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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고강도 개혁 칼 빼든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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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간 받아먹은 것 다 돌려줘라
  • ● 징계로 끝난 사안, 검찰 고발 후 변상 조치
  • ● 정부·정치권의 임원 인사 개입 철저 차단
  • ● 내국인 카지노 신규 허가? ‘파트너’ 조건이라면…
  • ● 박근혜 정부, 개혁 주도세력이 없다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검사 출신으로 ‘친박(親朴)’ 타이틀을 단 함승희(64) 변호사가 강원랜드 사장이 된 것은 ‘깜짝 인사’였다. 그가 뒤늦게 후보군에 합류하기 전까지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 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주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 경영 정상화에 특수부 검사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경영 경험이 없는 그가 직원 5000명(협력업체 용역 포함)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을 잘 이끌지 의아해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낙하산·보은인사 시비가 일었다.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나 한 중앙일간지에 ‘함승희표 개혁 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월 하순 강원랜드를 찾았다. “적성에 맞느냐”고 묻자 그는 검사 경력부터 내세웠다.

“훌륭한 검사가 되려면 정보력이 뛰어나야 한다. 예컨대 저 앞에 멋있는 집이 있으면 보통사람은 감탄하고 넘어가지만, 유능한 검사는 저기에 어떤 놈이 허가해줬나, 그 생각부터 한다. 나는 검사 할 때 그런 식으로 수사했다. 뒤를 캐보면 비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공기업도 같다고 본다. 올해 강원랜드 예산이 1조5000억 원이다. 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눈에 딱 들어오는 게 있다. 왜 하필 이 업체인가, 왜 이 금액인가…. 짚어보면 (담당자가) 절절맨다. (취임 후) 두 달 사이에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정보력만으로는 안 된다. 판단력도 좋아야 한다. 무엇이 회사에 유리한지,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맞는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외부 단체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줘야 할 돈을 안 주고 미적거려도 문제지만, 주지 말아야 할 돈을 주면 나중에 방만 경영이니 업무상 배임이니 하는 시비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검사나 공기업 사장이나 비슷하다고 본다. 공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 벌 필요가 없다. 사기업 사장이 아니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포럼오래’와 박 대통령

검찰에 있을 때 그는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수많은 공직자와 기업인을 교도소로 보냈다. ‘범죄와의 전쟁’ 때는 거대 폭력조직을 옭아맸고, 연예계 비리를 수사해 ‘스타 PD’를 비롯한 유명 방송인들을 잡아들였다. 전직 장관을 벽 보고 서 있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얼마나 독하게 수사했는지, “함승희 방에는 두 발로 걸어 들어갔다 네 발로 기어나온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였다.

1993년 정관재계 고위직 인사들이 연루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에게 ‘스타 검사’의 영예를 안겨준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검찰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전직 대통령(노태우)의 돈줄이자 현직 대통령(김영삼)의 대선자금 모집에도 공이 컸던 ‘금융계 황제’ 이원조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정권을 불편하게 만든 것. 수사를 하던 중 그는 서산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겉보기엔 영전이었지만, “수사 그만하라”는 뜻이 담긴 인사였다.

서산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법무법인 대륙(대륙아주 전신)을 설립해 변호사로서도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16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갑, 새천년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듬해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친박’이미지가 굳어졌다. 그해 지식인 토론 모임 ‘포럼오래’를 창설해 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교수, 전직 관료, 기업인, 법조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모인 포럼오래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노릇을 했다.

▼ 공기업 사장이 되면서 ‘나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국회의원이 될 때부터 그런 생각 했다. 이 자리는 국회의원보다 더 근접하지만(웃음). 그래서 나는 물론이고 모든 임직원이 교도소에 갈 소지를 없애려 한다. 예컨대 1년 단위로 계약할 걸 3년 단위로 계약한 게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싸게 해주거나 뭘 하나 더 얹어준다는 것이다. 납품하는 쪽에선 속된 말로 뜯어먹을 돈이 3배가 되는 거다. 이건 회계연도 예산편성 취지에도 어긋나고 부정의 소지도 크다. 그래서 전부 1년 단위로 다시 바꿔버렸다.”

▼ 반대가 심하지 않던가.

“(사장이) 하자는 대로 갈 수밖에(웃음). 임원 임기가 2년이다. 3년 계약으로 해놓으면 어떤 임원은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나갈 수 있다. 이건 임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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