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이슈 추적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과 ‘친노 부산파’

“ ‘정권 실세’가 살려낸 유재수 ‘친노 부산파’ 몰락 뇌관 되나”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9-12-2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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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간신문 전달하다 ‘부산파’와 인연

    • ‘재인이형’ 부르고 ‘이호철 친구’로 알려져

    • 文 정부 출범 직후 국장 승진, 비위에도 전문위원行

    • 유 비위 사실 ‘공식 통로’ 아닌 백원우가 비공식 통보

    • 그토록 금융위원회를 장악하려 한 까닭?

    • 총선·대선 격전지 부산에서 ‘블록체인특구’ 작업

    • ‘ 바닥’ 맛본 황운하의 ‘화려한 영전’ 닮은꼴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1월 27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019년 11월 27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요즘 보기 드문 공무원이다. 담대하다. 뇌물수수도 부정처사도 거침없었다. 그에게도 공직자로서 꿈이 있었을 것이다. 장관 자리에 오르는 꿈 말이다. 이런 야망을 가진 공무원은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미리 대비한다. 푼돈으로도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 애쓴다. 그는 2004년 재정경제부 과장 시절 노무현 정부 청와대로 파견됐다. 그것도 대통령 일정과 의전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 행정관 신분이었다. 핵심 부처 재정경제부에서도 A급 공무원이 아니면 얻기 어려운 기회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말이다.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 김경수 현 경남지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민정1비서관을 거쳐 국정상황실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제1부속실장, 천호선 노무현시민센터건립추진단장이 의전비서관을 거쳐 국정상황실장 등을 하던 시절이다. 그즈음 노무현 대통령은 매일 ‘아침 회의’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호철·윤태영·천호선 3인방이 핵심 구성원이었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전 수사관에 따르면, 유재수 전 부시장이 티타임 회의 때 신문을 넣어주러 갔다가 회의 구성원이 됐다고 한다. 파견 공무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이미 그때부터 친노(무현)계 핵심이 된 것이다. 친노계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분화 과정을 거친다. ‘부산파’와 ‘서울파’다. 문 대통령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부산파,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파다. 유 전 부시장은 이 중에서도 부산파와 가까이 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민정수석이 그를 친구로 여긴다고 하니 말이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석에서 ‘재인이형’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진다.

    뇌물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

    이런 인연으로 유 전 부시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승승장구했다. 금융위원회에서도 금융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던 중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2019년 11월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수뢰 후 부정처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업체들로부터 차량, 자녀 유학비, 항공권, 오피스텔, 차량 운전사, 골프채 등을 제공받은 것은 물론 업체에 동생을 취업시키기도 했고, 자신이 쓴 책을 업체가 대량 구매하게 한 뒤 되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는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은 왜 그랬을까.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했지만 다소 한직을 떠돌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 후 단행한 첫 국장급 인사에서 금융정책국장에 올랐다. 현재까지 드러난 그의 뇌물수수 혐의는 대체로 2016년 이후다. 추정하건대, 더는 승진이 어렵다고 보고 은퇴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업체들과 관계를 ‘돈독히(?)’ 했던 게 아닌가 한다. 



    이처럼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의외의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바닥을 경험한 그로서는 두려울 것도, 잃을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2011년 경무관 승진 후 계급정년에 걸려 2017년 말 퇴임을 앞두고 있었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이 같은 해 7월 치안감으로 파격 승진한 뒤 곧장 울산경찰청장으로 영전한 것처럼. 그래서 더 담대했던 것은 아닐까.

    유재수는 왜 언제나 무사했을까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정비서관 시절인 2018년 5월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민정비서관 시절인 2018년 5월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져 2017년 10월경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을 받은 뒤, 75일 동안 장기 병가(病暇)에 들어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문제가 되자, 아마도 자포자기 심정이었을 공산이 크다. 이런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아니, 기회를 만든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쉬는 사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또 다른 반전 상황이 벌어졌다. ‘감찰 무마’가 이뤄진 것이다. 

    누가 왜 감찰을 무마했을까.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이던 2018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비위 첩보 자체의 근거가 약하다고 봤다”고 진술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최근 2018년 11월 27일 비서관 회의에서 “검경에 수사 통보할 정도가 아닌 경미한 사안이라 판단해 금융위원회에 첩보를 전달하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종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을 새롭게 내놨다. 감찰을 중단한 뒤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인물은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백 부원장은 2017년 12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현 기획재정부 1차관)에게 유재수 당시 국장의 품위 손상 사실이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고 비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공식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통보를 받은 이후 금융위원회가 당연히 밟아야 할 징계 절차를 거른 것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통보 이후에도 인사 절차를 두고 “청와대와 논의가 있어서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 부원장이 사표 수리 때까지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관리했음을 의미한다.

    드러나는 정권 실세들

    앞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백 부원장은 단순 의견 피력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경득 선임행정관이 “피아(彼我) 구분을 해야 한다”며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천 선임행정관은 문재인 대선캠프의 ‘금고지기’로 통했던 인물이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문재인 펀드’를 관리하는 펀드운영팀장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때에는 문 대통령후원회 대표를 지냈다. 

    일련의 감찰 무마 과정을 거친 뒤 2018년 3월 금융위원회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사표를 수리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임명된다. 비리에 연루돼 사표까지 받은 사람을 이처럼 기용하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은 그를 경제부시장에 내정했다. 당시 부산 지역에서는 그 배후가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지역언론에 보도까지 됐다. ‘만사호철’이라는 말도 돌았다. 이 전 수석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출마설이 돌았다. 하지만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 대신 오거돈 현 부산시장 캠프로 들어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부산 정가, 특히 범여권 진영에서 이 전 수석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더욱이 유 전 부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전 수석의 친구다. 그래서 ‘이호철 라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 연장선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을 무마한 이른바 ‘윗선’이 그가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다. 만약에 이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 조 전 장관도 부담을 많이 느꼈을 법하다. 전화를 받고 감찰을 중단할 정도라면 ‘누가’ 구명 전화를 걸어왔느냐가 결정적이다. 감찰을 누가 감히 거두게 만들었느냐다. 천경득 선임행정관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유재수가 부산으로 내려간 이유

    2018년 4월 18일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오거돈 후보(왼쪽 두 번째)가 위원장단과 손을 잡고 당선을 다짐하고 있다. 오 후보 왼쪽부터 전재수 국회의원,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 [뉴시스]

    2018년 4월 18일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오거돈 후보(왼쪽 두 번째)가 위원장단과 손을 잡고 당선을 다짐하고 있다. 오 후보 왼쪽부터 전재수 국회의원,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 [뉴시스]

    ‘부산일보’는 최근 이 전 수석과 가까운 부산의 한 여권 인사의 말을 다음과 같이 인용 보도했다. 

    “이 전 수석이 ‘내가 요즘 참 괴롭다. 친구 하나(고호석 씨)는 죽었고, 또 다른 친구 하나(이정호 부산발전연구원 원장)는 암 투병 중이고, 다른 친구 하나(유 전 부시장)는 구속됐다’고 말하며 힘들어했다.” 

    비리 의혹에 파묻힐 뻔한 유 전 부시장을 늪에서 건져 올리고 부산으로 데리고 온 데는 ‘친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2020년 총선 활용도가 아닐까 한다. 이 전 수석은 2020년 4월 총선에서도 2018년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부산지역 선거에서 중대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서 2019년 11월 4일 발족한 민주당 총선기획단에 부산 출신 인사가 없는 것도 이 전 수석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최근 여론 추이를 보면, 2020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이 의외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그를 부산 지역에 출마시켜 바람몰이를 하는 것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된 조 전 장관도 이른바 ‘조국 사태’가 없었다면 2020년 총선에 부산에서 출마해 전국으로 ‘민주당 바람’을 확산시켰을 수도 있다. 여기에 유 전 부시장이 전문성을 토대로 힘을 보탠다면 그럴듯한 그림이 나왔을 법하다. 유 전 부시장은 실은 고향인 강원도 춘천 출마설이 돌았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강원도청을 방문해 부산시가 기탁한 1억 원의 산불 구호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출마설이 더 유력하게 떠돌았다. 출마하더라도 강원도에서 할 인물을 부산 총선거에 활용하려고 한다면, 용도는 다른 데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총선 너머 대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친노 부산파는 노무현 정부 시절 서울파에 밀려 청와대에서 일시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면서 재집권 주역으로 부활했다. 이들의 궁극적 목표가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 타파에 있다면, 아직은 미완(未完)이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정치 기반을 많이 확장했지만, 여전히 주류는 아니다.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그조차 상실할 우려가 없지 않다. 일단 지켜야 한다. 아울러 더 확장해야 한다. 정권 재창출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조 전 장관이 힘들다면, 다른 누군가를 키워야 한다. 그것이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유 전 부시장을 굳이 부산으로 데려온 데에는 그런 ‘빅픽처’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9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청와대 특감반이 유 전 부시장 감찰 당시 휴대전화를 포렌식했고, 그 결과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이 각종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텔레그램 문자가 떴다고 밝혔다. 검찰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2017년 유 전 부시장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엑셀 파일로 100시트가 넘는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사실을 파악했고, 그에 따라 원본 자료 확보 차원에서 2019년 12월 4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측은 감찰 중단 직후 관련 자료를 파기했다면서, 최근 자체 조사 결과 그런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개설했다면, 그 이유는 뭘까. 금융위원회 인사를 논의하는 내용이라는 보도가 이었다. 이 또한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이들이 금융위 인사를 논의했다면 여기에도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 왜 금융위원회를 장악하려고 했을까.

    가상화폐거래소 설립과 금융위 인사

    2019년 8월 3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제6회 블록체인서밋 마블스(MARVELS) 부산 2019’ 행사에서 기조연설하는 유재수 당시 부산시 경제부시장. [코리아씨이오서밋 제공]

    2019년 8월 31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제6회 블록체인서밋 마블스(MARVELS) 부산 2019’ 행사에서 기조연설하는 유재수 당시 부산시 경제부시장. [코리아씨이오서밋 제공]

    관련해서, 유 전 부시장이 부산시로 간 이후 집중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눈길을 끈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추진단장으로서 부산시에 특구를 유치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9년 7월 23일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는 데 성공했다. 앞서 6월 10일에는 한국블록체인협의회 회장이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서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으로 바뀌는 일도 있었다. 오 신임 회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경제·금융정책을 설계했던 인물이다. 

    2018년 12월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다 비위 연루 의혹을 받고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전 수사관의 제보가 논란을 유발했다. 2017년 말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으로부터 노무현 정부 인사와 그 가족의 가상화폐 투자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투기 광풍이 불자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조치가 목표라고 발표했다가,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하는 일도 벌어진 바로 그즈음이다. 

    논란이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으로까지 확산되자 당시 김의겸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은 가상화폐 투기가 과열되며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심지어 노무현 정부 관련자들이 가상화폐에 관여하고 있다는 풍문도 있어 피해 대책 수립에 꼭 필요한 정보만 수집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유 전 부시장은 부산시에 블록체인 특구를 유치한 뒤,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벌이려 했다. 특구 유치 직후인 2019년 8월 2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시스템을 개선한 거래소를 만들려고 한다. 시스템이 개선된 거래소를 꼭 부산에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특구 특성상 기본적으로 영업점이 부산에 하나는 있어야겠지 않나…금융위와 대화를 나눠봤는데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정부가 잘못 나섰다가 투기 열풍을 불러올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것뿐이다. 암호화폐를 허용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유 전 부시장이 자신의 두 아들이 인턴을 한 사모펀드 회사와 이 회사가 투자한 핀테크 기업을 부산시 블록체인 특구 사업에 참여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수석이 유 전 부시장을 부산으로 데리고 간 이유가 블록체인, 그중에서도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드는 데 있고, 그래서 금융위원회를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추정해 본다면, 현 정권 실세들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금융위 인사 문제를 논의한 이유도 일정 부분 설명이 가능해진다. 물론 현재로선 추정이다. 

    블록체인 특구 사업은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정의 핵심 경제사업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유 전 부시장 사퇴에도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산시는 2019년 12월 5일 ‘부산 핀테크 기업 투자설명회’도 개최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2단계에 블록체인, 금융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핀테크와 관련된 34개 기업을 집적하겠다는 목표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지만, 빅픽처를 그리려고 살려낸 유 전 부시장이 부산파의 몰락을 자초할 뇌관이 되고 있다. 친노 부산파도 86세대와 마찬가지로 이제 새로운 주역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어떨까. 지역주의 관념이 아예 희박한 전국적 마인드를 가진 세대 말이다.

    [신동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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