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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인간관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부자 된다

스킨십의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인간관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부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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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로 주고 말로 받자

문제는 기존 인맥이 부실할 경우다. 이때는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야 한다.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인물을 찾아야 한다. 정당에서 경선을 치르는 정치인은 다른 계파에 영향력이 큰 인물을 자주 영입한다. 선거철 상징성이 큰 인물을 빼오는 일도 다반사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 관계의 역사가 짧다보니 갑자기 조이려들면 부러지거나 끊어질 수 있다. 영입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하기도 한다. 선거 과정에서 아무개를 영입했다고 발표까지 한 뒤 본인이 부인하면서 민망해지는 일이 없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할 땐 조이는 수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닦고 조였으면 이제 기름을 쳐야 한다. 누군가를 만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간, 비용, 정신적 공력이 들어간다. 대신에 ‘되로 주고 말로 받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만남은 대체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 일단 일이 발생한다. 하다못해 주워듣는 이야기라도 남는다. 나아가서 친구까지 생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보자. 친구를 넘어 동지 반열에 올라보자는 것이다.

감기되 경쾌하게



많은 직장인이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는 거짓말을 남발하는 것과 관련해, 자주 만나지 못하는 누군가를 만났고 그 사람과 밥을 한번 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곧바로 약속을 잡는 것이 좋다. 스킨십의 달인은 말에 그치지 않고 바로 약속을 잡는다. 지나치는 마당에 붙들어 세워놓고 약속을 잡기가 어색한 상황이면, 잠시 뒤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는다. 실은 이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지나치며 언제 밥 한번 먹자고 말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곧바로 잊어버렸는데, 약속을 잡자고 전화가 온다? 나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흔쾌히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스킨십의 달인은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한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니까 대충 한 끼?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소한 식사 한 끼라도 어떤 식당에서 할지,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를 기획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감기는’ 것이 중요하다. 끈끈하게 얽혀야 한다. 이해관계로 얽히면 게젤샤프트로 가는 것이요, 정신적으로 얽히면 게마인샤프트로 가는 것이다. 당신도 선택을 하지만 상대방도 선택을 하기 마련인데, 스킨십의 달인은 선택을 당하는 쪽을 택한다. 상대방이 게마인샤프트를 원한다면 기꺼이 응해준다. 일단 응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그렇게 응대한다.

손부터 잡자

감기되 경쾌함을 잃지 않는 것 또한 비결이다. 게젤샤프트건 게마인샤프트건 너무 무겁게 감겨오면 누구나 긴장하고 견제하기 마련이다.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사이면서도 끈끈한 관계, 스킨십의 달인은 이런 조건을 잘 만들어낸다. 기름은 너무 많이 칠하면 지저분해진다. 느끼하기도 하다.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쳐야 한다.

감기는 것과 관련해, 수줍음 많은 10대 남녀도 아니고 어엿한 직장인이라면 ‘썸 타기(남녀 간 친구도 애인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는 그만둬야 한다. 프로페셔널은 손부터 잡는다. 접촉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당신 편이다’ 손 한번 잡는 것에 이 모든 말이 담겨 있다.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악연을 깨자

손 한번 잡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의외로 악수를 건성으로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악수만으로 사람을 확 끌어당긴다. 실제로 그런 대통령이 있었다. 악수는 손과 손의 터치다. 남녀 사이에서도 손을 잡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니듯,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다는 것,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가 스킨십의 필수 과목이라면 선택 과목인 ‘깨고 꿰고 나눠 먹자’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원활해진 인간관계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스킨십의 달인에게도 적은 존재한다. 소수라고 해서 덜 치명적인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깨는’ 기술이다. 적을 격파해버리는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존의 악연을 깨는 기술을 말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치열하게 싸움을 거는 것이다. 뜬금없는 갈등 고조에 상대방이 의아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이 자주 쓰는 벼랑 끝 전술과 유사하다. 경박스러운 방식 말고 세련되게 하지만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좋다. 막말이 오가는 상황은 피해야 본래 목적한 바, 동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예상 밖 공세가 이어지면 상대방은 내 의도를 알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이때 ‘대화하는 게 어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다소 고난도의 기술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정치 9단은 이심전심 흔히 사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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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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