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39

김선학 장호원주재소 총검 절취 사건

단순 사기·절도범의 우발적 범죄가 불러온 참화

  • 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김선학 장호원주재소 총검 절취 사건

2/8
“여러분도 다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 새벽 장호원주재소에 어떤 자가 침입해 창고 자물쇠를 깨뜨리고 들어가서 패검, 장총, 권총, 실탄 등을 훔쳐 가지고 자전거까지 집어타고 도망한 사건이 발생했소. 아직 더 자세한 보고가 없으니까 분명히 알 수 없는 일인즉 신문사에서 이것으로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연말에 민심도 소란해지고 범인 수색에 방해만 되는 일이니 아무쪼록 주의해서 취급해주기 바라오.”
신문사에서 으레 벌써 알고 있으려니 하고 주의를 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신문사에서는 지국에서 아무런 보고도 없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 말을 들은 기자들은 “심심한데 잘되었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건 대사건 돌발이라”고 생각하고 몇몇은 직접 본사로 뛰어갔고, 몇몇은 우선 급한 대로 전화로 보고했다. 기삿거리가 없어 하품만 하고 있던 각 신문사에서는 깜짝 놀라 호외를 간행한다, 택시를 대절해 장호원으로 사진반까지 대동한 특파원을 파견한다, 부산을 떨었다.
(‘김선학 사건과 각 신문 호외 전’ ‘별건곤’ 1931년 1월호)


오전 10시, 노무라 형사과장과 사에키 고등과장은 미와(三輪) 경부, 후타미(二見) 경부 등 정사복 무장경관 20여 명과 함께 9대의 자동차에 나눠 타고 장호원으로 출발했다. 총검을 절취한 범인이 서울로 잠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서울 시내는 전시를 방불케 했다.

미궁에 빠진 수사

이천경찰서 간다 서장은 장호원주재소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범인 수색과 증거물 수집을 독려했다. 이천경찰서 전 대원에다 경기도 경찰부에서 지원받은 대원으로도 수사 인력이 부족해 관내 소방관까지 총동원해 장호원 일대를 수색했다.

범인의 행방은 묘연했지만, 도난당한 총검은
김선학 장호원주재소 총검 절취 사건

‘김선학 사건과 각 신문 호외전.’. 별건곤, 1931년 1월호.

속속 회수되었다. 사건 당일 오후에 장호원보통학교 부근 개천에서 보병용 장총 4정을 회수했고, 이튿날 오전 9시 등교하던 장호원보통학교 학생 조성진이 주재소에서 300m가량 떨어진 도랑에서 패검 1자루를 발견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에 장호원주재소 우물 속에서 기병용 장총 1정을 발견했고, 4시간 후에는 장호원보통학교 뒷산에서 패검 1자루와 창고 자물쇠를 깨뜨릴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식도 1자루마저 발견했다. 사건 발생 48시간이 지나도록 회수하지 못한 무기는 권총 1정과 실탄 12발뿐이었다.



사용하지도 않고 버릴 것이었으면 왜 굳이 경찰의 총검을 훔쳐서 일을 키운 것일까? 경찰을 희롱하기 위해 교묘한 심리전을 쓴 것일까? 아니면 실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장총을 버린 것일까?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범인이 3명 이상이며, 해외 독립운동 단체에서 파견한 인물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주재소로부터 반경 1km 이내 지점에서 무기 대부분을 회수한 이후, 독립운동과는 무관한 인물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고 수사 방침을 변경했다. 사건 발생 사흘째 되던 12월 10일 오후, 장호원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경기도 경찰부 사에키 고등과장은 수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 내일 사이 범인을 체포하려고 애쓰고 있소. 하지만 이렇다 할 단서는 아직 잡지 못한 형편이오. 마침 사건 당일이 장호원 장날이어서 엄중히 경계한 결과 용의자로 3명을 유치하고 조사 중이며 수사 범위도 상당히 좁혀졌소. 머지않아 체포할 듯도 하오. 범인이 시국에나 또는 무슨 사상 단체 관계자가 아닌 것만은 명백하오. 범인은 유리창을 열고 주재소로 침입해 패검 2자루를 절취하고, 무기고 자물쇠를 식도로 깨뜨려 총기와 실탄을 챙겨 달아난 듯하오. 유리창에 지문이 남아 있으나 범인의 것인지는 분명치 않소.” (‘장호원 총검 사건’ ‘동아일보’ 1930년 12월 11일자)


2/8
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목록 닫기

김선학 장호원주재소 총검 절취 사건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