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삶은 개인으로는 불행에 가까워
한국당은 자기개혁성 상실한 수구정당
이렇게 대규모로 ‘당직 사퇴 쇼’ 하리라고 생각 못해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결정? 월권이자 탄핵감
공천 앞둔 한국당에 ‘비겁의 침묵’ 흘러
당헌 무너뜨린 자기파괴, 당 총재 시대로 회귀
2016년 ‘막장 공천’ 재판(再版) 가능성 커져
자유우파는 극우의 언어 돼
[조영철 기자]
담당 교수가 오자 90도로 인사하고 강의실에 들어온 그는 놀랍게도 ‘다문화 사회의 가치’를 역설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보수의 의제가 다문화, 환경, 젠더 등으로 옮아가고 있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보수정당 의원인 그는 그때부터 ‘보수의 현대화’에 관한 촉이 남달랐다.
김세연(48) 자유한국당 의원을 다시 만난 건 2019년 5월 국회에서다. 그새 3선 의원이 된 그에게 옛 일화를 꺼내니 그는 반가운 얼굴로 휴대전화 주소록에 저장된 몇 사람의 이름을 보여줬다. “당시 수강생 2~3명과 지금도 교류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국회의원이 대학 특강에서 만난 학생들과 10년 가까이 소통한다는 이야기를 기자는 이때 말고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죄송하다’는 말이 입에 밴 사람이다. 말본새에 겸손과 반듯함이 묻어있다. 언젠가 “야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 물었더니 “정치의 본질은 투쟁이 아닌 인류애”라고 답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2019년 12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만났을 때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요즘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 ‘충격 받는다’는 말도 식상해 쓰질 못 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2019년 11월 17일 김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역 의원 전원 사퇴와 당 해체를 주장했다. 속 시원히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홀가분할 법도 한데 무엇이 그를 또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정치는 虛業”
-곧 제도권 정치를 떠난다. 이후 본인을 무엇으로 규정하겠나?“20대 국회 임기가 끝난 이후 나의 정체성은 한 사람의 ‘깨어 있는 시민’이 될 것이다.”
-정치를 하면서 행복한 적은 없었나? 12년간 의정 활동하면서 ‘국회의원 하길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정치인이 되기 위해 국회에 들어온 건 아니다. 공적인 일을 하면서 공동체에 의미 있는 보탬이 되고 싶었다. 공적인 삶은 개인으로는 불행에 가까운 것 같다. 다만 공적인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을 때 보람찬 순간이 가끔씩 있었다.”
-고(故) 김종필(JP) 전 총리가 ‘정치는 허업(虛業)’이라 말한 게 떠오른다.
“(김 전 총리가) 정확히 말씀하신 것 같다. (다만) 김 전 총리의 경우 권력 최정상 직전까지 가셨다가 하산하신 경우다. 나는 그 정도의 큰 틀에서 ‘허업’이라고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웃음)”
-정치를 하며 주로 교류하거나 영향 받은 인사는 누구인가? 지식인 중에는 윤평중 한신대 교수로부터 적잖게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많이 미흡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을 갖추는 데 윤 교수가 많은 도움을 줬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여러 가르침을 줬다. 유승민 의원과는 여러 정책에서 거의 각론까지 해법이 비슷했다. 사전에 논의한 것도 아닌데 입장 밝혀놓으신 걸 보면 그렇더라. 항상 믿고 존경하는 선배다. 조순형 전 의원도 그렇고.”
-이전부터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경선 등 선출직 당직에 출마함으로써 개혁보수 세력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 것은 아닌가?
“정치에 들어오면서 스스로 정한 역할은 옆이나 뒤에서 돕는 것이었다. 더 훌륭한 분들이 전면이나 중심에 서면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이제까지 왔다. 이번에는 공천 직전이라 (당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기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돼 이전에는 하지 않던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 직무유기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난 12년간의 의정 활동에서 했어야 할 때 하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그에 대한 반성에 기초해서 최대한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중심에 서게 됐는데.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다.”
‘김세연 찍어내기’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9년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박 당시 총장으로부터 발표 한 시간 전에야 전화를 받았다던데.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 기자회견 한 시간쯤 전, 그러니까 식사 마무리할 때 즈음 (박 총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황 대표가 단식 중단 후 청와대 앞 천막에서 당무에 복귀하는데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도록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함께 물러나 힘을 보태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일괄적으로 하는 것 같으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니 (박 총장이) ‘숫자를 세어보니 40명쯤 되는데 일일이 연락 돌려 의사를 묻고 있다’고 답하더라. 꼼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내가 전화 끊기 전에 ‘일괄적으로 하는 것 같으면 동의하는 것’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박 총장이) ‘예’라고 하면서 제 발이 저렸는지 사족처럼 ‘이거 다른 거(의도) 없심데이’라 했다. (원장 취임 후 박 총장과) 아주 사무적인 통화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통화 연결이 됐을 때 (박 총장이) 전에 안 하던 헛웃음도 붙이고 해서 약간 이상하다 생각은 했었다.”
2019년 11월 19일 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여연 원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총선에서) 여론조사 가지고 다른 불미스러운 시도가 있지 않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제가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장을 그만뒀으니 이제 불미스러운 시도를 차단하는 역할을 못하게 된 셈 아닌가?
“나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내 거취가 어떤 방식으로건 정리된 것에 대해서 더는 다른 이야기를 드릴 게 없다.”
-불출마 선언 이후 갖게 된 상징 자산이 있다. 그러면 더 결기 있게 항의하는 액션을 취해야 했던 건 아닌가?
“그래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았다’고 말했다. 내가 보는 인식을 충분히 의사표시 했고, 평가는 국민이 하실 거다. 이렇게 대규모로 ‘당직 사퇴 쇼’를 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순순히 일괄 사퇴에 동의한 것은 그(사퇴의) 진정성을 의심하면 내가 나쁜 사람일 수 있겠단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러겠나 했다.”
-어제(2019년 12월 4일) 최고위 결정으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연장되지 않았다. 최고위가 월권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한 것과 같다. 국회가 판결하고, 행정부가 법률 개정하고, 법원이 시행령 고쳐 행정 집행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 정당의 당헌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지도부란 사람들이 기본 인식조차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 몰랐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고, 알고 했다면 탄핵감이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당 총재가 원내총무 경질하는 구도
-탄핵을 말했는데, 당 대표나 최고위를 불신임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당내에 있나?“새누리당 초기까지만 해도 이 당은 건전한 중도보수 정당이었다. 그런 당을 망가뜨리기 시작한 출발점이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이었다. 이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나타났다. 그뒤 이정현 당 대표(2016년 8월 선출)가 탄핵의 극심한 혼란기 속에서 자리를 비켰으면 비대위가 만들어지며 당이 거듭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성이 있는 당이라면 당 대표 소환이나 탄핵 조항이 작동됐어야 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를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말밖에 없는 건가?
“그렇다. 그것이 이 당이 가진 불행의 원천 중 하나다.”
-그렇다면 ‘3김 총재 시대’와 똑같은 것 아닌가?
“(최고위의 나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 결정은 3김 시대 때처럼) 당 총재가 원내총무를 경질하는 구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기도 안 차서 (황 대표의 말을) 메모해뒀다.”
김 의원이 메모했다는 말은 황 대표가 2019년 12월 4일 기자들을 만나 “당의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을 했고, 그것에 따라서 저도 판단해서 나온 것”이라는 표현을 가리킨다. 김 의원이 높은 언성으로 말을 이었다.
“조직국이 법률 판단을 한다? 조직국은 시도당과 당원협의회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황 대표의 말은) 예를 들면 ‘주파수 대역 경매를 농림부에서 잘했습니다’ ‘에너지종합계획을 여가부에서 잘 짰습니다’ 이런 식의 말과 같다.”
-황 대표가 말실수를 한 게 아닐까?
“이 당의 당헌은 무엇이고 기구와 조직, 체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국에 공식적으로 해석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다. 조직국의 팀장이 페이스북에 사견을 올려놓은 걸 근거로 ‘조직국에서 법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정말 심각한 일인데.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여연 원장 교체에 꼼수를 쓴 건 나의 아둔함으로 돌린다. 하지만 이건 하…(큰 한숨). 이 참담함은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상상 불가의 일이 생겼는데, 그냥 ‘당규 해석 논란’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국가로 치면 헌법을 무너뜨린 행위”라고 일갈했다.
“국가는 헌법 위에 서 있고, 정당은 당헌 위에 서 있다.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자기파괴를 한 것이다. 나의 당 해체 제안에 적극 화답한 것으로 봐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황 대표는 정치 초보라 쳐도 최고위에는 3선, 4선 하면서 정치를 오래한 사람도 많다. 무리수인지 모르면서 행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서 지금 이 지도부는 자격이 없는 것이다.”
-최고위 안에서도 대표에 대한 견제가 전혀 없나?
“지금이 공천 직전의 상황이라 현역 의원이나 현역이 아니라도 출마 의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취약한 시기다. 그래서 ‘비겁의 침묵’이 흐르고 있다.”
-한국당을 두고는 전직 판·검사와 장·차관 등이 ‘제2의 인생’을 꾸리러 오는 웰빙 정당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이 집단사고·동류의식에 매몰돼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인지와 감각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로 가고 있다. 감수성이 없으니 공감과 소통능력도 없고 조롱당해도 왜 그런지 이해를 못 한다.”
-이번에 사무총장,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된 인사들도 50~60대 나이, 영남 지역구, 행정고시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당의 인적 구성이 너무 단조로운 게 아닌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이 당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이미 20대 국회 때 공천 결과로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 바른정당을 창당한 것이다. 실패가 죄인 거지….”
-공천을 앞둔 한국당을 두고 살생부가 돌아다닌 20대 국회 새누리당 공천과 데자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20대 공천의 재판(再版)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짙어지고 있다.”
20대 새누리당 공천 데자뷔
-20대 공천 때는 살생부뿐 아니라 비례대표 공천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의 명단을 넣으라는 등 ‘사천’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양상이 반복되리라 보나?“최고위가 당헌을 무너뜨리는 당에서 무엇을 더 기대하나?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은 불출마 회견 때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와 당 해체’ 말고는 없다.”
-총리실 출신 측근들이 황 대표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돈다.
“거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이야기 안 하겠다. 워낙 많은 분이 말씀하고 계셔서….”
-여연 원장을 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주파수를 맞추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 목표는 수포로 돌아간 것인가?
“그간 뿌린 씨앗이 잘 자라서 열매가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추진하던 프로젝트 중 지속성 있는 주제는 정책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분야별로 꾸렸다. ‘소상공인 정책센터’ ‘공간문화 정책센터’, ‘삶의 질 정책센터’ ‘미디어 정책센터’ 등을 연구원 안에 운영하고 있었다. 가장 근래 발족한 ‘기후변화 TF’ ‘아동권리 TF’, 또 소유개념에서 임대 개념으로 패러다임을 옮기는 데 주안점을 둔 ‘주거 TF’ ‘공유경제 TF’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TF’, ‘반려동물 TF’가 있다. 당이 바뀐 시대상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려 했는데 뭐 중간에 잘린 거지.(웃음)”
이와 관련해 그는 독일 기민당의 사례를 소개했다.
“기민당 청년위원회 격인 ‘영유니온’은 별도의 전당대회를 한다. 기민당의 가치와 강령을 공유하지만, 기민당 집행부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영유니온의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기민당 지도부 및 의원으로 유입됐다. 반면 한국당 청년위원회는 행사 때 경호와 의전을 담당하는 정도로 활용됐다. 인재를 계속 쓰다 버리는 꼴이니 한국당 청년위원회 활동하던 분들이 당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은 상태다.”
-청년이 장식용이라고 해야 할까.
“‘사진 찍기용’ 마네킹처럼 청년들을 앉혀놨는데, 갑자기 마네킹이 진실을 이야기하니까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여연에서 새로운 담론을 주도했으면 청년들의 관심이 컸을 텐데.
“원장을 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총선 준비 안 하고 뭐 하느냐’는 것이었다. 19~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연이 주관한 비전위원회 활동을 이번에 ‘민부론’ ‘민평론’ 발표하면서 거의 판박이로 했다. 같은 걸 반복하기보다는 현대 보수정당이 다뤄야 할 주제 중 그간 회피했거나 외면한 내용을 의제화하고 정책화해 총선에서 수도권 20~40대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 설명을 수도 없이 반복했는데 또 돌아서면 ‘총선 준비 안 하고 뭐 하느냐’고 하더라.(헛웃음)”
자유우파와 보수
김세연 의원은 “요즘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 ‘충격 받는다’는 말도 식상해 쓰질 못하겠다”고 했다. [조영철 기자]
“현대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담론에 대해 이 당은 당론이 없다. 입장을 정하면 욕먹는다면서 직무유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집권 가능한 보수정당이 되기 위해 녹색당의 환경정책, 정의당의 노동정책 중 과격하고 급진적인 부분은 걸러낸 후 수용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이를 통해 50~60%의 안정적 과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재창당 수준의 쇄신? 말이 안 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당이 해체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보수정당이 나오는 것 밖에 답이 없다.”
-당 해체는 레토릭 아닌가? 정말 가능하다고 보나?
“지금 있는 당의 재산을 국고로 귀속하고, 완전히 새로운 바탕에서 다른 기풍과 정신, 인물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썩은 정신이 이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야당 지도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회자된 표현이 ‘좌파독재’와 ‘자유 우파’였다. 언어가 너무 빈곤한 것 아닌가?
“자유를 빼면 보수정당은 허물어진다. 자유의 가치가 너무 소중하다. 나는 그간 중도우파 노선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지금 (보수정치권이) 쓰고 있는 자유우파는 극우의 언어가 돼버렸다. 나는 현 정부·여당의 정책이 상당 부분 사회주의화를 촉진하는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념 투쟁으로 국민 전체를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골수 지지층 20%는 똘똘 뭉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유우파라는 말을 쓰는 순간 극우 낙인이 찍히는데 이걸 거침없이 쓰고 있다. 극우 커밍아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부·여당이 국민 편가르기 한다고 비판해놓고 (한국당) 스스로 국민 편가르기 하는 자가당착을 저지르고 있다. 국민통합정당, 지역통합정당, 세대통합정당으로 가야 하는데, 어휘 자체에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절반쯤 건넜다.”
-보수라는 단어를 쓰는 게 더 나은 것 아닌가?
“보수라는 단어를 부끄럽게 생각하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끄럽다. 보수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변화하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자기개혁성이 내장돼 있지 않으면 진정한 보수라고 할 수 없다. 현재의 한국당은 자기개혁성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그 실체는 수구정당이다.”
1시간여의 인터뷰 후 그는 태블릿PC와 한 뭉치의 서류를 들고 수행비서 없이 다음 일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9년 전 캠퍼스에서 봤던 ‘초선 의원 김세연’의 모습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