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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도, 의심도 말고 독립을 준비하라

외도에 대처하는 방법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artppper@hanmail.net

용서도, 의심도 말고 독립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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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도의 파괴력은 강력하다. 부부관계를 산산조각 낸다. 지금 이혼할 처지가 아니어서 사과받고 용서하려는 이들에게는 “용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 용서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에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독립할 능력이 되는데 참고 사는 것과,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참고 사는 것은 천지차이다.
용서도, 의심도 말고 독립을 준비하라

일러스트·김영민

현대사회에서 배우자의 외도는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과거에 이혼이 금기였던 시절에는 배우자가 바람이 나도 쉬쉬하면서 무조건 참고 살아야 했다. 지금은 이혼이 자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흠도 아니다.

피임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지 않던 아득한 과거에는 아내 혹은 남편이 외도 하면 임신으로 이어졌다. 다른 여자한테서 얻은 자식을 데리고 와서 키워 달라는 남편도 있었고,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해서 임신하고는 눈도 깜짝않고 남편을 속이고 사는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도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전 피임에 실패했다면 사후 피임약도 있다. DNA 검사가 있기 때문에 의심스러우면 내 자식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외도의 파괴력은 강력하다. 부부관계를 산산조각 내고는 한다.

인간의 강렬한 질투심은 인류가 동굴 속에서 50~150명 모여 살아가던 석기시대로 거슬러간다. 석기시대에는 대부분 40세가 채 되기 전에 질병, 사고로 죽었다. 삶이 불확실했다. 어떻게든 자식을 낳아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노인을 제외하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여성 혹은 남성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내 아내, 내 남편을 남에게 빼앗기면 그다음에 언제 또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나 자신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녀를 위해 굶주리고 희생했는데, 그 자식이 다른 남자의 자식이라면 완전히 헛짓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남자의 질투심이 더 격렬하고 때로는 공격적이었다.

질투의 유전자

그런데 아직도 이런 석기시대 유전자가 우리 뇌 속에는 살아남아 있다.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아는 순간 21세기의 이성적 두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원시시대의 본능적 두뇌가 작동해 온 정신을 사로잡는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의 처지로 현재의 배우자보다 더 젊고, 더 예쁘고, 지위가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날 수 없을 때 질투심은 더욱 강렬해진다. 지금의 배우자와 헤어짐으로써 입게 될 사회 경제적 손실이 크면 클수록 질투의 감정 역시 강해진다. 따라서 처음 외도 사실을 알았을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강력한 질투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진정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망설임이 시작된다. 이혼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창피한 생각이 든다. 특히 겉으로 행복해 보이고 그런 행복한 가정을 계속 남들에게 보여주던 경우 이혼하게 되면 자신의 불행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나는 완벽하다’는 자기애(自己愛)적 성향이 있는 경우 이혼을 흠으로 여기면서 결정을 미루게 된다. 부모에게 얘기하는 것이 힘들어 이혼을 망설이기도 한다. 아이들 생각도 하게 된다.

경제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배우자가 거액 자산가일 경우 재산분할을 통해 상당한 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 양육비도 보장된다. 설혹 가난하더라도 자기가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면 이혼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이의 양육과 교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이혼을 결심하기가 더 쉽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여건을 갖춘 경우는 흔치 않다.

이혼이 가장 힘든 경우는 자생 능력이 없을 때다. 얼른 생각하면 변변한 집이라도 한 채 있는 경우 이혼 후 재산분할을 하면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집 팔고 주택 담보 대출 갚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익숙한 것이다. 그런데 집 팔아 빚을 갚고 재산을 분할하고 나면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전세도 얻기 힘들다. 전세를 얻고 나면 생활할 돈이 없다. 그렇다보니 뭐라도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넉넉하게 살수록 막일이 두렵다. 그래서 재산을 분할하고 그나마 남은 돈으로 가게를 차리고 가게 꾸리고 남는 돈으로 아파트 월세 내고 생활비도 벌 생각을 한다. 그런데 장사라는 것이 뜻대로 안 된다. 쪽박을 차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이혼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이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 참고라도 살아야 하는데 그 역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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