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 토착왜구인 이유
한국당 이미지는 ‘개념 없는 당’
왜 그리 ‘우파’에 집착할까?
겐세이, 뿜빠이…한국당의 수준
진작 해체됐어야 마땅한 정당
[GettyImage]
민주당도 한국당만큼이나 이름을 자주 바꾸지 않았소?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국민의 기억 속에 민주당의 변신과 한국당의 그것은 성격이 다르게 각인돼 있다. 한국당은 정당을 완전히 해체하는 수준으로 변모해본 적이 없다. 그저 임기응변식으로, 예전대로 출마하면 떨어질 게 뻔하니까, 선거용으로,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변검(變臉)처럼, 그저 간판만 갈아치운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민한새자모모모’를 외운다.
‘한국당 = 토착왜구’인 이유
대한민국 역사에서 기득권 정당의 순서를 따져본다면 ‘자공정민한새자’가 맞을 것이다. 자유당 기득권 세력은 5·16이 일어나자 공화당으로 젖줄을 옮겼고, 공화당 유정회 집단은 5·17이 일어나자 민정당으로 소속을 바꿨다. “민자당은 김영삼도 힘을 합친 통합정당 아니오?”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타고난 기득권 본성이 어디 가겠는가.한국당은 왜 그렇게 인기가 없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런 기득권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역사를 민주-반민주의 구도로 봤을 때 한국당의 뿌리는 분명 반민주 기득권 세력에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흑백 사관(史觀) 자체가 잘못됐다고 탓하지 마시라. 적잖은 사람이 그렇게 인식한다고 ‘현상’을 전하는 것이다.
역사를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대립과 갈등, 통합의 지난한 과정으로 보더라도, 한국당은 어쨌든 산업화를 우선한 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것도 산업화의 중추 세력이라기보다는, 그 단물만 먹고 자란 사람들로 보인다. 개개 의원의 면면을 보라. 물론 그들 중엔 역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을 많이 번 사람들, (아부하고 충성하며) 악착같이 기어올라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들, 혹은 (부모 조상님 잘 만나) 부와 명예를 대물림한 사람들의 ‘한통속’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그런 집단의 결정체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친일파니 토착왜구니 부르는 것은, 정말로 그들이 친일파이거나 친일파의 후손이라 생각해서 그러는 말이 아니라, 한반도를 오래도록 지배해온 수구 세력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은 집단이라는 멸시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 그런 표현을 듣고 그저 화만 낼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말까지 듣게 됐는지, 적잖은 사람이 그런 표현에 동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곰곰이 돌아보시라.
한국당 이미지는 ‘개념 없는 당’
북한 김정은 집단에 대한 거부감보다 한국당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고 한다. 20~30대 청년들이 특히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건네면 한국당 지지자들은 “어떻게 그런 폭압 정권과 한국당을 비교할 수 있느냐”고 억울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전교조와 좌파 교육감들의 오랜 적화 교육 결과”라고 엉뚱한 색깔론마저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은 세대 공감 능력이나 여론 감지력, 정치적 독해력 등을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김정은 정권이야 ‘걔들은 원래 그런 얘들’이라고 포기해버린 집단이고, 우리가 선거나 여론을 통해 심판할 수 있는 세력도 아니니 거부감을 갖는다고 딱히 달라질 것도 없다. 그냥 ‘큰 사고’ 안 치도록 슬슬 달래면서 끌고 가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 많은 국민이 북한에 대해 갖는 일반적 인식 수준 아닐까 싶다. 그러나 한국당은 다르다. 어쨌든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력 아닌가. 건너편 아파트에서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나랑 상관없지만, 위층 이웃이 유발하는 층간 소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당이, 이 나라의 수구 세력이, 김정은보다 싫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이야 말할 것도 없다.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럼에도 “누구(어디) 찍을래?”라고 물으면 한국당을 찍겠다는 사람은 흔히 찾아볼 수 없다. 내심 그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을 쉬이 표출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당의 이미지는 ‘개념 없는 당’으로 찍혀 있다. 자신도 개념 없는 사람으로 도매금 취급받기 싫은 것이다. 남 시선이 미치지 않는 투표소 안에 들어가서는 하릴없이 한국당을 찍겠지만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젊은 사람이 대놓고 “나는 한국당을 지지합니다” 말하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그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나는 이것이 상황을 과장한다고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공개적인 매체에 칼럼을 쓴다는 사람이 어찌 이리 편파적으로 글을 쓰냐고 탓할지 모르지만, 이 정도로는 한국당에 대한 청년들의 반감이나 분노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볼 수도 없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아야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역겨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6월 7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희망공감-국민 속으로, 황교안X2040 청년창업가 talk! talk!’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대체로 ‘정책의 실패’에 초점이 맞춰진다. 민주당 자체가 잘못된 정당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책을 잘못 택한 탓이라 여긴다. 따라서 인물이나 정책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다. 민주당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당은 다르다. 정책에 대한 비호감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비호감이다. 사람들이 한국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정책이 잘못돼 싫은 것이 아니라 ‘그냥 다’ 싫은 것이다. ‘무조건’ 싫은 것이다. 그야말로 원초적 거부감이다.
그런 사람들이 20~30대 가운데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한다. 20~30대면 앞으로 60~70년은 투표할 사람들인데, 한국당 사람들은 60~70년 동안 이런 유권자는 아예 배제하고 나아갈 것인가? 끈질긴 기득권 이미지를 근본부터 떨쳐버리지 못하면 한국당은 백만 년이 흘러도 가망 없을 것이다. 역사를 바꾸거나, 자신들이 바뀌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당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낱 편의점 점주인 필자가 뭘 알겠냐만,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남보다 정치에 약간―아주 약간―더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지면이 허락된 김에 소감을 전하자면 이렇다.
언감생심, ‘보수’ 정당
첫째, 한국당이 ‘양심적 집단’이라 생각할 사람은 없다. 양심이나 도덕은 없어도 ‘그나마’ 실력은 좀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 생각하는 유권자는 적잖다. 민주도 좋고 인권도 좋지만 일단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경제나 좀 살려달라’는 바람에, 균형과 안정을 바라는 마음에, 한국당을 찍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당은 민주당과 다르게 전문가 집단, 대안을 제시하는 집단, 이성적이고 차분한 집단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할 텐데, 지난 수년간 한국당은 어디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최근 2~3년 자영업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최저임금 문제였다. “차라리 가게 접고 일용직으로 일하는 편이 낫겠다”고 한숨을 내쉬는 자영업자들이 세상에 깔렸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이 얼마 전 독자적인 정당까지 만들었겠나. 자영업자들만 유권자로 그러모아 선거를 실시하면 민주당은 9:1 정도로 완패할 것이라 말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그럴 동안 한국당은 어디에 있었나. 요즘 보니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고 그러던데, 도대체 갑작스레 뭣 때문에 삭발 단식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결기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에는 왜 보여주지 못했나. 월급쟁이들 표 떨어지는 소리 들릴까봐 바짝 몸을 사린 것은 알겠지만, 경제가 이토록 처참하게 망가질 것을 알고도 방기한 책임에서 한국당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이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지난 수년간 한국 정치를 보건대 어느 쪽이 야당이 되면 ‘그냥 나라가 망해버려라’는 듯 정치를 대하는데, 한국당이 민주당과 정녕 다르다면 이런 측면에서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일말의 애국심도 공동체 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언감생심 ‘보수’ 정당이라면서 말이다.
민주당이 가장 망가뜨린 분야는 경제와 더불어 외교일 것이다. 실속은 없고 입만 살아 있는 허세 외교! 그것이 일시적으로 통쾌하게 느껴지니까, 거기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 정권도 그런 정서에 한껏 기대어 ‘충동 외교’를 거듭하는 것이겠지만, 처참히 무너진 경제만큼이나 외교도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나아가고 있다. 경제야 몇 년 내 바로 세울 수 있다지만 오랜 신뢰 관계를 근간으로 하는 외교는 대체 어떻게 돌려놓을까? 외교야말로 전직 외교관이나 전문가들과 함께 배경을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하기 딱 좋은 분야인데 한국당은 이마저도 먼 산 바라보듯 하다가 또 삭발하고 단식만 한다. 일말의 신념이나 용기는 보이지 않고 오기와 어깃장만 도드라져 보인다. 정권이 철부지라면 야당으로서 보수정당은 든든한 안정감을 줘야 할 텐데, 지나치게 낭만적인 기대일까.
왜 그리 ‘우파’에 집착할까?
둘째, 그놈의 ‘우파’ 소리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한국당 청년 당협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유 우파’라는 표현을 사용하던데 굉장히 ‘올드’해 보였다. 더구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분들이 그런 용어를 사용한다면, 어쩌면 부적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국당 대변인이라는 분이 2020년 총선에서 여성 이슈를 선도한다며 ‘우파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던데, ‘아이고 맙소사’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런 용어에 동질감을 느끼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일반적인 정서와 동떨어진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흔히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우중(愚衆)과 나는 다르다’고 우월감이나 사명감(?)을 애써 드러내려 하거나, 현실 세계와 결합해 마땅히 자신을 표현할 수단이 없을 때 그렇게 ‘붕 뜬’ 용어를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 이른바 우파를 자처하는 분들이 종종 보이는데, 아마도 이런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다. 본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칭하든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분이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에는 선뜻 표를 주고 싶지 않다. 이른바 좌파라는 집단이 시대착오적인 것만큼이나 그에 대칭해 스스로 우파라고 자부하는 부류 역시 뒤떨어져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용어나 명분에 집착하는 행태는 이른바 좌파나 우파나 마찬가지지만, 오히려 좌파는 유연해지는 반면, 우파라는 사람들은 갈수록 그런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 집착은 결핍의 반증이다.
8년 전 19대 총선 때를 되돌아보자. ‘경제민주화의 전도사’라 불리는 김종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됐을 때, 김종인은 새누리당 정강 정책을 만들며 ‘보수’라는 용어를 모두 빼자고 했다. 그때 일단의 사람들이 보수라는 용어가 빠지면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어쨌든 보수는 일괄 삭제됐다. 어떻게 됐나? 새누리당은 망했나? 보수가 궤멸했나? 오히려 그런 내홍이 대외에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완고한 보수 이미지를 잠시나마 탈색했고,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완패를 예상했던 총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다. 아무리 반미, 반일을 외쳐봤자 실력이 없으면 그냥 껍데기에 불과한 ‘입진보’처럼, 아무리 보수 우파를 외쳐봤자 내용이 없으면 ‘입보수’나 다름없다. 보수-진보 어느 쪽이든 제발이지 용어에 대한 집착 같은 것을 버렸으면 싶다. 다시 말하지만, 내용이 없으니 자꾸 이상한 명분에만 집착하는 것 아닐까? 지금 한국 정치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보인다.
겐세이, 뿜빠이…한국당의 수준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은재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유성엽 교문위원장에게 “왜 겐세이(견제)를 하느냐”는 발언을 해 비속어 논란이 일었다. [동아DB]
당 대표 시절 공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의의 피해자는 생각지도 않고 도망가버린 사람, 유리컵으로 다른 의원 머리를 내리쳐서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든 사람, 과거에 뭘 했는지 상임위 회의장에서 ‘겐세이’ ‘뿜빠이’ 같은 무식한 용어나 늘어놓는 사람, 세월호 사건이나 사회적 소수자 문제 등에 공감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발언을 툭툭 해 ‘천냥 빚’을 불러오는 사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나 보내는 사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얼치기 사상가 흉내 내는 사람, 저질스러운 비난과 막말, 성희롱, 천박한 농담이나 즐기는 사람…. 한국당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를 ‘봉숭아 학당’이라 부르는데, 그런 한국당을 국민들은 뭐라고 부르는 줄 아는가? 차마 글로 옮기지 못하겠다.
일각에서 한국당의 전면적 인적쇄신이나 신당 창당을 이야기하며 ‘386세대의 퇴진’이나 ‘70년대 출생자 기수론’ 같은 것을 들고나오지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생각’ 아닐까. 아무리 20대, 30대 나이면 뭐 하나, 사고 자체가 고리타분한 사람들인 걸. 100세 노인이라 할지라도 20대의 열정과 진취성을 지니고 있다면 우대할 일이다. 지금 한국당이 하는 걸로 봐서는 그마저도 이르지 못한 ‘그 나물에 그 밥’ 공천이 될 게 뻔하다. 자기만 국회의원 배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야당인들 어떠하리’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만년 야당’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기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함과 동시에 해체됐어야 마땅한 정당이다. 스스로 해산을 선언하고 자중하며 제3지대에서 다시 만나도 용서를 받을까 말까 한 사람들이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나왔다. 흔히 문재인 정부를 “야당 복 하나는 타고났다”고 말한다. 한편으로 지금 한국당은 ‘여당(정부) 복’ 하나는 타고났다.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정당인데 마땅히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또다시 적잖은 국민은 한국당을 찍을 것이다. 여당과 야당이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서로 복’을 누리는 가운데 국민만 죽어난다. 그러고 보면 지지리 복도 없는 국민이다.
[신동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