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돈 되겠다’ 반려동물 파양업체 우후죽순
유기 반려동물 12만… 버림받은 개·고양이
무분별한 再분양으로 또 다른 유기 조장
유기 막는 파양 통로 제공 긍정 효과도
정부 지원 반려동물 파양 시스템 구축 필요
[GettyImage]
A씨가 반려견 파양을 고민하다 관련 업체와 상담하면서 처음 들은 말이다. 관련 업체는 A씨가 파양을 결정한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을 결정한 A씨는 죄의식도 느끼고 있었지만 관련 업체의 응대는 마치 중고차를 거래하는 딜러와의 대화를 연상케 했다
A씨는 다른 업체와도 상담했는데 비슷한 태도와 비슷한 순서로 진행됐다. 파양 신청→ 업체 전화→ 비용 설명→ 업체의 방문 수거 또는 파양자의 직접 방문 요청 순이다. 결국 A씨는 반려견을 물건 대하듯 하는 업체의 태도를 보고 파양 업체가 아닌 주변 지인과 인터넷 카페 등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정했다.
전국 유기동물은 2016년 8만9000마리에서 2018년 12만1000마리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파양 대행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한 업체의 경우 본사 직영점을 전국 곳곳으로 확대하는 한편 위탁업체를 지정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 증가와 파양업체 신설이 비례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유기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파양 결정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반려동물 보호자가 지불하는 구조는 일정 부분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부득이한 사정에 따른 파양을 수용하는 통로를 제공함으로써 유기를 줄이는 긍정적 영향도 끼친다.파양 비용은 보호자가 파양을 선택할 때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파양업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비용 산정에 대한 내부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파양을 고려하는 보호자는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용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들을 수 없다.
2019년 11월 파양업체를 연 B씨에게서 비용 산정 계산법을 들을 수 있었다.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B씨의 경우 관리비와 동물의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B씨의 설명은 이렇다.
“관리 원가 곱하기 기대수명에 따른 생존 개월이 기본 공식이라고 보면 된다. 관리 원가는 사료비, 간식비, 목욕비, 미용비, 공간 유지비, 인건비 등이다. 예를 들어 한 견종을 10년 동안 케어(보호)해야 한다고 추정할 때 한 달 관리 원가를 최소 5만 원으로 잡으면 1년에 60만 원, 10년이면 600만 원이다. 반려동물이 계산보다 오래 살면 손해 보는 것이고 그전에 입양되면 이익을 보는 구조다. 장애견이나 노령견, 인기가 없는 견종은 분양이 안 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 통상 파양업체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동물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그럴 경우 파양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지기도 한다.”
파양업체는 보호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적정선에서 조율한다고 한다. B씨는 “파양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니 관리 원가를 저렴하게 잡아 월 2만 원 정도로 계산하고 어떻게든 분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B씨의 설명대로라면 100만 원대의 비용 산정 근거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파양을 결정한 보호자에게는 큰 액수로 비칠 수 있다.
“100만 원 받아도 망해… 재분양 과정 의심스러워”
용인시 유기동물 보호센터. [뉴스1]
“정직하게 운영하는 동물 위탁소라면 돈을 더 받아야 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유기동물을 구조해 6개월가량 보호할 때의 일반적 관리 비용 및 인건비와 비교해 그렇다. 제가 아는 한 동물보호업체는 파양 비용으로 고양이 1마리에 1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1년 반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더라. 위탁받은 동물 수는 늘어나는데 제대로 된 입양자를 찾지 못한 게 주요한 원인이었다.”
파양업체 두 곳은 ‘한 달 안에 100% 재입양’된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의 지점장은 “인터넷 알선을 통해 100% 재입양된다. 그나마 오래 있던 반려동물이 5개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녀석은 공격성을 보이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평균적으로 파양 후 재입양까지 한 달 내에 종료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운영하는 모든 지점의 평균 재입양률은 98% 수준”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같은 재입양률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C씨는 파양 업체의 재입양률 수치를 듣자 “말도 안 된다”면서 “유기동물이든 파양동물이든 올바른 보호자를 찾아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입양 희망자를 선별할 때 서류 심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여러 차례 심사한다. 10명이 신청하면 1명이 통과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에서도 좋은 입양처를 찾는 데 한계가 있는데 그 사람들(파양 업체)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반려동물을 내보내는지 의문이 생긴다.”
동물보호단체가 유기동물 입양 희망자에 대한 자체 심사 기준을 높인 이유는 또 다른 유기와 파양을 막기 위해서다. 선의로 입양을 결정했으나 막상 길러보면 변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동물보호단체 출신 C씨가 덧붙여 말했다.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영업하면 파양 동물을 다 수용할 수가 없다. 도대체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15~20마리가 100~120마리가 되는 게 순식간이다. 파양업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준다고 하지 않나. 입양이 잘된다? 잘되면 이상한 거다. 잘된다면 ‘아무에게나 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돈 되겠다 싶어 파양업체 창업 늘어”
동물보호단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파양업체의 100%에 가까운 재입양률을 의심했다. 반려동물 보호 차원에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재파양과 유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기-입양-파양-입양-파양·유기’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유기동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고 ‘돈이 되겠다’ 싶어 파양업체를 창업하는 이가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파양업체의 기본 수익 구조는 파양 비용과 입양 희망자에게 요구하는 책임 비용이다. 한 파양업체 홈페이지에는 “(입양 희망자) 책임비는 무료 분양부터 최대 20만 원대까지 적용됩니다. 선호도가 높은 품종일수록 책임비의 가중치가 높아지고 입양 장려 대상일수록 책임비가 하향됩니다”라고 명시해놨다. 파양, 입양하는 사람 양쪽에서 돈을 받는 것이다.
병원 입원, 육아, 군 입대, 유학 등 반려동물 보호자의 부득이한 사정에 따른 파양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유기동물에 한해 지방자치단체가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파양 시스템을 갖춘다면 무책임한 유기를 방지하고 보호자의 부재로 버려지는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협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공익 측면에서 보면 국가가 운영하는 파양센터가 있어야 한다. 보호자 상황에 따른 유기나 방치 상태의 반려동물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보호소가 포화 상태라면 국가 지원으로 파양 위탁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에서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해 파양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반려동물의 유기를 막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