북쪽에 있는 4개 섬을 빼앗긴 일본도 소련을 ‘가상적국’으로 표현했다.

미국과 일본은 소련과 ‘수교’를 한 사실이 있으므로, 소련을 적으로 묘사할 수 없어 가상적국으로 부른 것이다. 남북한도 1992년 평화를 약속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그대로 북한을 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국방백서’에서 주적을 삭제하며 적으로 대체하지 않았다.

노 정부가 주적 표현을 삭제하자 한국 사회는 들끓기 시작했다. 이러한 때인 2005년 9월8일,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60주년 정상회의를 거쳐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를 방문하는 순방외교에 나섰다. 이때 외교 전문가와 정보 전문가들의 관심은 노 대통령이 뉴욕에서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날 것인지에 쏠렸다.

유엔 60주년 정상회의는 9월14일 뉴욕에서 개막됐는데 이날 노 대통령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오찬장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가벼운 인사만 나눴다.

그리고 닷새 뒤인 9월19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는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9·19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9월20일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0분간이나 이야기를 나눴다.

9개월 동안 대화하지 않은 한미 정상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바라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2005년 11월18, 19일 부산에서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렸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 미국이 동결한 BDA의 북한 계좌를 풀어달라”고 요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두 정상은 APEC 개막 전날인 11월17일 경주에서 따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자, 부시 대통령은 손으로 테이블을 치면서까지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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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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