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혜(59) 코레일 사장이 2014년 1월 신년사에서 “단 1만 원의 영업 흑자라도 내겠다는 각오로 2015년 흑자 경영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영업 적자가 2012년 3591억 원, 2013년 1932억 원에 달했는데 흑자라니…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하고 치부했는데, 2014년을 넘기지 않고 그 약속을 이뤄냈다. 그것도 요금 인상 등 외부 요인 없이 자력으로 100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영업이익을 일궈냈다.
코레일의 역대 사장 중 최 사장만큼 국민에게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우리 철도 115년 역사상 첫 여성 CEO인 그는 아담한 체구에 앳되 보이는 얼굴이어서 ‘거친’ 철도산업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13년 10월 취임 직후 벌어진 노조 총파업에 흐트러짐 없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대처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철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총파업이 끝난 후 그는 몰려드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뒤로하고 경영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1년 후 말이 아닌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 정도 성과면 내놓고 자랑할 만한데도 그는 “아직 잔치를 벌일 상황은 아니다”라며 겸손해했다. “그래도 기쁜 것은 사실”이라며 수줍은 듯 웃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마음을 모아 전심전력을 다해준 직원 모두의 땀방울이 이뤄낸 성과”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표를 잘 팔았어요”
▼ 흑자 경영이라는, 코레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이뤄냈습니다.
“경영을 잘하면 흑자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장 공모에 지원하면서 ‘흑자 경영체제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죠. 저를 선임한 것도 흑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저도 자신 있었어요.”
▼ 사장이 되기 전부터 흑자 경영이 가능하다고 본 건가요.
“네. 정부에서 운임을 인상해줬으면 좀 더 쉽게 흑자를 낼 수 있었는데, 동결시키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운임 인상 덕분에 흑자가 났다면 우리 직원들의 노력이 가려졌을 거예요. 그러니 운임을 안 올린 건 오히려 잘된 일이었죠. 예년과 똑같은 조건에서 오직 우리의 노력만으로 흑자를 낸 것이니까.”
일각에선 ‘코레일이 해마다 적자 폭이 줄고 있어 영업이익이 나는 건 시간문제였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적자가 연평균 1000억 원씩 줄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거기에서 2000억 원을 더 줄여 3000억 원 이상의 수지 개선 효과를 거둔 것이다.
▼ 가장 큰 흑자 요인이 뭔가요.
“표를 잘 팔았어요. 수요는 1.5% 늘었는데 수입은 3.8% 늘었으니까. 빅데이터를 활용해 열차를 배분, 빈 좌석을 최소화했어요. 예를 들어 경부선 열차가 서울을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내내 빈 좌석이 최소한이 되도록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죠. 그러려면 처음부터 시간대, 좌석, 노선별로 승객 패턴을 잘 분석해 표를 배분해야 해요. 이걸 YMS(수익관리시스템)라고 하는데, 지난해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5명으로 늘려 적극 활용했어요. 올해는 7명으로 늘려 효율을 더욱 높여갈 계획입니다.”
관광열차의 힘
▼ 물류운송 분야에선 적자가 큰 편인데요.
“물류는 최소 800km 이상 운송을 해야 수익이 나는데, 우리나라는 이동 거리가 짧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예요. 비효율적이라 물류운송 업무에서 손을 떼자는 주장도 있지만 공익적인 측면에서 안 할 수는 없죠. 물류운송은 계속하되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령 하루에 한두 번 화물을 내리는데 입환(入換·선로를 바꾸거나 차량을 분리, 결합하는 작업)인력이 3명, 5명씩 상주하는 건 낭비죠. 그래서 화물업주들과 협의해 화물 싣고 내리는 역을 127곳에서 105곳으로 줄였고 10곳을 더 줄일 계획입니다. 화물주들에겐 좀 불편해진 면이 있지만 고통분담 차원에서 기꺼이 수용해주셨어요. 이런 효율화, 집중화를 통해 화물열차 운행과 관리비용은 줄이면서 전체 물동량은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