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따라 패야 해
아버지는 이른 가을부터 장작을 패며
겨울을 준비했다
처마 밑
켜켜이 쌓인 장작을 보면 든든했다
펑펑 눈이 내리고 세상이 고요할 때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흰 눈 쌓인 집의 정적을 더했다
나무들의 마지막 생애가 불타는 동안
온기에 끌려 동물들이
집 앞마당에 머물다 가기도 했다
그렇게 불의 기운으로 우리는 겨울을 났다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아름다운 겨울 밤이었다
이희주
● 1963년 충남 보령 출생
● 한양대 국문과 졸업
●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 시집 ‘저녁바다로 멀어지다’ 출간
● 한국시인협회 감사 역임
● 現 한국투자증권 커뮤니케이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