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색 인터뷰

남성지 ‘GQ’ 편집장 이충걸

쇼퍼홀릭 여기자,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남자에게 물었다. “왜 사죠?”

  •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남성지 ‘GQ’ 편집장 이충걸

2/5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인생을 위하여’

이충걸 편집장의 책이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란 이름으로 나왔다는 소식에, 나는 곧바로 알라딘에서 그 책을 쇼핑했다. 부제가 ‘미처 탐구되지 않았던 쇼핑에 대한 뜻밖의 기록’이다. 이런, 별걸 다 알고 있네, 이 남자는.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처 탐구되지 않았던 쇼핑의 어떤 면들을 그가 제대로 탐험했다는 것을. 그에게 ‘책이 참 하드코어하다’는 짤막한 평과 함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니 이 인터뷰에는 많은 부러움과 약간의 시비가 섞여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 출간을 축하한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당신의 첫 반응은 ‘신동아와 내가 어울릴까?’라는 것이었다. 신동아도 GQ처럼 많은 대한민국 남성이 본다.

“모든 것에는 적재적소가 있다. 이것이 적소일까 생각했다. 내가 아는 신동아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잡지다. 그런 잡지를 읽는 사람이 볼 때에는 자본주의의 첨병이며 매판자본의 하수인 중 한 명이 쓴 책이 도덕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외피로만 볼 때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이별이 쇼핑에 미치는 두 가지 영향’ ‘사치의 이중성’ 같은 목차 제목들은 확실히 신동아 기사 제목들과는 차이가 있다.

“소비사회에서 왜 사람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져도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지를 이야기하는 거다. 책의 주제는 마지막 장 ‘무엇을 위한 죄의식인가’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목차에 있는 재미있는 말들을 보고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내가 5년 동안 쓴 책을 5분도 읽지 않은 방송진행자들이 ‘이제 뭐, 남자들도 쇼핑 많이 하죠’ 이딴 얘기를 한다. ‘내 아인 특별해요’라는 용서할 수 없는 분유 광고처럼, 내 책만 특별하다는 건 아니지만.”

▼ 나도 쇼핑의 이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보고 좀 놀랐다.

“그렇다면 미안한데. 요즘 작가 되기 얼마나 쉬운가. 그런데 쉽게 쓰고 쉽게 만든 책은 아니다.”

▼ 이 책이 잘 팔린다면, 나도 희망을 가져보겠다.

“한 달 안 돼 초판이 매진됐다. 이 책은 문명사회에서 만나는 소비패턴을 다 포괄한다. 책의 질, 사색, 분석, 관점과 논리에는 자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할진 몰랐다. 출판사를 3년 기다리게 했는데 좀 덜 미안하게 됐다. 그때도 분량은 돼 있었다. 그러나 하루를 보태면, 알다시피, 소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발명, 주저와 확신, 그런 포만한 감정이 하나씩 늘어나는 거다. 어느 단계에선 줄이는 일을 해야 했다.”

“기사의 품질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남성지 ‘GQ’ 편집장 이충걸

사진제공 GQ코리아

▼ GQ코리아의 편집장으로서 당신을 소개해달라.

“회사에선 라이선스 잡지로 GQ를 들여올 때 남성지니까 편집장은 남자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을 거다. 한국의 웬만한 남자 에디터들을 다 살펴본 거 같다. 그러다 회사에서 길러 분양하자, 그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보그’에서 제일 잘생긴 내게 제안했을 거고.”

▼ 그래도 편집장은 얼굴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니까, 걱정 좀 했을 것 같은데?

“회사에선 내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불안이 있었을 거다. 편집장이 되면 하나만 잘해선 안 되니까. 편집장에게 요구되는 인격적인 면과 기술은 거의 무한하더라. 사진과 기사를 변별하기 위한 명료한 기준과 마감을 독려하는 한니발 의식, 예산을 범위 안에서 쓰는 경리사원 정신, 분쟁 난 스태프들을 조정하는 책사 역할, 널브러진 사람들을 태반주사 같은 한 방으로 고무할 수 있는 치어리더도 돼야 한다.”

▼ GQ코리아가 그쪽 업계에선 꽤 성공을 거두고 있던데.

“나도 잘 몰랐는데, 의외로 내게 지도자 기질이 있더라. 그래서 헤매지 않고 책을 론칭했고, 국내외에서 두루 칭찬을 들었다. 제일 많이 칭찬받은 건 기사였다. 난 기사의 품질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글과 문장은 모든 것의 요체인데, 글을 못 쓰는 기자들이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요즘은 비주얼이 예쁘고, 비싼 광고 넣고, 전체적으로 있어 보이면 잡지로 인정받는 거 같다.”

▼ 요즘 잡지에서 활자 크기를 줄이는 유행이 독자가 그림만 보고 글은 읽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는 말도 있다.

“나도 GQ 만들면서 그런 이유로 열 번 정도 글자 크기를 작게 했다.”

▼ 정말?

“목불인견인데, 안 실을 수는 없는 기사가 있다. 글씨를 최대한 작게 하고, 디자인도 숟가락이 잘 안 들어가게, 읽을 마음 안 생기게 했다. 부끄러워서 독자들이 읽는 게 싫었다.”

-라이선스 잡지들이 서양 옷을 소개하고, 서양 브랜드들이 나오니까 영어 단어를 발음 나는 대로 쓰는 영어이두가 대세가 돼버렸다. GQ는 그 예외 중 하나다.

“GQ는 한국말의 기준을 세우고 사장된 한국말을 채집하는 노력을 많이 한다. 애트모스피어가 너무 스트레인지하지, 크리에이티브하고 모던한 라이프를 힙하고 핫하고 쉭하게 즐겨보라고 말하는 에디터들이 영어 잘하는 것 맞나? GQ의 노력은, 아이러니일 수 있겠지만, 난 늘 강조한다.”

2/5
김민경 주간동아 편집위원 holden@donga.com
목록 닫기

남성지 ‘GQ’ 편집장 이충걸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