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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왕권 행사 못한 심약한 군주

면역력 약했던 ‘마마보이’ 명종

  • 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왕권 행사 못한 심약한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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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권 행사 못한 심약한 군주

성리학을 숭상했던 인종은 세자 시절 세자시강원 궁료들에게 생강을 하사했다.

야사는 문정왕후가 인종에게 떡을 주어 독살했다고 전한다. 6월 18일의 기록은 이렇다. “상이 경사전에 나아가 주다례를 지내고 자전(慈殿)에게 문안하였다. 자전이 수가(隨駕)한 시종·제장에게 술을 먹이고, 또 시종에게 호초를 넣은 흰 주머니를 내렸다.”

같은 날 실록은 야사의 추측에 힘을 보태는 기록을 남겼다. “인종이 이날 이후 원기가 끊어지고 병세가 심해져 다시는 제사를 지내지 못했다.”

명종 20년 4월 6일 문정왕후는 자신의 운명할 날이 다가오자 명종의 체력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유언을 남긴다. “주상은 원기가 본래 충실하지 못하여 오래도록 소선(素膳·고기나 생선이 들어 있지 않은 반찬)을 들 수 없으니, 모든 상례(喪禮)는 모름지기 보양하는 것을 선무로 삼아 졸곡까지 기다리지 말고 모든 방법을 써서 조보하는 것이 곧 나의 소망이오.”

스태미나 약했던 명종

명종은 즉위 직전 역질(疫疾)을 앓았다. ‘면역’이란 단어의 ‘역’이 역질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적으로 볼 때 면역력이 약했던 것이다.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잘 걸리는 감기는 명종의 질병 중 단골 메뉴였다. 명종 8년 환절기에 바람을 쐬어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나른하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12년 10월 27일 날씨가 따뜻하지 못해 감기를 오래 앓고 있다면서 궁전 처마 밑에 털로 장막을 쳐서 임금을 추위로부터 보호했다고 할 정도였다.



13년 11월과 14년 1월에도 각각 기침과 어지러움, 감기 증세로 진료를 받는다. 감기에 잘 걸리고 추위를 잘 탄다면 이는 몸속의 보일러인 신장의 양기가 약하다는 신호다. 양기가 약하다는 건 스태미나가 약하다는 의미다. 신장은 차가운 쪽과 뜨거운 쪽 양면이 있다. 차가운 쪽이 물을 상징하는 신수(腎水)라면 신장의 뜨거운 부분인 명문(命門)은 보일러이며, 흔히 단전(丹田)이라는 붉은 밭과 맥락을 같이한다. 현대 의학의 부신(副腎)처럼 보일러와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명문은 생명의 문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체의 보일러 구실을 한다. 신장의 양기를 상징하며, 남자의 스태미나를 내포한다. 명종은 스태미나가 약했던 만큼 자식 농사도 힘들어 순회세자 하나만 낳았는데 일찍 죽고 만다.

즉위년 8월 15일엔 문정왕후의 지극한 보호 아래 경연과 곡림(哭臨·임금이 죽은 신하를 몸소 조문하는 것)을 중지한다. ‘마마보이’ 명종은 엄마의 극성스러운 보호를 받는다. “주상께서 큰 역질을 겪으신 지 오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기가 허약하여 음식을 제대로 드시지 못한다. 학문과 양기가 모두 중요하나 내 생각으로는 기운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록의 사관은 문정왕후의 이런 지적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기운을 보양하는 것이 학문보다 중요한지 모르겠다’라고 딴죽을 걸었다.

성리학자 이언적은 의외로 문정왕후의 지적에 힘을 보탠다. “어제 전교를 들으니 ‘주상께서는 춘추가 어리신 데다 금년에 또 역질을 앓으셔서 기체가 충실하지 못하니, 학문이 진실로 힘써야 하는 것이지만 신기(身氣)를 보양하는 일 또한 큰일이다. 곡림과 경연은 위에서 헤아려서 조처하겠다’ 하셨는데 상교가 지당하십니다.” 이언적은 혈기가 안정되지 않을 때 색(여자)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명종의 건강과 스태미나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는다.

세자의 죽음으로 건강에 타격

한의학에선 목소리와 스태미나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언적의 지적에 근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명종 3년 11월 7일 시강관 정유길은 왕의 목소리를 거론한다. “옥음을 들으니 여느 때만 못합니다.”

신하들의 불안한 예측은 후일 맞아떨어진다. 명종은 결국 순회세자 하나를 낳았는데 13세에 죽으면서 자신의 건강에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명종의 외아들 순회세자는 본래부터 약한 체질로 태어났다. 6년 5월 30일 원자(元子)가 탄생한 지 일주일도 되기 전에 피우(避寓)한다. 사세가 부득이하다는 왕의 지적을 감안하면 태어나면서부터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9년 8월 14일 “원자의 보양은 조심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자가 전일 걸음이 자유로울 적에는 뛰어다녀 별다른 증세가 없었는데, 올해 봄, 여름부터는 다리 힘이 쇠약해져 건강하게 걷지 못하고 때로는 일어서는 것도 어렵게 여깁니다. 간혹 차도가 좀 있기는 해도 역시 전일처럼 건강하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된 까닭을 알 수 없었는데, 의원 김윤은(金允誾)이 가서 맥을 짚어보고 ‘습증(濕症)이다’라고 하기에, 신이 ‘보통 사람들은 거처가 잘못되어서 그런 증세가 있게 되지만 원자가 무엇 때문에 그런 증세가 있겠느냐?’ 하니, ‘유모에게 습증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12년 8월 19일의 기록은 세자의 건강에 문제가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사옹원 주부 김윤은은 전일에 세자가 어리고 약한 데다 기가 허하여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약을 잘 조제하여 효험을 보게 하였으니 참으로 가상한 일이다. 백관을 가자할 때 역시 친수하게 하라.”

18년 9월 20일 왕세자 이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후 명종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진다. 19년 윤2월 24일 명종은 세자를 잃은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피력한다. “나의 심기가 매우 편안하지 않으며 비위가 화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며 갑갑하다. 한기와 열이 쉽게 일어나며 원기(元氣)가 허약하여 간간이 어지럼증과 곤히 조는 증세가 있고, 밤의 잠자리가 편안하기도 하고 편안치 못하기도 하다.…나이가 30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국가에 경사가 없다. 지난해에 세자를 잃은 뒤 국가의 형편이 고단하고 약해진 듯하니 심기가 어찌 화평하겠는가.”

후계자를 둘러싼 논쟁에서 명종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핏줄을 염두에 뒀다. 그만큼 순회세자의 죽음은 명종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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