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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 하노이=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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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시작한 GYBM 프로그램을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전체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우리 청년들이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 진출해 이들 국가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중국이 커지고 일본이 저만큼 앞선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고립돼 있으면 더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국가)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경제는 지역경제로 통합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시아가 유럽처럼 하나의 지역경제 단위로 묶일 것에 대비해 아세안 국가들과 힘을 합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조그만 나라지만 아세안 국가와 힘을 합하면 큰 규모가 돼요. 남과 북을 합해 인구 7000만 명이 넘고, 인도네시아가 2억4000만 명, 베트남이 9000만 명,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까지 합하면 엄청난 규모예요.

아세안 국가와 힘을 합하면 중국, 일본을 견제하면서 우리가 아시아를 크게 3등분할 수 있습니다. 아세안 신흥국 가운데 중국의 지배를 받았거나 일본의 침략을 받아 혼이 난 나라가 많아요.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이 커지는 것을 대부분 두려워하죠. 그런데 우리에 대해서는 자신들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따뜻하게 대해 주고 함께하는 것을 다들 좋아해요.”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

이제 나는 나이가 들고 직접 할 수 없으니까 우리 젊은이들이 나 대신 세계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키우는 데에 내 여생을 바치려고 해요. 그 친구들 성공하는 모습 볼 수 있도록 나도 내 건강을 더 노력해서 지키려고 하고요.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아야지요.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으면 내가 죽은 후에도 시스템으로 계속 가는 거니까요.



-‘김우중과의 대화’

▼ 베트남에 오랫동안 머무르는데, 이 나라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프랑스 식민지를 지낸 국가들끼리 돌아가면서 (프랑스어권) 정상회담을 해요.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도 무어이 당시 공산당 서기장이 정상회담을 할 마땅한 호텔이 없다고 해서 하노이에 5성급 호텔(대우하노이호텔)을 지어준 인연이 있어요. 난 장사꾼이지만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 국가지도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 사업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옵니다.”

▼ 남북특사로 활동한 것도….

“노태우 대통령 때 특사 임명을 받아 활동했죠. 그때 남북기본합의서 세부 문안 작성에까지 직접 관여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88서울올림픽 유치를 정주영 회장이 혼자 다한 것으로 알고 있죠? 사실은 그때도 내가 일을 많이 했어요. 내가 공치사를 안 해서 그렇지….”

‘김우중과의 대화’(100~109쪽)에는 김 전 회장이 남북을 오가며 대북특사로 중재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책을 펴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세계를 무대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남북을 오가며 중재자 노릇까지 한 김 전 회장을 ‘세계를 경영한 민족주의자’로 일컫기도 했다.

88서울올림픽 유치 당시 김 전 회장의 활약상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한 한 인사는 “당시는 북한이 자신들과 수교한 사회주의 국가들을 상대로 한국의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던 상황이었다”며 “김 회장은 자신과 친분이 깊은 동유럽과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에게 우리나라의 올림픽 유치 지지를 열심히 호소했다”고 귀띔했다.

GYBM의 성공적 운영에 자신감을 얻은 김 전 회장은 현역에서 물러난 은퇴자를 위한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GYBM을 모티프로 응용하자면 GVBM(Global Veteran Business Manager)쯤 되겠다.

▼ 은퇴자를 위한 해외 재취업 연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수명이 늘고 건강관리를 잘해서 60세가 넘은 사람도 10년은 더 거뜬하게 일할 수 있어요. 자기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한 사람은 기업을 키울 능력을 가졌다고 봐요. 60세가 넘은 사람 10여 명을 뽑아 베트남 현지 업체에 연결해주려고 해요.”

▼ 어느 분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좋을까요.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빨리 성장하는 데는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에 경력 있는 사람이 도움이 돼요. 또 생산이나 회계 쪽 관리 경험이 많은 사람도 필요하고요.”

글로벌 YBM 프로그램은…

고강도 어학·실무교육으로 해외 맞춤형 명품인재 육성


GYBM 연수는 철저하게 합숙교육으로 실시한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우글로벌인재양성센터에서, 베트남에서는 하노이문화대학교에서 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교육은 현지어(베트남어)와 영어능력 배양, 회사생활에 꼭 필요한 실무와 직무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베트남에서의 연수는 김준기 원장, 이덕모 부원장, 성강민 교육팀장이 책임을 맡았다. 모두 대우 출신으로 이덕모 부원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하기 이전인 1991년 베트남에 파견돼 일찌감치 근무한 인연이 있다. 성강민 팀장은 GYBM 교육을 위해 부인과 자녀는 한국에 놔둔 채 혈혈단신으로 베트남에 건너와 연수생과 숙식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1년 365일 늘 연수생과 함께하는 성 팀장은 연수생들 사이에서 ‘사감’으로 통한다.

연수생의 일과는 매일 아침 5시 30분 기숙사 앞마당에 모여 아침 점호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침식사 후에는 베트남어 교육이 진행된다. 베트남어 교육은 초급 3개월, 중급 3개월, 고급 4개월 과정으로 구성됐다. GYBM에 참가한 학생 대부분은 연수 이전까지 베트남어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교육은 연수 첫날부터 철저하게 이뤄진다.

3기 성은경(26) 씨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베트남어 단어 50개를 영어로 배우고, 그날 저녁에 베트남어로 일기를 써야 했다”며 연수 첫날을 회고했다. 3기 연수생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친 호앙 킴 느억 하노이문화대 교수는 “처음에는 (연수생과) 대화를 할 수 없어 슬펐지만, 3개월이 지난 뒤에는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며 “연수생들의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채용”

“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GYBM 3기 연수생들이 베트남어 교육을 받고 있다.

베트남어 교육은 언어뿐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상법과 노동법 등 베트남 사회 전반에 대해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성 팀장은 “연수생들은 졸업 후 베트남 기업에 취업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법과 제도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한다”고 말했다. 토요일에는 연수생 전체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상대적으로 영어 능력이 뛰어난 연수생들이 강사로 나서 1주일에 3회(월수금) 1시간씩 별도로 자체 영어 강의도 진행한다. 연수생들은 자신이 배운 어학 능력을 주기적으로 테스트받는다. 1년 동안 총 30여 회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할 수 있다.

연수생들은 또 직장생활에 꼭 필요한 다양한 직무교육을 받는다. 직무교육은 GYBM 멘토로 등록된 대우 출신 인사들이 베트남에 직접 찾아와 특강 형식으로 진행한다. 3기 염재경(24) 씨는 “특강을 통해 이론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회사 생활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직무교육은 강의식 교육보다 연수생이 직접 사업계획을 짜고 시장조사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철저하게 실무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GYBM 졸업생이 졸업과 동시에 전원 현지 취업에 성공한 것은 연수 과정을 통해 어학 능력과 실무 능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꿈을 현실로(Make a Dream of Actuality)’라는 뜻을 가진 MDA건설은 베트남에서 건설과 토목, 석산 개발을 하는 중견 기업이다. GYBM 출신을 고용한 송인수 MDA 대표는 “GYBM 출신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채용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GYBM 출신의 장점.

“베트남 직원들과 현지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통역을 거치지 않고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훨씬 높아요. 어학과 실무 능력도 뛰어나지만, 직장생활에 꼭 필요한 매너를 갖춘 것도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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