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금융 인사이드

新실손? 실손보험도 ‘구관이 명관’!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0-02-2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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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0월 이전 가입 ‘구실손’, 가급적 유지해야

    • 자기부담금 10~20% ‘표준화실손’, 성급한 해지 안 돼

    • 젊은층이라면 ‘신실손’ 갈아타고 적금 가입도 방법

    • 적자 30% 육박 ‘나쁜’ 상품이 초래한 결과

    지난 2017년 4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의료보험료(이하 실손보험)가 올 4월부터 9~10%가량 오른다. 이후에 가입한 보험, 이른바 ‘신(新)실손’의 보험료는 되레 9~10% 인하한다.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은 ‘신실손’이 나오기 전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이가 고민에 빠졌다. ‘신실손’으로 갈아타야 할까? 

    일부 보험사는 기존 실손 보험자들을 ‘신실손’으로 갈아타게 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설계사가 가입자에게 연락해 ‘보험료가 오른다고 하니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라고 설득하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설계사가 굳이 찾아와 상품을 바꿔보라고 권유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은 워낙 복잡한 데다가 가입자 상황에 따라 보험료나 갱신 기간 등 가입 조건이 다르다. 그러므로 당장 갈아타는 게 유리한지 아닌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일단 한 가지만 기억하자. ‘구관이 명관이다.’

    구실손, 보험료 올라도 당분간 유지해야

    실손보험의 종류는 가입 기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은 이른바 ‘구(舊)실손보험’이라 칭한다. 2009년 10월에서 2017년 4월까지 팔린 보험은 ‘표준화실손보험’이다. 그리고 이후에 팔린 보험은 ‘신실손’이라 한다. 

    실손보험은 현재 3400만 건 이상이 가입해 있어 ‘제2의 건강보험’ ‘국민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정작 흔한 보험임에도 본인이 어떤 실손에 가입한 건지, 중복해 가입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는 경우가 적잖다. 



    지금은 ‘끼워 팔기’가 금지됐지만, 과거에는 암보험이나 사망보험 등에 실손보험을 특약 형태로 넣어 판매한 경우가 많았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실손 하나만 팔기에는 돈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가입 여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암보험에 가입한 건 알지만 그 속에 실손이 들어 있는지는 모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선 본인이 직접 보험 약관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면 보험사에 전화해 물어보자. 보험료 관리의 기본은 본인의 보험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했다면 키워드별로 상품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가입 시기와 보장 범위부터 확인하자. 본인의 실손보험이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한 상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나온 실손은 보험사마다 보장 내용이 다 달랐다. 대체로 입원의료비의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보장되고, 자기부담금 비율이 0%인 상품이 많다. 자기 돈 하나 내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구실손의 경우 오는 4월부터 보험료가 9~10% 인상된다. 

    많은 전문가는 이 시기 가입한 실손은 보험료가 다소 오르더라도 당분간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혜택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구실손은 보험사가 말하는 대표적인 ‘실패작’”이라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손해라는 것은 가입자에게는 그만큼 좋은 상품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허리를 삐끗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종종 받게 되는 도수치료를 예로 들자.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전문가가 손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이다.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19년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도수치료 비용은 최저 3000원에서 최고 50만 원으로 나왔다. 최고 50만 원까지 하는 이 치료를 자기부담금 없이 받는 것은 가입자 입장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혜택이다. 

    이 밖에 당장 본인이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비급여 주사제나 비급여 MRI(자기공명영상장비)도 자기부담금 없이 보장해 준다. 이런 치료는 나이가 들수록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구실손은 더욱 놓치지 말아야 할 상품으로 꼽힌다.

    표준화실손, 성급한 해지는 금물

    보험사들은 2009년 10월부터는 보장 범위나 금액 등을 표준화한 ‘표준화실손보험’을 팔기 시작했다. 가입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자기부담금이 10~20% 정도다. 실제 지출한 의료비의 80~90%만 돌려준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이 상품 역시 올해 보험료를 9~10% 인상했다. 

    이 보험의 경우 본인이 진료비를 일부 내야 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이 상품 역시 보험료가 오르더라도 성급하게 해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보험’도 마찬가지지만 ‘표준화실손보험’ 역시 나중에 다시 가입하고 싶어도 판매 자체가 끝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표준화실손보험의 혜택이 어느 수준인지 따져보려면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실손’과 비교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신실손의 자기부담금은 20%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표준화실손보험과는 다르게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은 특약으로 따로 가입해야 한다. 해당 특약에서의 자기부담금은 30%로 더 높다. 이런 치료는 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를 보험금으로 보장해 줘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특약으로 따로 뺀 것이다. 반면 표준화실손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를 기본 보장받는 것만으로 유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보험료와 갱신 기간을 함께 살펴보자. 실손보험은 성과 연령, 병력(病歷) 등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다. 이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평균적인 보험료 추이를 통해 본인이 어느 정도의 금액을 내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실손보험 형태에 따른 보험료를 비교한 결과를 내놨다. 한 보험사의 지난해 기준 40세 남성 고객 중 구실손(3년 갱신)에 가입한 경우 월 보험료는 3만8000원가량이었다. 표준화실손(3년 갱신)에 가입한 고객은 2만5000원가량으로 이보다 저렴했다. 신실손은 1만4000원 정도다. 

    보험연구원은 올해처럼 보험료가 연 10% 지속해 오른다면 구실손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는 60세에 25만 원대까지 달한다고 분석했다. 70세에는 무려 66만 원을 넘어선다. 표준화실손의 경우 60세에는 17만 원, 70세에는 44만 원 정도가 된다. 반면 신실손은 60세에 9만9000원, 70세에 25만8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20~40대는 신실손 갈아타기 고민 필요

    이렇게 따지면 구실손이나 표준화실손 가입자는 당장 신실손으로 갈아타야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보험연구원이 내놓은 수치는 보험료가 매년 10%씩 꾸준히 오른다는 걸 가정한 것이다. 사실 지난해 보험사들은 20% 안팎의 보험료 인상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제지로 인상률이 9%대로 정해졌다. 너무 가파른 인상은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인상률이 어떻게 정해질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아울러 신실손의 경우에도 당장은 가입자가 적고 손해율도 낮기 때문에 보험료를 적게 받고 있긴 하다. 그러나 향후 어떤 추이로 보험료가 변동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 보험사들이 ‘신실손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라며 보험료를 많이 올릴지 모른다. 

    보험연구원의 예측대로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구실손이나 표준화실손 가입자 중 보험료가 너무 높아질 것 같아 갈아타려고 결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라도 하나만 더 살펴보자. 갱신 주기다. 

    구실손의 경우 갱신 주기가 3년에서 5년 정도로 돼 있다. 표준화실손은 주로 3년이다. 신실손은 1년이다. 보험료는 갱신 주기가 돼야 오른다. 가령 갱신 주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당장 갈아타면 쓸데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 된다. 갈아타더라도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면 2017년 4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무작정 일단 들고 있는 게 나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20~40대의 경우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병원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으면 신실손으로 갈아타는 걸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십 수 년 뒤의 병원 치료를 위해 매년 수십만 원의 보험료를 더 낼 필요는 없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의료 서비스 이용 가능성이 적은 젊은 층의 경우 신실손으로 갈아탄 뒤 기존 상품과의 차액만큼 적금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높은 보험료를 감당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은퇴 등 향후 소득이 많이 줄어드는 게 걱정된다면 미리미리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적자 내는 ‘나쁜’ 상품, 무슨 일 빚었나

    보험사들은 ‘신실손’을 ‘착한 실손’이라고 부른다. 보험사 처지에서는 앞서 판 상품들은 ‘나쁜 실손’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29.1%에 달한다. 통상 손해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적자가 났다고 본다. 예전 실손은 30% 포인트 가까운 규모의 적자를 내는 ‘나쁜’ 상품인 셈이다. 

    이 상품이 적자가 나는 것은 일부 가입자들이 무차별적으로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 등 비싼 치료를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편승하는 병원도 많다. 어차피 보험사가 보장해주기 때문에 매일매일 수십만 원 하는 도수치료를 받도록 독려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검사비를 부풀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가령 백내장 수술을 할 때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에게 다초점렌즈를 삽입해 주는 경우가 있다. 다초점렌즈 삽입은 실손 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환자들이 보험금을 받도록 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을 두고는 ‘본전 심리’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너도나도 비싼 치료를 과도하게 받는 탓에 보험료는 계속 오르고 있다. 만약 정말 치료가 필요할 때만 병원을 가는 이가 늘어난다면 손해율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보험사는 적자가 줄어 좋고, 실손 가입자는 보험료가 덜 올라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보험료가 급등하게 되는 구실손 보험 가입자라면 더욱 그렇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뼈 있는’ 말이다. 

    “다른 영역에서는 공적인 의무감이나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실손보험에서만큼은 도덕적 해이가 당연시되고 있다. 상품 구조가 그런 상황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도 무작정 보험료 인상을 막기보다는 부작용을 고려해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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