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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김씨 왕조, 불안정 징후 속출

코로나19로 국경 막혀 물가 앙등… 김책제철소도 가동 중단

  •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흔들리는 김씨 왕조, 불안정 징후 속출

  • ● 백두혈통 김경희가 再등장한 이유
    ● 엘리트 계층의 이반과 탈출 러시
    ● 총구 다루는 軍수뇌부 수시 교체
    ● 무산광산 철광석 채굴 중단
    ● 이르면 올해 말 외환보유고 고갈
노동신문은 1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설명절 기념 공연 관람에 고모 김경희(왼쪽 세 번째) 전 노동당 비서도 동석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캡쳐]

노동신문은 1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설명절 기념 공연 관람에 고모 김경희(왼쪽 세 번째) 전 노동당 비서도 동석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캡쳐]

3년째 이어지는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평양은 정면돌파로 난국을 타개하려 하지만 경제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협까지 더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북한 스스로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대한 정치적 문제”라고 강조했을 만큼 방역에 사활을 걸었다. 

북한은 방역을 위해 중국과 접한 국경을 봉쇄했다. 정상 교역은 물론 밀무역까지 막힌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젖줄인 장마당이 활기를 잃었으며 물가는 앙등하고 있다. 제재 국면에서 경제에 숨통을 틔워준 중국인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달러 수입도 줄었다. 경제 상황이 나빠져 엘리트들의 불만도 팽배하고 있다. 

3대에 걸쳐 70년 넘게 이어진 ‘우리식 사회주의 세습 김씨 왕조’가 김정은 대에서 막(幕)을 내릴 것인가.


죽었다던 김경희의 ‘깜짝’ 재등장

2013년 12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된 장성택의 재판 모습. [노동신문 캡처]

2013년 12월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된 장성택의 재판 모습. [노동신문 캡처]

지난해 말 북한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 전원회의를 당대회에 버금가는 형식으로 4일간 개최했다. 결론은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으로 제재 국면을 버텨나가는 것이었다.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나타내는 징후 중 하나는 1월 25일 김경희의 ‘깜짝’ 재등장이다.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지 6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경희는 김일성의 딸이자 김정일의 친동생으로 이른바 ‘백두혈통’이다. 김정은 정권 출범 시 김경희는 남편인 장성택과 함께 나란히 대장 계급장을 달고 고명대신(顧命大臣) 격으로 섭정하면서 권력을 쥐락펴락했다. 

2013년 말 장성택 숙청 이후 김경희를 두고 뇌졸중 사망설, 음독자살설, 김정은에 의한 독살설이 나돌았다. 죽었다던 김경희가 1월 25일 평양의 삼지연예술극장에 나타나 김정은과 리설주 옆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휠체어를 탄 병약한 모습이 마지막으로 공개된 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으나 6년 전보다 얼굴 살이 붙는 등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특이한 점은 김정은은 물론 옆에 앉은 리설주, 김여정이 김경희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상 속 김경희는 마치 밀랍인형과도 같았다. 북한 관료 출신 탈북 인사 일부는 김경희가 가짜이며, 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견해는 다르다.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힘이 막강하던 장성택을 숙청한 것은 김경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태 전 공사는 본다. 김정일 시기에도 김경희는 여성편력이 심한 장성택을 꾸짖고자 교통사고를 사주해 남편의 허리를 두 차례나 다치게 했다. 김경희, 장성택 부부는 외동딸이 자살해 부부를 연결하는 끈도 약하다.


엘리트 계층의 이반과 탈출 러시

태 전 공사의 견해를 요약하면 김경희가 김씨 왕조 편에 서서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하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그러곤 장성택 숙청 이후 은둔하면서 김정은을 막후에서 지원해 왔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김경희 인맥이 당·정·군 핵심부에서 지금껏 약진한 게 그 방증이라고 태 전 공사는 본다. 

그렇다면 남편을 잔혹한 죽음으로 내몬 아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김경희가 다시 나타난 까닭은 뭘까. 

김경희는 이날 명목상 국가수반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다음으로 호명됐다. 복수의 탈북 인사들은 김경희가 진짜이든지 대역이든지 간에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김정은 권력과 통치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봤다. 김정은은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통치력의 한계를 실토하기도 했다. 백두혈통의 적통인 김경희를 구원 등판시켜 권력을 뒷받침하려는 게 깜짝 등장의 이유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 수는 줄었으나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이래 탈북자는 먹고살 길이 막막한 저소득층이 대부분이었다. 김정은 시기에는 외교관, 무역 일꾼, 해외 연수 중인 전문 인력, 당 고위 관료 및 군 장교 등 엘리트들의 탈출 및 망명이 잇따랐다. 생계형 탈출에서 체제이탈형 탈출로 양상이 바뀐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 리정호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 총정치국에서 김정은의 달러를 관리한 장성급 인사, 정찰총국 영관급 장교, 통역요원 등 고위 엘리트와 전문인이 탈북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엘리트의 탈북 의사 타진이 현재도 잇따르고 있다. 1월 초에도 평양 출신 국가보위성 간부와 가족 등 20명이 집단 탈북을 시도했다가 8명만 성공하고 12명은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관료 출신 탈북자들은 행선지로 한국보다 미국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파워엘리트 피의 숙청 및 수시 교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 계단을 내려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 계단을 내려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은 집권 이후 당·정·군의 엘리트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특히 당 정치국과 군 및 공안기구 수뇌들을 수시로 교체하거나 피의 숙청을 하면서 공포 정치를 일삼고 있다. 군 수뇌부이던 현영철 인민무력상은 회의 시 졸았다는 이유 등으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저승사자로 불리던 김원홍 국가보위상도 숙청됐다. 

김정은은 특히 총구를 다루는 군 수뇌부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박정천 총참모장과 김정관 인민무력상은 각각 김정은 집권 후 해당 보직에 8번째로 임명된 인사다. 총참모장과 인민무력상의 평균 임기가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김일성, 김정일 시기 6~9년 임기와 극한 대조를 이룬다. 김정은의 파워엘리트 수시 교체는 충성을 유도하고 기강을 잡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만큼 권력이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김정은이 탑승한 차량을 둘러싸고 뛰어가면서 호위해 화제가 됐다. 호위사령부 소속으로 김정은을 근접 경호하는 이들이다. 호위사령부는 김정은의 친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정권 창건 이래 처음으로 친위 세력을 대거 숙청한 사건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 사이에 있었다. 호위사령부 간부 70여 명이 숙청되고 일부 부대가 해체돼 병사들이 인민무력성 산하 공병국과 7총국에 무더기로 재배치됐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호위사령부 간부들의 가택 수색 과정에서 수십만 달러를 웃도는 달러 뭉치가 발견됐다고 한다. 호위사령부 간부들은 달러를 보유할 수 없다고 한다. 이른바 친위 세력이 달러를 은닉하는 것은 정권 붕괴를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한다. 윤정린 호위사령관을 두고는 혁명화 교육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됐다거나 처형됐다는 설이 나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경 봉쇄… 물가 앙등

북한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왼쪽)와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 [동아DB]

북한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왼쪽)와 양강도 혜산시 장마당. [동아DB]

소식통들이 전하는 불안정 징후는 이 밖에도 한둘이 아니다. 서방에 주재하는 외무성 간부들이 서방 국가들로부터 활동비를 받고 정보원 역할을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경질됐으며, 외교 분야 문외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외무상으로 이동해 조직의 군기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최대 철광석 광산인 무산광산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의 철광석 수출 제재를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김책제철연합기업소도 가동이 중단됐다고 소식통은 전한다. 

신의주 맞은편인 중국 단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잇는 항공기, 기차, 자동차 등 모든 운송 수단의 운행이 중단됐다. 압록강변에 설치된 세관 12곳에서는 출입국 수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신의주-단둥 창구가 차단됐을 뿐만 아니라 밀무역마저 막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생필품 물가가 최고 60%까지 올랐다고 한다. 1월 초 1㎏당 북한 돈 4000원대에 팔리던 중국 쌀은 2월 초 6000원대로 폭등했고, 1L에 1280원이던 휘발유 값도 1630원으로 30%가량 올랐다. 북·중 교역이 막히면서 400개가 넘는 장마당도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 민수 경제는 시장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관료들도 장마당에 기생해 돈벌이를 해왔다.


이르면 올해 말 외환보유고 고갈

북한은 1월 22일부터 외국인을 상대로 한 단체관광 운영도 중단했다. 2018년 기준 북한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20만 명으로 관광 수입은 3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4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에 가까운 수치다.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급감하면 물가와 환율이 치솟아 경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북한의 외환보유고가 이르면 올해 말 소진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의료 후진국인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 붕괴된 의료 시스템을 아직껏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필수 의약품 구비 현황이 매우 열악하며 감염성 질환 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2월 3일 리버티 코리아 포스트(Liberty Korea Post)는 북한 내부 통신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사실을 은폐하고 있으나 확진자가 7명이라고 보도했다. 확진자는 중국 산둥의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여성들과 칭다오 북한영사관 직원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국경 폐쇄가 장기화하면 코로나19 사태는 북한의 국가 존망과 관련한 중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신동아 3월호'


흔들리는 김씨 왕조, 불안정 징후 속출

김기호
● 육군사관학교 졸업(35기) 육군 대령 전역
●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교수
● 現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신동아 2020년 3월호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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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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