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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우린 몽골<대원제국>과도 싸운 나라 동아시아 고슴도치 돼야”

‘선진통일강국論’ 기수 박세일

  • 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우린 몽골<대원제국>과도 싸운 나라 동아시아 고슴도치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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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왕후닝이 부럽다”고 했다.

“왕후닝은 늘 나라를 생각하는 듯합니다. 정치에도 욕심이 없다고 해요. 세 차례의 권력이동 때마다 아이디어를 줬습니다. ‘신형대국관계’(시진핑 주석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한 구상) 같은 아이디어가 국가 전략으로 채택된 복 많은 사람이죠. 행운아라고도 하겠습니다. 국가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했을 때 받아주는 정치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지도자가 있다는 게 부럽습니다. 학자가, 국가가 나아갈 지향과 관련해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받아줄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나요? 왕후닝을 보면 한국의 선비들은 정론을 세워도 추진할 세력과 지도자가 없어 황당하고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 문제는 후대에 맡기자”

▼ 중국은 2003년부터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지방정권사(史)로 편입했습니다. 패권주의로 해석할 만한 행동입니다. 이 같은 행동은 중화민족주의 부흥을 강조한 왕후닝의 중국몽과도 연결된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중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총리로 꼽히는 저우언라이(周恩來)는 1963년 공산당 일부 인사가 동북공정과 비슷한 시도에 나섰을 때 대국의 쇼비니즘(맹목적, 광신적, 호전적 애국주의)으로 규정한 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왕후닝과 저우언라이의 견해가 다른 것에는 어떤 함의가 담겼다고 봅니까.

“두 사람의 인품이나 능력, 식견, 정치적 이념이 어떻게 다르냐를 말할 수도 있겠으나, 무엇보다 시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저우언라이는 혁명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상주의가 살아 숨 쉬던 때입니다. 혁명적 이상주의에서 정직은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또한 약소국에 대한 공정 대우라는 이상이 유효할 때였고요. 그런데 왕후닝이 사는 오늘은 패권 지향의 현실주의가 지배합니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전략과 이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어요. 이상주의 시대가 저물고 현실주의 시대가 온 겁니다.”



▼ 2012년 출범한 아베 정권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자 ‘아베노믹스’를 내놓았습니다. 또한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에 조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관계는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정신대 문제 등으로 꼬여 있습니다.

“한일관계에서 역사 문제는 한동안은 선반 위에다 올려놓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으로 다루지 않는 게 바람직해요. 강제 동원된 위안부 문제는 피해 입은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시는 상황이라 어떤 식으로든 타협을 봐야 하지만, 역사 문제는 후손에게 넘겨 풀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통일을 이뤄내려면 일본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해요. 한반도 통일은 일본의 미래에도 중요합니다. 일본은 성숙한 사회예요. 고령화, 재정적자가 구조화했습니다. 일본 국내만으로는 재도약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일본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A)에서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이 ‘일본의 미래’였는데, ‘일본의 미래가 있느냐, 물으면 미안하지만 없다고 본다’고 말한 후 ‘미래를 찾으려면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에서 찾아야 한다. 동북아가 경제적 공동체로 도약할 수 있느냐에 당신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습니다.

한일 간 신뢰는 한반도 통일과 통일 후 국가 건설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이 얼마나 진지한 협력관계를 조직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신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 사안에서 연대하면서 이뤄나가는 거예요. 한반도 통일이라는 더 큰 사안을 한일관계의 현안으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통일 후에는 독도와 역사 문제가 쉽게 풀릴 것입니다.”

속국, 변방으로 가는 길

▼ 통일 과정 및 통일 후 한미동맹은 어떠해야 할까요. 대중 협력을 강화하면서 한미관계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국과 미국은 둘 다 우리 주변의 대국입니다. 앞으로 선린(善隣)해야 할 대국이죠. 그런데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근본적으로 세 가지가 달라요.

첫째, 중국은 우리와 영토가 연결됐습니다. 영토적 이해관계가 상충할 소지가 있습니다. 5000년 역사에서 겪은 외침 대부분이 대륙에서 비롯됐습니다. 반면 미국은 멀리 떨어졌습니다. 이것이 큰 차이예요. 미국과 동맹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입니다.

둘째, 중국은 우리와 이념과 가치체계가 다릅니다. 미국과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공유하죠. 주지하듯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셋째, 아시아에서 한미의 전략적 이해가 동일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단일 패권국가의 등장을 막는 겁니다. 아시아의 단일 패권국가는 세계 패권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존과 번영을 지키려면 역내에서 단일 패권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과거, 단일 패권국가가 등장했을 때 한반도는 속국이거나 변방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차이를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존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통일 이후에도 상당 기간 한미동맹을 유지해야 합니다. 동아시아가 서유럽 수준의 경제·사회공동체, 안보협력체로 발전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 이전까지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해요.”

“우린 몽골과도 싸운 나라 동아시아 고슴도치 돼야”

1월 23일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왼쪽)와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이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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