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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빚, 부양가족, 유학, 꼼수 기부… 반성문 대필, 허위 자료까지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 ● 아동 음란물 범죄 전년 대비 48% 증가
    ● 1년간 판결문 분석…7건 중 4년 이상 실형 선고 ‘0건’
    ● 궁핍한 처지 강조하려 재판부에 대출 내역 제출
    ● 재발방지 전략, 참회형 전략…양형 자료 20개 기본
    ● 반성문 쓸 땐 자필로, 일기 쓰듯 100~200장 제출
    ● 반성문 대필 전문작가 등장, 건당 5만~10만 원
    ● 감형 노리고 꼼수 기부, 양형 자료 허위로 만들기도
    ● “양형 자료 사실관계 확인해야” “재판부, 선고 형량 높여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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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평소 보관하던 아동 음란물을 보고 단톡방에도 유포했는데 경찰에 걸렸습니다. 현재 검찰에 송치 중입니다. 반성문, 탄원서, 가족관계증명서, 초·중·고교 때 받은 각종 상장, 자격증, 봉사활동 확인서…. 여기서 뭘 더 준비해야 할까요? 방학 기간 필리핀에서 영어회화를 배울 예정인데, ‘어학연수’가 형량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0대 청소년이 올린 글이다. 아동 음란물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형 감량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위 사례처럼 아동 음란물 범죄자들이 형량을 줄이거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 중에는 ‘꼼수’에 해당하는 사안이 많다. 

결국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이러한 꼼수 감형 요소들을 감안해 원래 받아야할 형보다 한 단계 낮은 형을 선고하게 된다. 최근 들어 아동 음란물 범죄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형량 줄이려는 꼼수’를 토대로 한 사법부의 관대한 처벌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1년 만에 아동 음란물 범죄 48% 늘어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제작·유포 범죄가 2018년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 집계 2018년 아동 음란물 제작·유포 등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총 1172건으로, 전년도(603건)에 비해 무려 48% 늘었다. 같은 기간 아동 음란물 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총 1006명으로 이 또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년도(543명)에 비해 46%가량 늘어난 수치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통(판매·배포·대여)하는 경우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11조 2항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2013년 법 개정 이후에는 단순 아동 음란물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한편 우리나라 법원은 반성문·탄원서, 피해자와의 합의를 비롯해 피고인의 개인 사정 등을 양형 근거로 참작한다. 그렇기에 이를 노리고 일부 피고인들은 감형과 선처를 목적으로 면피용 양형 자료를 제출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기도 한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예식장 예약증, 청첩장을 내며 결혼 예정이라고 말해 선처받는 피의자가 부지기수다. 부양가족이 있으면 감형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취업한 것으로 해 취업증명서를 제출해 감형을 받기도 한다. 해외로 유학을 떠난다며 입학허가서, 어학원 등록증을 제출해 선처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범죄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7년 내놓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연구에 따르면, 음란물 제작 등 사건의 1심 선고 유형은 벌금형이 38.5%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 선고 비율도 37.2%에 달했다(2017년 기준). 유기징역에 처한 사례는 23.1%에 그쳤다. 1심 유기징역 평균 형량은 38.22개월. 그나마도 전자발찌 부착 명령과 신상공개 명령을 선고한 비율이 각각 1.3%, 1.7%에 불과했다. 선고유예는 1.2%였다.


아동 음란물 제작자가 선처받은 이유

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최근에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가 한국인 손모(범행 당시 23세) 씨인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서 전 세계에 유통된 아동 포르노 영상은 무려 25만 건. 10세 전후 아동뿐 아니라 만 2·3세 유아가 성인에게 성폭행당하는 영상까지 버젓이 유통됐다. 손씨는 IP 추적이 힘든 다크웹에서 사용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받고 영상을 넘기는 수법으로 4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그럼에도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다 손씨는 신상정보 공개 대상도 아니다. 그나마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찰 항소가 받아들여져 2심에서는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소지하는 일만으로도 중형을 선고한다. 일례로 미국은 아동 음란물 소지자에 대해 징역 최하 5년·최고 20년을, 영국은 구금 26주에서 3년의 처벌을 내린다. 이번 사건에서도 아동 포르노 사이트 회원인 미국인 J씨(범행 당시 25세)와 M(범행 당시 35세)씨는 각각 징역 8년 1개월·보호관찰 20년, 징역 5년·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이트에서 영상을 단 한 번 내려받은 사람도 징역 6년과 보호관찰 10년형에 처했다. 

1심에 비해 2심에서 형량이 더 늘기는 했지만, 손씨가 받은 형량이 범죄의 무게에 비해 지나치게 경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어떤 이유로 손씨에게 낮은 형량을 내린 것일까. 손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양형(量刑) 자료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양형 자료는 피의자의 형벌 정도 혹은 양을 결정하는 참고자료로, 손씨는 1심 재판에서는 무려 500장이 넘는 반성문을 제출했고, 2심 재판에선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긴 점을 강조했다. 1심·2심 재판부는 이를 감형 사유로 인정해줬다. 이 밖에 △나이가 어린 점 △반성하고 있는 점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점 등이 양형에 반영됐다.


범죄자 7명 중 3명 집행유예, 4년 이상 실형 0명

양형은 법정형에 따라 형벌(가중·감경) 정도를 결정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법원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형량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형 기준을 정하고 있다. 범죄 유형별로 대법원이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정하는 셈이다. 양형 기준은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며, 현재 42개 범죄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다(2019년 12월 10일 기준). 

그런데 현재 국내에는 아동 음란물 범죄를 아우르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이 따로 없다. 이 때문에 아동 음란물 범죄자를 처벌할 규정이 있음에도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처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손씨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재정비해달라’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청원은 이미 각각 30만 명, 26만 명 이상 동의를 받았다. 

아동 음란물 범죄자 중 손씨처럼 선처받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신동아’가 대법원 판결문 조회 시스템을 통해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최근 1년 동안 아동 음란물 제작·유통·소지한 혐의로 처벌받은 사건 7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형사처벌을 받은 7명 중 4명(57.14%)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나마도 징역 4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징역 3년 또한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3명은 집행유예로 끝났다. 

아동 음란물을 제작한 피의자임에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의자 D씨는 2018년 7월 당시 14세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D씨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피팅 모델을 뽑으니 카메라 테스트를 한번 받아보라는 말로 꼬드겼다. 피해자는 하의를 들어 올리고 스타킹을 신은 상태로 속옷이 보이도록 하는 등 신체 일부를 노출한 여러 장의 사진을 SNS(소셜미디어)로 D씨에게 전송했고, D씨는 이를 받아 총 8회에 걸쳐 아동 음란물을 제작했다. 

D씨는 과거 성폭력 범죄(카메라 등 이용 촬영) 처벌 전력이 있었음에도 해당 사건으로 고작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20시간 사회봉사 및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 명령,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3년간 취업 제한 명령도 받았지만, 신상정보 공개 명령 대상에선 제외됐다.


학교 여학생 얼굴에 음란물 합성한 10대

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7건 중 징역 4년 이상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나마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사건이 2건 있었다. 피고인 A씨는 2019년 3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당시 같은 학교 학생이던 피해자 여성 10명의 사진을 다른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합성한 뒤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판매했다. A씨가 유포한 음란물에는 피해자들의 성명, 출신 학교는 물론 전화번호, 집 주소 등 자세한 개인정보까지 기재돼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자 중 일부는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사진 속 인물이 맞는지 물어오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심지어 피해자들의 SNS 계정이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공포심과 불안감, 우울감 등을 겪어야 했고, 이들의 가족들 또한 정신적 피해가 막심했다. 심지어 A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유사한 범행을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범행 당시 소년법상 소년이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았다. 

또 다른 사건에서 피고인 B씨는 아동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2019년 4월 수원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2018년 9월 초순부터 말까지 당시 13세 여자아이의 음부 사진 2장을 포함해 상의 단추를 풀고 속옷을 드러낸 채로 누워 있는 사진 2장을 촬영해 아동 음란물을 제작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은 일단 한 번 걸려든 피해자를 반복해서 괴롭히고 추가 범행까지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죄가 매우 무겁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의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정작 B씨가 음란물 촬영 과정에서는 협박 등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받아들였다. 

7건의 사건 판결문을 정리해보면, 법원이 감형하는 이유는 대체로 이러했다. △벌금형보다 중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 △범행 과정에서 아동 음란물을 걸러내려 노력했다 △직접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몰래 촬영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기존 자료를 배포, 전시했다 △음란물 유포한 사이트를 폐쇄했다 △영리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등이다.


양형 자료 20건은 기본, 반성문 쓸 땐 자필로

“요즘 반성문, 탄원서만 달랑 제출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P씨의 말이다. P씨 변호사 사무실에는 형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 수십 통 걸려온다. P씨는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로 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더니, 수사관이 ‘별거 아니다, 반성문 정도 써서 제출하라’고 하는데, 그래도 되는 거냐’ 하며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지는 P씨의 말이다.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 변호사 사무실을 둘러보세요. 여기 변호사들 중 경찰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소위 ‘형량 감형’ 사례를 보면, 기본적으로 양형 자료 10~20개 정도는 구비한 뒤 수사기관이나 법원을 가죠.” 

예나 지금이나 반성문은 가장 중요한 양형 자료다.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감경 기준으로 ‘진지한 반성’을 두고 있다. 진지한 반성이 드러나는 반성문을 쓰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반성문 대필 작가 S씨는 “반성문 양식은 따로 없지만, 작성 요령은 있다”고 강조한다. 

“‘반성문은 분량보다 내용’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사실 둘 다 중요합니다. 분량은 A4용지 1~2장 정도 쓰되, 꾸준히 반성문을 써서 100~200장가량 제출하는 게 좋아요. 사건 정황은 짧게 쓰고 이번 일로 달라진 자신의 생각을 구구절절 작성하면 됩니다. 피해자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내용을 곁들이면 더 좋죠. 단, 본인을 합리화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원망을 서술하는 건 금물입니다.” 

반성문 대필업체는 몇 년 전부터 성행해왔다. S씨에 따르면 과거 법무법인이나 행정사무소에서 의뢰인의 반성문을 대필하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요즘은 작가, 공무원, 교사, 강사 출신 인사들도 반성문 대필 전문 사이트를 개설하고 영업에 나서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반성문 대필’ 키워드만 검색해도 광고 링크와 블로그가 바로 나타난다. 비용은 건당 5만~10만 원 수준. 

피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반성문 형식은 다름 아닌 ‘일기 형식’이다. 단락마다 소제목을 달아 그에 적절한 생각과 느낌을 구구절절 적어나가면 1~2개월 만에 반성문 100장은 거뜬히 채운다고 한다. 반성문 쓸 땐 되도록 노트가 아닌 A4 용지에 쓰고, 컴퓨터 워드보다는 자필로 쓴다. 피고인의 진정성 있는 반성 태도를 드러내기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궁핍한 처지 강조하려 대출 내역 제출

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근래 들어 달라진 양상이 있다면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양형자료 개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아동 음란물 범죄는 음란물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이 되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선처받기 위해 양형자료 준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변호사 P씨는 “피고인의 개인 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라면 가리지 않고 제출하는 게 좋다”면서 “요즘엔 전략을 세운 뒤 그에 맞게 양형 자료를 구비해 제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전략이 궁핍한 처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때 주로 쓰는 방식이 부양가족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인데, 혼인관계증명서나 가족관계증명서, 취업 증명서(재직증명서) 이외에도 화목한 분위기를 연출한 가족사진이 유용하게 쓰인다. 

부채 증명서를 내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은 주로 전월세 계약서나 금융기관 대출 내역, 학자금 대출 증명서를,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는 개인파산이나 회생, 워크아웃 관련 판결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P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우는 가장 확실한 서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혹은 차상위계층수급자 증명서”라고 말했다. 

이보다 한술 더 떠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아동 음란물 배포 혐의로 처벌받은 40대 남성 피고인은 심장병 앓는 자녀의 질환 진단서와 아이가 치료받는 사진을 찍어 법원에 제출했다. 피고인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 아이 치료비를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사정하기 위한 것이다. 피고인은 회사 재직증명서, 사규 징계규정도 함께 첨부했다. 초범에 전과 전력이 없었던 피고인은 실형(징역 1년)을 선고받은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주로 아동 음란물인 줄 모르고 영상을 내려받아 소지 혐의로 처벌받은 피고인들이 활용하는 수법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동 음란물을 소지했음을 증명하는 게 핵심인데, 아청법은 피의자가 아동 음란물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소지해야만 범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음란물을 내려받으려 했다거나 소지했더라도 아동 음란물이란 사실을 몰랐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아동 음란물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삭제하지 않았다면 아청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


전략도 각양각색… 감형 노리고 꼼수 기부

아동 음란물 범죄자 ‘감형 전략’ 백태
이 점에 착안해 30대 남성 피고인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을 당시 해당 영상이 아동 음란물임을 판매자가 알려주지 않았다는 SNS 대화 내용의 캡처 화면을 양형 자료로 제출했다. 음란물 영상 제목·섬네일(thumbnail·아이디어를 그림이나 문자로 간략하게 시각화한 것)의 캡처 화면도 첨부했다. 영상 어디에도 미성년자가 등장하지 않았고 ‘여고딩’ ‘10대’ 같은 단어가 없어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주장이다. F씨의 범죄는 “범행을 의도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이 참작돼 선고유예를 받았다. 

△성범죄 교육 이수증 △심리상담소견서 △정신상담 진단서(진료확인서) 등을 제출해 범죄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재발방지 전략’ △여성단체 정기기부 계약서 △봉사활동 실적 △헌혈 확인서 등으로 범행을 인정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봉사하는 ‘참회형 전략’ 등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이외에도 △성폭력 관련 도서 감상문, △금주 각서 △초·중·고교 때 받은 임명장, 성적표, 우등상 및 개근상장 △자격증 확인서 △대학교 성적증명서·학위증 △대학교 장학금 수혜증서 등 최다 40여 개 양형자료가 포함된다. 이쯤 되면 양형 자료를 내지 않는 피고인이 오히려 바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피고인들이 제출하는 양형 자료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반성의 진정성을 분간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기부를 통해 감형을 받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2014년 지하철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찍은 혐의로 붙잡힌 피의자 G씨는 재판을 받던 중 성폭력상담소에 매달 10만 원씩 정기후원을 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감형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피의자는 2심 판결을 앞두고는 후원을 끊어버렸다.


없으면 만들어라?… 고의적 범죄 은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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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사이에서는 “양형 자료가 마땅치 않으면 만들어서라도 제출하라”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조언처럼 통한다. “부채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면 지인에게 ‘차용증’을 써달라고 부탁하라” “혼인신고 대상이 없으면 청첩장만 찍어서 제출하라” “기부금 영수증에는 납부 기간 없이 총액만 표시돼 1회만 기부하라” 같은 내용이 담긴 게시물들이 ‘양형 자료 만드는 꿀팁’이란 제목으로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카페 회원들조차 “카페가 범죄자 소굴로 전락한 것 같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형 꼼수의 또 다른 문제는 고의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범죄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뒤 형량을 예측하고 추후 대응 방식을 토론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아동 음란물을 내려받았는데,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고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묻는 글에는 “확실하게 하고 싶다면 VPN(Virtual Private Network·가상사설망)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해외 사이트에서 음란물 다운로드 링크를 받은 뒤 음란물을 내려받으면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아청법 경찰 단속 대비법이나 수사기관 대처 요령을 일러주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는 지금이라도 피고인이 제출한 양형 자료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황상 의심할 여지가 존재하는 만큼 양형 자료의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판부의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법조인 K씨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동 음란물 제작·유포뿐 아니라 보는 행위가 심각한 문제란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되레 아동 음란물 본다고 해서 아동·청소년의 성을 착취하는 게 아닌데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건 과하다, 호기심에 인터넷 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아동 음란물을 본 것일 뿐, 음란물을 제작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하는 이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K씨는 “일반인은 물론 수사기관, 법원 사람들조차 음란물을 보는 행위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며 “이들이 아청법 입법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 음란물 범죄 형량 높여야

무엇보다 재판부의 아동 음란물 범죄 관련 형량이 너무 낮다는 점이 문제다. 현행법상 아동 음란물 범죄자에게 ‘10년 이하 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관대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개소한 청소년 성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이현숙 탁틴내일 공동대표는 “재판부가 아청법 입법 목적과 취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재판을 한다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잠재적 범죄자 예방과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현행 법안에 따라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아청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개정안은 판단·배포·소지 등의 경우 처벌을 ‘10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형량을 정해 솜방망이 처벌을 막겠다는 취지다. 단순 소지자에 대한 처벌도 현행법(징역 1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보다 형량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형량의 상한을 올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회적 인식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이현숙 공동대표는 “아동 음란물 범죄자에 대한 감형 과정을 검토한 뒤 허점을 찾아내고 어떤 범죄라도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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