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령 양은 ‘글로벌 리더’ 전형에 지원한 만큼 자기소개서에 ‘글로벌 리더’ 자질을 드러내려고 부단히 애썼다. 교내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2학년 때는 방송반 부장을 맡아 리더에게 필요한 소양을 기를 수 있었음을 강조한 것. 외국 학교와 교류가 잦은 대원외고에서 외국 대학 입학 설명회가 열리거나 자매학교 학생들이 방문하면 방송반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진행해 무대를 만들고, 사회를 보고, 때로는 통역까지 맡아야 했던 경험들로 자기소개서를 채웠다.
‘글로벌 리더’ ‘글로벌 인재’…. 비슷한 이름의 전형이 여러 대학에 생겼다. 명칭에서 짐작되듯 외국어 실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순수 국내파’라고 해서 지레 움츠러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외국 경험이 유리할 순 있지만, 절대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외국어에 관심이 있고 더군다나 좋아하면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을 능가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도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데도 팝송을 좋아해서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영어시험도, 말하기나 쓰기 실력이 부족하면 텝스나 토익으로 방향을 틀면 되고요. 자기한테 유리한 걸 찾아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면 분명 길은 있어요.”
이양은 “내신이나 수능에 자신이 없다면, 방학을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영어든 과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확실하게 잘할 때까지 단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수능·내신 수학 자신 없어도 경시대회·올림피아드 입상” 정범진·카이스트

“중학교 때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센터를 다녔어요. 1학년 땐 연세대, 2학년 땐 서울대 영재센터에 시험을 치르고 들어갔는데, 그때 교수님들로부터 수학 강의를 들으면서 수학에 흥미를 느꼈어요.”
“시 주최 경시대회 참가해보길”
그렇다고 정군의 수학성적이 월등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 내신 총점으로 따지면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지만, 수학은 3등급을 받기도 했다. 수리영역 모의고사 점수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내신 수학이나 수리영역 모두 신속한 계산능력을 요구하는데 정군은 거기에 단련이 안 됐다. 중학교 때부터 공식을 외워 계산에 적용하기보다 풀이과정을 정리하고, 증명해 보이는 방식으로 수학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이 내신이나 수능엔 불리했을지 몰라도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선 유리하게 작용했다.
“수학 올림피아드의 경우 오전과 오후에 각 2시간 반 동안 4문제씩 총 8문제를 풀었어요. 범위에서 미·적분은 제외되는데, 고등학교 수학 수준을 넘어서죠. 수학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라 과학 올림피아드처럼 대학교재만으로 준비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학원에 다니면서 국내외 올림피아드 기출문제를 풀었어요.”
카이스트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인성 면접을 강화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집단 토론-개인면접-과제발표로 이어진 세 번의 면접을 치렀는데, 지식을 평가하기보다 인성 평가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는 게 응시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군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회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집단 토론 때 사회를 맡겠다고 자청했다. 서너 명의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7명의 지원자가 토론을 한 터라, 토론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개인면접은 수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받은 학생도 있었으나, 정군의 경우 인성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 무난히 통과했다. 마지막 과제발표는 각자 주제를 정해 5분여 동안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정군은 발명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의 원리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