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매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식품의약품안처(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질본)가 3월 3일 발표한 마스크 사용 지침 일부다. 2월 12일 공개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에는 없던 내용이다. 보건당국은 이때 말하는 ‘건강취약계층’이 노인,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을 뜻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에 해당하지 않고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은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2m 이내에 다른 사람과 접촉’해도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김석찬 가톨릭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사무실에서 많은 사람과 같이 일할 경우 건강한 일반인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는 게 김 교수 의견이다. 그와의 일문일답.
-보건당국 지침은 건강취약계층, 기저질환자한테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다. 이번 보건당국 발표의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다. ‘일반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돌아다녀도 된다’가 아니라 ‘웬만하면 마스크가 필요한 환경에 노출되지 마라’로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가 잘 안 되는 곳,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는 것이다. 부득이 이런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 질환 유무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그게 자신과 사회를 보호하는 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예방 목적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는데.
“미국은 거리에 다닐 때 후드를 쓰는 것도 금기시한다. 얼굴을 가리는 데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크다. 그런 맥락에서 나온 권고다. 우리는 경우가 다르다. 마스크 양이 충분하다면 외출하는 사람 누구나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고 권고할 것이다. 그게 더 안전하다. 지금 마스크가 부족하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다.”
-그럼 질본이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경우’로 제시한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건가.
“지금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럴 때는 웬만하면 마스크가 필요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게 좋다. 우리가 중국처럼 특정 도시를 봉쇄하거나 강제로 통행을 금지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생활을 하는 게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야 하고 사람 많은 사무실에서 일해야만 한다면, 그때는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도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밀접한 접촉이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는 손 씻기, 기침예절 준수 등과 더불어 코로나19 감염 차단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500명 이상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수단을 통한 감염은 드러난 적이 없다. 지하철에서 굳이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게 아닐까.
“지하는 지상보다 환기가 잘 안 된다. 또 보통 지하철 안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마스크를 잘 쓰고, 큰 소리로 대화하지 않는 게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 마스크를 계속 사용하는 게 불편한 사람은 지하철 안에서는 쓰고 있다가 역 밖으로 나와 목적지까지 걸어갈 때,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으면, 그때 벗는 게 좋다.”
“벗고 다시 쓸 때 감염 우려 커”
김석찬 가톨릭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원칙적으로는 마스크를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마스크를 벗고 다시 쓸 때 감염 우려가 크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마스크를 매번 새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득이 마스크를 다시 사용할 경우엔 착용 및 관리방법을 잘 지켜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한다면.
“마스크 끈을 제외하고는 어느 부분도 만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 안쪽이나 바깥쪽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비말을 차단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침방울이 우리 얼굴에 바로 닿는 걸 막는다. 단 마스크 표면에는 말라붙은 바이러스가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다. 마스크를 쓰고 벗을 때 겉면과 속면을 만지면 어떻게 되겠나.”
-안팎을 접촉하지 않고 잘 벗은 마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고 바싹 말리는 게 좋다. 그렇다고 라디에이터 같은 것 위에 바로 올려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열이 마스크를 변형시킬 수 있으니 라디에이터 바람에서 좀 떨어진 위치에 두고 따뜻한 바람이 마스크 바깥쪽에 닿도록 할 것을 권한다. 선풍기 등을 이용해 약한 바람을 일으켜 역시 바깥 면부터 말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마스크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건 어떤가.
“KF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겉면과 안면 사이에 필터가 있다. 이 필터가 정전기를 이용해 바이러스 등 외부 물질을 차단한다. 마스크가 열을 받으면 필터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그냥 두꺼운 부직포 마스크와 다를 게 없어진다. KF마스크를 씀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습기 또한 마스크 필터를 손상시킨다. 여러 번 재사용한 마스크가 제 기능을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마스크를 도저히 못 구할 경우라면 필터 기능이 떨어진 마스크라도 써야 한다. 면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맨 얼굴로 다니는 것보다는 어떤 마스크든 쓰는 게 낫다. 물론 깨끗하게 관리했다는 전제 아래서다.”
-마스크에 소독제를 뿌리면 깨끗이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까.
“소독제 또한 마스크 필터를 변형시킬 수 있다. 또 소독제의 일부 성분이 마스크에 남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스크에 소독제를 뿌리는 건 권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재사용해야 할 때는 그냥 말리는 편이 낫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 활동을 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믿고 다인 밀접 접촉 환경에 노출되는 건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현실이 있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도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회인에게 마스크 착용에 대해 권고한다면 뭐라고 하겠나.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를 둘 수 없다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건강하더라도, 아무 기저질환이나 호흡기증상이 없더라도 마스크가 여전히 필요하다.”
<TIP> 바람직한 마스크 재사용 방법
1. 마스크를 쓰기 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알코올로 소독해도 된다. 2.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겉면을 만지지 않는다.
3. 마스크를 벗을 상황이 오면 다시 손을 깨끗이 씻고 끈 부분만 당겨 조심스레 벗는다.
4.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마스크를 두고 잘 말린다.
5. 해당 마스크를 다시 써야할 때는 손을 깨끗이 씻고 끈 부분만 접촉해 조심스레 착용한다.
6. 마스크를 쓴 뒤 다시 손을 깨끗이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