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호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고강도 개혁 칼 빼든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입력2015-02-23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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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간 받아먹은 것 다 돌려줘라
    • 징계로 끝난 사안, 검찰 고발 후 변상 조치
    • 정부·정치권의 임원 인사 개입 철저 차단
    • 내국인 카지노 신규 허가? ‘파트너’ 조건이라면…
    • 박근혜 정부, 개혁 주도세력이 없다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검사 출신으로 ‘친박(親朴)’ 타이틀을 단 함승희(64) 변호사가 강원랜드 사장이 된 것은 ‘깜짝 인사’였다. 그가 뒤늦게 후보군에 합류하기 전까지 MBC 사장을 지낸 엄기영 씨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주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 경영 정상화에 특수부 검사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경영 경험이 없는 그가 직원 5000명(협력업체 용역 포함)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을 잘 이끌지 의아해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낙하산·보은인사 시비가 일었다.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나 한 중앙일간지에 ‘함승희표 개혁 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월 하순 강원랜드를 찾았다. “적성에 맞느냐”고 묻자 그는 검사 경력부터 내세웠다.

    “훌륭한 검사가 되려면 정보력이 뛰어나야 한다. 예컨대 저 앞에 멋있는 집이 있으면 보통사람은 감탄하고 넘어가지만, 유능한 검사는 저기에 어떤 놈이 허가해줬나, 그 생각부터 한다. 나는 검사 할 때 그런 식으로 수사했다. 뒤를 캐보면 비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공기업도 같다고 본다. 올해 강원랜드 예산이 1조5000억 원이다. 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눈에 딱 들어오는 게 있다. 왜 하필 이 업체인가, 왜 이 금액인가…. 짚어보면 (담당자가) 절절맨다. (취임 후) 두 달 사이에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정보력만으로는 안 된다. 판단력도 좋아야 한다. 무엇이 회사에 유리한지,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맞는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외부 단체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줘야 할 돈을 안 주고 미적거려도 문제지만, 주지 말아야 할 돈을 주면 나중에 방만 경영이니 업무상 배임이니 하는 시비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검사나 공기업 사장이나 비슷하다고 본다. 공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 벌 필요가 없다. 사기업 사장이 아니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포럼오래’와 박 대통령

    검찰에 있을 때 그는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수많은 공직자와 기업인을 교도소로 보냈다. ‘범죄와의 전쟁’ 때는 거대 폭력조직을 옭아맸고, 연예계 비리를 수사해 ‘스타 PD’를 비롯한 유명 방송인들을 잡아들였다. 전직 장관을 벽 보고 서 있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얼마나 독하게 수사했는지, “함승희 방에는 두 발로 걸어 들어갔다 네 발로 기어나온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였다.

    1993년 정관재계 고위직 인사들이 연루된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수사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에게 ‘스타 검사’의 영예를 안겨준 이 사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검찰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전직 대통령(노태우)의 돈줄이자 현직 대통령(김영삼)의 대선자금 모집에도 공이 컸던 ‘금융계 황제’ 이원조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정권을 불편하게 만든 것. 수사를 하던 중 그는 서산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겉보기엔 영전이었지만, “수사 그만하라”는 뜻이 담긴 인사였다.

    서산지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법무법인 대륙(대륙아주 전신)을 설립해 변호사로서도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16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갑, 새천년민주당)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클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듬해 친박연대 공천심사위원장·최고위원을 지내면서 ‘친박’이미지가 굳어졌다. 그해 지식인 토론 모임 ‘포럼오래’를 창설해 박 대통령과 함께 공부를 시작했다. 교수, 전직 관료, 기업인, 법조인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모인 포럼오래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노릇을 했다.

    ▼ 공기업 사장이 되면서 ‘나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국회의원이 될 때부터 그런 생각 했다. 이 자리는 국회의원보다 더 근접하지만(웃음). 그래서 나는 물론이고 모든 임직원이 교도소에 갈 소지를 없애려 한다. 예컨대 1년 단위로 계약할 걸 3년 단위로 계약한 게 많다. 이유를 물어보면 싸게 해주거나 뭘 하나 더 얹어준다는 것이다. 납품하는 쪽에선 속된 말로 뜯어먹을 돈이 3배가 되는 거다. 이건 회계연도 예산편성 취지에도 어긋나고 부정의 소지도 크다. 그래서 전부 1년 단위로 다시 바꿔버렸다.”

    ▼ 반대가 심하지 않던가.

    “(사장이) 하자는 대로 갈 수밖에(웃음). 임원 임기가 2년이다. 3년 계약으로 해놓으면 어떤 임원은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나갈 수 있다. 이건 임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거다.”

    “일언지하 거절”

    ▼ 야권과 일부 언론에서 낙하산·보은인사라고 비판했다.

    “일자리가 없거나 수입이 적은 사람에게는 보은이겠지만, 난 그런 면에선 손해다. 연봉이 변호사 수입의 3분의 2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명예가 있나, 특권이 있나. 이 지역에서 강원랜드는 을이다. 주민에게도 을이고 시·군에도 을이다. 오자마자 취임신고 일정부터 짜야 했다. 신고 기관이 한 서른 개 되더라. 내가 강원랜드 사장이냐, 다방 마담이냐. 다방 마담이 신장개업 알리는 것도 아니고(웃음). 그래서 다 취소해버렸다.”

    ▼ 뭐라 안 하던가.

    “전혀.”

    ▼ 도지사는 봐야 할 것 아닌가.

    “자기가 아쉽지. 돈은 내가 주는 거니(웃음).”

    신년이 되자 또 인사를 다녀야 했다. 이른바 신년하례다. 이마저 마뜩지 않았던 그는 아이디어를 냈다. 신년음악회를 마련해 정관계 인사와 지역 공관장들을 초대한 것. 인사해야 할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셈이다.

    1월 3일 강원랜드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는 염동열 국회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을 비롯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선규 영월군수, 전정환 정선군수, 유태호 태백시의장, 정진권 삼척시의장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최경식 정선고한사북남면 지역살리기 공추위원장(강원랜드 사외이사)을 비롯해 폐광 지역 주민, 강원랜드 방문객 등 1000여 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 하여간 보은인사는 아니다?

    “내 후배들은 이미지 버린다며 가지 말라고 말렸다(웃음).”

    ▼ 권유를 받은 것 아닌가.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굳이 그런 자리 주려고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해줬다.”

    강원랜드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그가 취임할 때까지 9개월간 공석이었다. 최홍집 전임 사장이 6·4지방선거 강원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임기 중 사퇴했기 때문이다. 4월엔 부사장도 태백 오투리조트 지원과 관련, 감사원의 해임 요구로 물러났다.

    “경영진 없는 회사의 공백이 크더라.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가 잇따랐다. 시설이나 기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하는데 사장이 없으니 대충 한 거다. 직원들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고. 적절한 후보자도 없었다. 지난해 5월 공모가 시작됐는데, 다들 검증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로 탈락했다. 2차 공모를 했는데 역시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재차 권유를 받고 결심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8년 초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라 굉장히 외로울 때였다. 한 30명 모여서 공부를 시작했다. 정책토론회 비슷한 모임이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였다. 박 대통령은 2년간 거의 매번 참석했다. 나중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돼 정치의 중심에 선 이후로는 나오지 않았다.”

    ▼ 대선 때 돕지 않았나.

    “정책 면에서. 우리는 머리만 있고 손발은 없는 조직이라….”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함승희 사장은 사채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대상과 주체가 뒤섞여”

    포럼오래는 한때 회원 수가 1000명에 달했다. 지금은 500명 안팎이라고 한다. 관련된 해외 포럼도 여럿이다. 북경포럼, 베트남포럼, LA포럼 등. 그는 강원랜드 사장을 맡으면서 포럼 회장직을 내놓았다.

    포럼오래는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국가치리협동창신센터(國家治理協同創新中心)와 공동 토론회를 열었다. 국가치리협동창신센터는 베이징대·푸단대·지린대 합동연구소다. 토론 주제는 국가혁신. 구체적으로 반부패와 금융개혁 문제를 다뤘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열흘 만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는데, 곧바로 국가혁신 얘기가 나오더라.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선 이전부터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주체세력이 없어서다. 과거 정권과 어떤 인연도 없는, 도덕적으로 무장된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선 혁신의 대상과 주체가 뒤섞여 있다.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거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정치권, 청와대에 포진했다. 이러니 혁명적 혁신이 이뤄질 수 없는 거다.”

    ▼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관련된 얘기 같다. ‘문고리 3인방’이 혁신세력은 아닌 것 같고….

    “후보 시절엔 이런 문제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 모든 제도를 뜯어고치고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해.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좀….”

    ▼ 인사 실패도 그런 맥락 아닌가.

    “그렇다. 인사 실패는 혁신의 주체세력을 못 만들었음을 뜻한다.”

    ▼ 말이 나온 김에 가까이에서 지켜본 박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을 말한다면.

    “굉장히 치밀하고 신중하다. 청렴하고 주변이 단출해 남성 정치인보다 부패에 휩싸일 가능성이 작다. 다만 세상을 다양하게 접하지 못한 탓에 사고가 폭넓지 못한 면이 있다. 인간의 심리, 인간사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그는 곤란할 듯싶은 질문에 주저 없이 답변했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현 정권에 빚진 것 없다는 자신감으로 비쳤다. 마치 보은인사가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 강원랜드에 와서 직관적으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대기업인데 인재가 없다. 주주는 주인이 아니다. 투자에 대한 이익만 생각하니. 사장을 비롯한 임원은 2~3년 단위로 바뀐다. 연봉이 딱 정해져 더 수익을 내봐야 자신한테 10원 한 장 돌아오는 게 없다. 그러니 회사 돈 아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 직원은 회사야 어떻게 되든 한 푼이라도 더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바칠 내 직장이라는 개념이 약하다. 거기에 카지노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 때문에 자부심이 없다. 어디 가서 내가 강원랜드 직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민도 여기서 나오는 이익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주주도, 임직원도, 주민도 주인이 아닌 셈이다. 그러니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개혁의 필요성도 못 느끼고.”

    ▼ 마인드 자체가 문제라는 뜻인가.

    “그렇다. 주인의식 가진 사람이 없다. 내 것처럼 아끼고 닦아 윤기를 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세력이 없다.”

    6명 공모에 108명 지원

    ▼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부임 직후 인사 다니는 관행을 깬 것도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가지라는 뜻이었다. 사장이 굽실거리고 돌아다니면 직원이 프라이드를 가질 수 없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주주라고 이런저런 간섭을 해왔는데, 법적으로 (그렇게 할 만한) 근거가 있나. 주주라고 임원들을 통해 강원랜드를 좌지우지하던 풍토를 없애려 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상무급 본부장 전원을 실질적으로 공모했다. 6명 뽑는데 108명이 지원했다. 국가정보원·경찰의 전직 고위간부를 비롯해 우수 인력이 많이 몰렸다. 내부에서도 6명인가 지원했다.

    부사장에게 심사위원장을 맡기고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왜 청탁이 없겠나. 나한테도 몇몇 국회의원과 관계부처에서 전화를 해왔지만 다 무시했다. 서류심사를 통해 한 부서 4~5명으로 걸러내고 면접을 봤다. 면접을 본 후 다시 부서당 2명으로 압축해 명단을 내 책상에 갖다 놓게 했다. 그랬더니 외부에서 부탁했던 사람들 중 1명만이 살아남았다. 그는 누가 봐도 탁월한 사람이다.”

    2월 중순 강원랜드는 임원 인사를 완료했다. 외부 공모 직책이 총 10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집행위원이라 부른다.

    ▼ 윤리경영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방법론은?

    “1년 예산 1조4000억 원이면 곳곳에서 비리가 싹틀 소지가 있다. 납품, 공사 규모가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이다. 어지간히 윤리적으로 무장돼 있지 않으면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부임 직후 말했다. ‘내가 오기 전에 받아먹은 것 있으면 다 돌려줘라. 만약 당사자가 안 받겠다고 하면 감사실에 자진 신고하라. 그러면 더는 문제삼지 않겠다’고. 실제로 한 사람이 신고해왔다. 기록을 살펴보니, 그간 자체 감사에서 여러 부정·비리를 적발했는데, 다 내부 징계에 그쳤더라. 그래서 비록 지난 일이지만, 1000만 원 이상의 부정한 돈을 받거나 죄질이 안 좋은 사람들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주인의식 확실히 심어주겠다”

    시설을 확충해 훨씬 쾌적해진 강원랜드 카지노.

    ▼ 공소시효 문제가 없나.

    “5년 이내 건은 다 시효가 살아 있다. 모두 6건이다.”

    ▼ 그야말로 날벼락이었겠다.

    “몇 명은 구속될 것 같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법무팀에 변상 조치를 지시했다. 압류할 건 압류하고 소송할 건 소송하라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다.”

    그는 “안 그래도 함 사장 부임 후 분위기가 싸늘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기자의 말에 씩 웃었다.

    ▼ 직원들 사이에서 “피곤하다”는 소리가 나온다는데.

    “안 받아먹으면 맘이 편하다. 몇 푼 안 되더라도 받아먹으면 불안하고. 그간 부장급이 감사실 책임자였다. 이번에 그 자리를 (상무급인) 감사본부장으로 격상하고 조직을 확대했다. 본부장 밑에 3개 팀을 뒀다. 수사 전문가들을 공채했다. 앞으로 사후 감사뿐 아니라 사전 감찰을 하고 모든 계약 과정을 점검할 것이다.”

    사채업자 수시 단속

    감사 기능 강화와 더불어 그가 중점을 두는 두 가지가 홍보와 교육이다. 강원랜드의 개혁과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공헌 활동이 잘 알려지도록 홍보팀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감사팀과 마찬가지로 홍보 책임자도 공모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교육 강화는 직원들의 경쟁력과 관련된 것이다.

    “내국인 카지노가 독점 아닌가. 경쟁이 없다보니 마케팅과 서비스를 어떻게 잘할지, 미래에 뭘 해야 살아남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하루에 30억~50억 원씩 나오는 수익에 기댈 뿐이다. 지역신문만 보고 중앙일간지를 보지 않으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모른다. 두 달 된 나도 벌써 감각이 떨어질 판인데 15년씩 여기서 근무한 사람은 오죽하겠나. 화석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이걸 개선할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 기존 6명으로 구성된 교육팀을 인재양성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3개 팀을 뒀다. 여기서 기본 교육을 비롯해 인성 교육, 직업 교육까지 받게 된다. 여기는 병영이나 다름없다. 직원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끼리끼리 지내면서 외부 환경을 접할 기회가 없다. 근처에 도시가 없고 문화생활을 할 만한 공간도 없으니 점점 폐쇄적이 된다. 나중에 대도시에 나가 살아갈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사람도 조직도 불행해진다.”

    ▼ 도박문화 이미지 개선에도 역점을 둔다고 들었다.

    “외국의 카지노는 사기업이다. 사기업은 돈 벌면 그만이다. 중독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개인 책임일 뿐이다. 그런데 우린 공기업이니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도박 치유센터를 만들고 상담사를 두는 것이다. 앞으로 전문 상담사를 늘릴 계획이다. 그런데 치유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건전게임 유도 지킴이 제도를 신설했다. 이들은 매일 도박장을 돌며 자주 눈에 띄거나 베팅을 과하게 하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접근해 자제를 유도한다. 또 사채업자를 강력히 단속할 것이다. 자기 돈만 갖고는 그토록 심하게 파멸하지 않는다. 사채에 말려들면 헤어날 길이 없다. 과거에도 단속은 했지만 실효가 없었다. 그 기간만 잠복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세청과 협력해 상시 단속할 것이다.”

    그가 구상하는 카지노는 도박장이 아니라 놀이공간이다. 가족과 함께 소액으로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재일교포 파친코 업자가 최근 매장의 절반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로 바꿨다. 기계를 다양화하고 소형화했다. 그랬더니 매출이 3배 늘었다. 거긴 흡연실이 아예 없다.”

    ▼ 내국인 카지노를 더 늘려 경쟁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강원랜드는 공기업이다. 그런데 사기업에 내국인 카지노를 허가해준다면 모순이 생긴다. 사기업은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을 벌려 할 것이다. 그러면 강원랜드는 망한다. 그렇다고 공기업 형태로 허가를 더 내준다면 국가의 도덕성이 문제가 된다. 궁극적으로는 강원랜드도 사기업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강원랜드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 폐광지역 경제 회생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종합 리조트 기능 강화

    ▼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 중 하나가 도박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자는 것이다. 해외로 나가 도박하는 사람을 국내로 유인하자는 얘긴데.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강원랜드처럼 특수한 설립 목적이 없는 한 도박장 허가를 더 내준다는 건 명분이 없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다. 외국인 자본도 유치하고 국부 해외 유출도 막으면서 강원랜드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지 않는. 사기업에 신규 허가를 내주되 강원랜드가 사업 파트너가 되는 방안이다. 거기서 나오는 수익의 절반을 강원랜드가 가져가 폐광지역 경제 발전에 사용하는 것이다.”

    ▼ 그쪽에서 반발하지 않을까.

    “그쪽도 밑질 게 없다고 본다. 해외 자본이 들어오면 어차피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형성해야 한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와 손잡는 게 인·허가와 규제 등에서 유리할 것이다. 내국인 카지노가 더 생길 경우 강원랜드는 종합 리조트의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그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주목하는 것은 트레킹 코스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탄광길을 트레킹 코스로 개조하겠다는 구상이다.

    “삽과 곡괭이로 만든 길이다. 우리 국민의 한이 서린 길이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강원랜드를 종합 리조트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 지역 주민들을 만나봤을 텐데, 어떤 요청을 하던가.

    “한마디로 같이 먹고살게 해달라는 거다. 예전엔 주민 몫을 챙기는 데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강원랜드가 잘돼야 주민도 잘된다는 상생 의식이 생겼다. 내가 윤리경영과 고품격을 표방한 데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예전엔 사장이 부임하면 주민이나 노조나 ‘낙하산’이라고 반발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취임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지역사회에 나붙었다.”

    ▼ 정부든 기업이든 개혁에 대한 저항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노동조합과는 어떤 식으로 협력할 것인가.

    “사장 공석 중에 무리하게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시도했더라. 노조는 노조대로 서운해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가이드라인에 안 맞는다고 물러서지 않아 파업 직전까지 갔다. 내가 와서 정부 측 양보를 얻어내 타협을 이끌어냈다. 노조 측에 ‘나도 주주의 피고용자다. 열심히 같이 일해 같이 복지혜택 누리는 게 공동 목표다. 그러니 대립관계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또 ‘수당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밖에서 강원랜드 직원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게 더 중요하지 않으냐. 그걸 내가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노조위원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굳이 강성노조 안 하겠다고.”

    그는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노조위원장을 치켜세웠다. 노조와의 협력은 함승희표 개혁의 성공을 가늠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지 모르겠다. 그가 “역대 사장들도 처음엔 다 개혁을 시도했지만 나중엔 흐지부지됐다”는 일부의 볼멘소리가 무색할 만큼 강원랜드를 멋지게 바꿔놓는다면, ‘강원도지사 출마 수순’이라는 정치적 관측이 무의미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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