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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MB가 하도 말 안 되는 얘길 하기에…”

환경운동가 최열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kimhoki@yonsei.ac.kr

“MB가 하도 말 안 되는 얘길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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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하도 말 안 되는 얘길 하기에…”

배재공원에서.

환경주의와 생태주의

김호기 환경문제를 다룰 때 ‘환경주의’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생태주의’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전자가 사회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서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온건한 관점이라면 후자는 근본적인 관점입니다.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생태학의 기본 논리입니다. 이 생태주의에는 심층생태학(deep ecology),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 정치생태학(political ecology) 등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열 저는 심층생태학이 중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녹색평론’이나 외국 학자들의 생태 근본주의는 이론으로서 분명 필요해요. 그런데 모든 대중에게 그렇게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려요. 그래서 저는 환경운동의 경우 일단 국민의 의식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중성과 전문성이라는 양 날개를 달고 그다음에 그것을 추진하는 운동성이 있어야 해요. 정부 쪽에서 계속 얘기하는 게, 우리가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시민환경연구소를 꽤 일찍 만들었어요. 1992년 창립했지요.

김호기 민주화 시대에 국민 다수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제대로 계몽한 것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과 1992년 리우 환경회의입니다.

최열 저와 공해추방운동연합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90년 지구의 날 행사였어요. 남산에서 열렸는데, 큰 관심을 끌었지요. 그러고 나서 1991년 페놀 사건이 일어났어요. 그것은 기업이 환경문제를 잘못 대하면 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처음으로 안겨준 사건이지요. 페놀 사건을 통해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1992년 리우 환경회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했어요.



리우 환경회의에 가서 보니까 환경운동이 노동운동, 여성운동, 인권운동 등 다른 사회운동과 활발히 연대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또 지구적 차원에서의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요. 그래서 돌아와 국내에 있는 환경단체들을 통합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비교적 규모가 큰 환경단체 8개를 통합해 만든 게 1994년 4월 2일 창립한 환경운동연합입니다.

김호기 환경운동연합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중 하나가 된 것은 선생의 열정과 헌신 덕택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 환경재단을 만들어 또 하나의 지평을 열었는데요.

최열 2000년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 50~60명이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교에 모여 워크숍을 하는데, 미국 대표가 미국에는 환경 관련 재단이 700개 있다는 거예요. 환경운동을 하려면 환경운동을 받쳐줄 수 있는 재단이 있어야지, 운동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것은 너무 힘들다는 거지요. 그 사람 얘기를 듣고 환경재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해서 2002년 말 창립했어요.

김호기 환경재단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우리 환경운동의 양대 축입니다.

최열 우리는 몇 년 전부터 아시아 환경운동의 허브가 되자고 생각했어요.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빠르게 개발되고 있잖아요. 그리고 지구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살고 있는데, 사회운동도 약하고 정치적으로 독재체제인 나라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를 지원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시아 환경운동의 그린허브가 되자는 게 우리 계획이에요. 그다음에는 깃발 들고 싸우는 환경운동을 해서는 국민이 부담을 느낀다는 점도 고려했어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 거죠. 그래서 서울환경영화제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NGO를 공부하는 석·박사 학생들도 꾸준히 지원해왔어요.

모순투성이 4대강 사업

김호기 환경과 관련해 최근의 가장 큰 관심사는 4대강 사업입니다. 제가 보기엔 발전국가 시대의 전형적인 토건산업인데요.

최열 사람들은 결국 자기 직업과 관련된 일을 해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청계천 복원사업을 했잖아요. 청계천을 덮은 시멘트 를 일단 뜯어낸 건 잘했다고 봐요. 하지만 그 과정에 시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CEO의 관점에서 마구 추진한 건 잘못입니다.

4대강과 관련해선, 처음에는 대운하를 얘기했어요. 국토의 64%가 산인데 산에 운하를 만들려면 자연을 많이 훼손해야 하기에 반대했어요. 또 낙동강과 한강은 완전히 다른 물줄기인데 이 둘을 연결하려 터널을 뚫고, 또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골재를 채취한 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그랬어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얘기하니까 저건 안 되겠다 싶어 반대한 거예요. 결국 대운하를 그만두고 4대강을 추진하게 됐는데, 그 장애물이 개인으로는 최열이고 단체로는 환경운동연합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세 가지예요. 수량을 많이 확보하고, 수질을 좋게 하고, 홍수를 막는다는 거지요. 이명박 정부 이전에 우리나라 환경 예산의 절반이 상·하수도에 들어갔어요. 30조 원을 투입해 수질은 상당히 좋아졌어요. 한강은 일급수에 가깝고 나머지도 이급수인데, 수질을 개선한다는 건 자기모순이란 말예요. 자기네들이 원래 수질이 좋다고 얘기해놓고, 수질 개선할 때는 강이 죽었다고 얘기한 거예요. 홍수도 마찬가지인데, 지난 20년 동안에 홍수를 막으려 준설도 많이 해서 실제로 홍수가 난 것은 상류지역이거나 새로 개발한 곳이었어요. 본류에서는 홍수가 거의 안 났어요. 4대강에 대한 얘기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들에게 이견을 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77인 선언을 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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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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