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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수주의자’ 천영우 前외교안보수석

“소통·어젠다·담론 능력 ‘0’, 한국당엔 미래 없다”

  •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donga.com

‘보수주의자’ 천영우 前외교안보수석

  • ●황교안 핵 공유, ‘내 마음만 편하면 좋다’ 생각하는 것
    ●나경원, 참 요령도 없고 어설프고
    ●안상수,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을 것
    ●구름 위에 살다 내려온 사람들 같다
    ●그저 만날 탄핵 갖고 싸우는 정당에 무슨 희망 있나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권에 대해 냉정하게 심판할 기회지만 국민의 선택권은 좁아지고 있다. 특히 보수 세력을 대표한다는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두고 무능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과 민심의 간극은 더욱 넓어지는 모양새다.


“국익보다 당리당략 앞세우는 부끄러운 모습”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9년 10월 25일 강력한 한미동맹을 복원해 완전한 북핵 폐기에 이르자는 외교안보 정책 ‘민평론’을 내놨다. 황 대표는 이날 발표 후 인천 강화군 해병2사단 말도소초를 방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19년 10월 25일 강력한 한미동맹을 복원해 완전한 북핵 폐기에 이르자는 외교안보 정책 ‘민평론’을 내놨다. 황 대표는 이날 발표 후 인천 강화군 해병2사단 말도소초를 방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2019년 12월 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향해 “희망이 없다”고 평가했다. 정통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천 전 수석과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한 한국당의 민낯을 파헤쳐봤다.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이명박 정부에서 최장수(2년 4개월)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안상수 의원의 발언부터 짚어주십시오. 

“나경원 전 대표가 미국에 가서 했다는 이야기, 안상수 씨가 뭐 했다는 이야기, 그거 다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죠. 국익보다 어설프게 당리당략을 앞세울 때 발생하는 아주 큰 실수라고 봅니다. 실수인지 의도했는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발언한 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국익의 관점에서,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말한다는 것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외교 감각이 너무 없어요. ‘외교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잘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19년 7월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총선이 예정된 2020년 4월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견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나 전 원내대표는 두 차례 입장문을 내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정상회담은 한국당도 환영한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차 북·미 회담마저 또다시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그런 외교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개탄했다. 



“속으로 선거가 걱정되더라도 그게 미국 관리를 만나서 할 이야기입니까. 굳이 언급하고 싶었다면 ‘우리는 당신들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지방선거 직전에 해서 손해를 봤다. 정상회담이 만들어낸 잘못된 환상 때문이었다. 우리가 손해 보더라도 북한 비핵화가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야죠. 이렇게 말하는데 미국 관리가 못 알아듣겠습니까. 

북·미 정상회담을 총선 즈음에 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외교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그날이 제일 좋은 날이면 우리는 선거에서 져도 좋으니 그날 해라.’ 이렇게 말해야 최소한의 외교 감각을 갖춘 것입니다. 국익을 걱정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능력 있는 지도자의 태도예요. 선거에서 득을 볼지, 손해를 볼지 미리 어떻게 압니까. 참 요령도 없고 어설픕니다.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부탁이었습니다. 한국당의 부끄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안상수 의원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 없는 종전선언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반대 논란이 일자 안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인천시장 시절 개인적 인연이 있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핵무기 폐기 없는 대북정책, 종전선언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으며 지난해 9월 만난 해리스 대사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안상수인지 누군지 하는 사람의 발언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이거예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라는 게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것을 기초로 해서는 100년을 협상해봐야 소용없다. 싱가포르 합의의 틀을 깨지 않으면 비핵화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모르겠지만 그 상황에서 종전선언이 중요한 이야기입니까. 해야 할 지적은 안 하고 가장 경미한 문제를 지적한 것입니다. 안상수 씨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당은 한미 핵 공유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볼 때 미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게 더 두려운지,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핵 사용(결정권)을 행사하는 구조가 더 두려운지 살펴야 합니다. 북한을 억제하는 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잘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한미 간 핵 공유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단독으로 핵무기를 쓰는 것보다 한미 양국이 핵을 공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습니다. 미국이 핵을 사용하려고 해도 ‘남조선이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 공유 시스템을 만들면 북한의 미국 핵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큽니다.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 공격을 하려고 할 때 동의하면서 도장을 찍어줄 한국 대통령이 나오겠습니까. 북한에 핵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도 한국 대통령은 보수든 진보든 핵 사용을 ‘말릴 가능성’이 ‘사용하라고 부추길 가능성’보다 크다고 봐야 합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일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생각해보세요. 1994년이 영변 핵시설을 제거하기 가장 좋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윌리엄 페리 미국 국방장관은 옵션 보고서에 핵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 건의를 수용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본인이 미국의 핵사용을 막은 것처럼 말씀했습니다. 군사적 조치를 취하기에 그때만큼 좋은 시기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수 성향의 대통령이 자신이 말렸다고 자랑한 셈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할 때 어떤 대통령이 좋은 일이라고 동의해주겠어요. 김정은 처지에서는 한미 간 핵 공유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한미 핵 공유는 김정은에게 오히려 도움”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019년 10월 ‘2030년 세계 5대 강국(G5) 도약’을 목표로 외교·안보·통일 전략인 ‘민평론’을 발표했다. 민평론에는 한미 핵 공유 협정 체결, 북한 주적 개념 부활 등이 담겨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한반도 중재자론’을 지적하며 안보정책의 최종 목표는 완전한 북핵 폐기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9·19 군사합의를 비롯한 굴종적 안보정책을 폐기하고 안정적인 국방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가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고 연합군사훈련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양국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2+2 회담을 복원하겠다.” 

앞서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교육정책을 반박하며 민부론(경제), 민교론(교육)을 발표했다. 총선을 준비하며 각 분야에서 한국당의 어젠다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핵 공유 협정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안녕을 꾀하려는 정책이지, 북한 핵 대응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고 온갖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현실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 김정은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을 생각도 안 하고 내 마음이 편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국가 안보에 도움 되는지 안되는지 구분하지 못해서 나온 구상입니다. 

다시 말해 핵 공유는 북한을 억제하는 데 필요한 게 아니고 기본적으로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필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한미 간 핵을 공유하면 북한이 더 떨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도 안심시키고 북한도 안심시키는 방법이 핵 공유입니다.”


“한국당, 미국 의존의식 버려야”

-보수우파가 안보 문제에서 지나치게 미국 의존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미국에 대한 의존의식을 버리지 못하면 우리 국방이 바로 설 수 없습니다. 나는 보수 세력이 어젠다를 잘못 설정했다고 봅니다. 하나만 보니까 그런 겁니다. 너무 편협하게 봐서 그래요. 더 크게 봐야 합니다.” 

-하나만 본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안보를 미국에 맡겨두자는 주장은 보수의 재집권 관점에서도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예요. 전작권을 전환하자는 세력이 국민에게 지지를 받기가 쉽습니다. 안보를 계속 미국에 맡겨두자는 세력이 국민의 다수라고 나는 믿지 않습니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도 별로고요. 우리가 10년, 20년 후 저절로 미국보다 작전을 잘 지휘할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까. 우리가 직접 지휘해보기 전에는 그런 능력이 절대 갖춰지지 않습니다. 핵을 빼놓고 보면 돈도 없고 무장도 우리와 비교가 안 되지만 북한이 강한 이유는 6·25전쟁 때부터 자기 군대를 지휘해본 경험 덕분입니다. 자기들이 직접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우리보다 강한 겁니다. 우리가 안보를 직접 책임지고 하는 것과 미국에 하청주는 것은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에서 같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당의 지향은 어떻게 봅니까. 

“민주당은 전 세계 어느 진보 세력과 비교해도 특이한 진보정당입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인권은 중요한데 북한 주민 인권만은 ‘억압당해도 싸다, 우리는 할 말이 없다’는 노선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합니다. 진보가 못하는 북한 주민 인권 챙기기를 보수 세력이라도 해야 합니다. 우리 보수주의 입장에서 보면 자유, 인권,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와도 맞닿아 있고요.” 

-인권을 강조하면 대화가 어렵게 됩니다. 

“보수도 북한과의 교류를 반대하면 안 됩니다.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을 진보 못지않게 지지해야 합니다. 다만 남북관계의 우선 과제는 비핵화와 북한의 평화 파괴 능력을 감축하고 제거하는 것입니다. 남북 교류를 열심히 하되 평화 파괴 능력, 특히 핵 능력을 증강해줄 교류는 막아야 합니다. 비핵화 압력을 버틸 북한의 체력을 보강해줘서는 안 됩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어떻게 봅니까. 정부는 원산 갈마지구 공동 개발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에 돈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돈벌이가 안 되는 협력 사업을 할까요. 돈줄 노릇을 충실히 해줘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거 아닙니까. 북한이 핵을 지키는 일에 보조금을 주는 교류 협력은 막아야 하겠죠.”


“다 지나간 일 갖고 싸우는 정당”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해윤 기자]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해윤 기자]

-보수정당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까. 

“지금의 보수 세력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도 정말 한심하지만 보수 세력이 뭘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심한 것 중 하나는 어젠다 설정 능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할 능력을 기본적으로 갖추지 못했다고 봅니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구름 위에 살다가 내려온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같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들은 땅 위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할 능력부터 갖춰야 합니다. 

또한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떻게 고쳐나가겠다, 어떻게 바로잡아나가겠다는 것에 대해 과거에 써먹던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계속할 게 아니라 뭔가 좀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젠다를 내놓아야 합니다. 국가적 담론을 만들어나갈 능력을 보여주기 전에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당이 내놓는 외교·안보 이슈를 어떻게 봅니까. 

“한국당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 그 분야에서 평생을 보낸 제가 들어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수 정부에서도 근무하고 진보 정부에서도 있어본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많습니다. 보수진영의 고정관념에 함몰돼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도 많습니다. 저는 한국당이 외교·안보 정책뿐 아니라 국가 미래와 관련해서도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이 잘 안 섭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어젠다를 내놓고 담론을 펼치고 그 담론을 주도하는 능력이 있어야 집권할 자격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는 논의하지 않고 이미 다 지나간 일, 돌이킬 수 없는 일, 그저 만날 탄핵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갖고 싸우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신동아 2020년 1월호

조규희 객원기자 playingj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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