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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주민친화 레저” vs “주거환경·학습권 훼손”

마사회 용산 마권장외발매소 갈등 1년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고품격 주민친화 레저” vs “주거환경·학습권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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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법규에 저촉되지 않는다 해도 학생들의 등하굣길에 위해시설이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권장외발매소 건물이 학생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가에 있는 것일까. 성심여고 정문에서부터 건물까지 직접 걸어봤다. 학교에서 건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정문에서 남쪽 골목으로 내려와 원효대교 북단 고가 밑으로 왕복 12차선을 건너야 했다. 찻길이 너무 넓어 중간에 신호시간이 다른 보행신호등이 3개나 되는 등 통행이 불편했다. 더구나 힘들게 건너온 길가엔 오피스텔, 면세점 등이 있을 뿐 학생들이 찾아올 만한 요인은 없어 보였다.

또 하나는 서쪽 골목길로 내려와 6차선 도로를 건너 후 다시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했다. 중간에 재활용쓰레기 집하장까지 있어 학생들이 즐겨 다닐 만한 길로 보이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렇게 오면 용산전자상가가 앞에 있다. 극장, 패스트푸드점 등 학생들이 갈 만한 장소는 전자상가 안에 몰려 있다. 굳이 마권장외발매소 건물을 지나칠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 주위를 직접 둘러본 결과 마권장외발매소와 학교를 비롯한 주택가는 원효대교 북단 고가와 12차선 도로로 나뉘어 있어 사실상 생활권 자체가 다른 게 아닌가 싶었다.

취재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중 성심여중고 학생들이 청와대에 보냈다는 호소문을 볼 수 있었다. “대전 화상경마도박장 인근에 있는 학교는 8개 학급이 3개 학급으로 줄었고 주위 주변 환경은 슬럼가처럼 변했다고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띄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전 장외발매소 인근에 있는 월평초등학교에 확인해봤다. 월평초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 수가 준 것은 사실이다. 마권장외발매소가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고, 자연 감소 영향도 있다. 장외발매소 때문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다. 또한 8개 학급이 3개 학급으로 줄었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그렇게 큰 학교가 아니었다.”

주민 설득한 ‘강남 마사회’



마권장외발매소가 대책위 주장대로 혐오시설일까. 그렇다면 절대 발붙이기 힘든 곳이 서울 강남일 것이다.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라도 혐오시설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기 강남 지역이다. 그런데 강남 한복판인 청담동에서 마권장외발매소가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나온 지도를 들고 찾아갔지만 세련된 건물들 사이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정장 차림의 주차관리 직원에게 물으니 고급 레지던스호텔 같은 외관의 건물을 가리켰다. 입구에 들어서자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깍듯이 맞이했다. 카운터와 로비가 호텔에 들어선 느낌을 줬다. 지난해 8월부터 석 달 동안 24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해 재개장했다고 한다. 전좌석 지정제로 운영하는데 입장료가 1만5000원~7만 원으로 만만치 않았다. 박한규 마사회 강남지사장에 따르면 이곳도 2001년 개장한 이후 줄곧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주민들이 수시로 찾아와 이전을 요구했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금요일부터 일요일이면 건물 앞 차도가 수백 대의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가득했고, 건물 앞은 담배를 피우는 경마객들로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이들을 타깃으로 한 포장마차가 늘어서고, 술에 취한 경마객끼리 시비가 붙는 경우도 허다해 주택가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도 건물 바로 뒤에 단독주택가가 있다.

지난 2월 부임한 박 지사장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주민들에게 ‘건물을 리모델링 해서 주민들에게 편의시설과 문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겠다. 마음대로 이용해보시라. 또한 입장료를 높여 경마객들의 품격을 높이겠다. 1년 동안 운영해보고 그래도 우리 시설이 지역 프라이드에 저해된다고 하면 철수하겠다’고 설득했다.

“리모델링을 하고 재오픈을 하자 처음엔 경마객의 반발이 거셌다. 2000원이면 들어오던 것을 1만5000원 이상 내야 했으니까. 그런 분들에겐 저렴한 인근 마권장외발매소로 가도록 권유했다.”

‘주민 사랑방’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한 데다 가격을 올리고 전좌석 지정제를 실시함으로써 입장 정원을 줄이자 변화가 생겼다. 경마객의 옷차림부터 달라졌다. 허름한 점퍼 차림,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오던 사람들이 말쑥한 차림으로 바뀌었다. 하루 2500명이 북적대다보니 서로 시비가 붙기도 했는데 입장 정원이 900명으로 줄고 지정된 좌석에서 쾌적하게 즐기다보니 목소리를 높일 일이 없어졌다. 음침한 분위기에서 밝은 분위기로 변했다. 차도를 점령하던 오토바이들도 사라지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마구 피워대던 흡연자들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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